Description
김진길 시인에게 시를 쓰는 일은 흩어진 시간의 편린을 모아 유의미한 존재의 서사로 복원하는 행위에 다름없다. 그의 시학은 사라지는 것들을 향한 애틋한 추도사이면서 지금을 호출하는 끈질긴 탐사다. 내면의 시간을 다스리고 타인의 상처에 가닿으며, 우주적 순환 속에서 인류의 오만을 직시하는 그의 시선은 정직하면서도 매섭다. 지상의 강물을 따라 흐르는 기억을 건져 공동체의 얼굴을 복원하는 일은 그 자체로 엄숙한 숨 고르기다. 시인은 “몽글몽글한/ 슬픔의 외피”(「오도카니 앉아서 문득 드는 생각」)를 더듬고, “걸음이 흔들릴 땐 그 바다를 물질”(「아버지의 바다」) 하듯 흩어진 시간의 자취를 길어 올린다. 그의 문장들은 돌을 쪼는 정 끝에서 마멸되지 않는 비명(碑銘)을 새기고, 가야금의 울음을 강물에 풀어놓으며 휘발되는 시간을 붙든다. 이러한 시적 실천은 위태로운 시대의 끝자락에 선 우리에게 속도의 질주가 아니라 깊이를, 외면이 아니라 직시를 요청한다.
그런 점에서 시집 「간빙기」가 건네는 전언은 명확하다. 척박한 추위가 잠시 물러난 짧은 유예 속에서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며 무너진 자리를 다시 세운다. 존재는 타인의 고통과 역사의 강물에 기꺼이 합류할 때 비로소 제 빛을 얻는다. 차갑게 식어가는 세계를 단단한 사유로 데우는 시인의 시선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도래할 시간을 예비한다. 긴 잠에서 깨어난 나이테가 나무의 생을 새기듯, 김진길의 시는 우리 삶의 거칠어진 그늘을 걷어내 또렷한 눈으로 세상을 마주하게 한다. 그의 시는 ‘간빙기’를 통과하며, 얼어붙은 진실이 녹아내리는 미세한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떨림은 이제 막 우리 생의 수면 위에서 눈부신 윤슬로 떠오를 채비를 마쳤다.
그런 점에서 시집 「간빙기」가 건네는 전언은 명확하다. 척박한 추위가 잠시 물러난 짧은 유예 속에서 서로의 체온을 확인하며 무너진 자리를 다시 세운다. 존재는 타인의 고통과 역사의 강물에 기꺼이 합류할 때 비로소 제 빛을 얻는다. 차갑게 식어가는 세계를 단단한 사유로 데우는 시인의 시선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도래할 시간을 예비한다. 긴 잠에서 깨어난 나이테가 나무의 생을 새기듯, 김진길의 시는 우리 삶의 거칠어진 그늘을 걷어내 또렷한 눈으로 세상을 마주하게 한다. 그의 시는 ‘간빙기’를 통과하며, 얼어붙은 진실이 녹아내리는 미세한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떨림은 이제 막 우리 생의 수면 위에서 눈부신 윤슬로 떠오를 채비를 마쳤다.
간빙기 (김진길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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