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5년전희귀난치병인루푸스를진단받았다.그럼에도불구하고난지금도아침이면서둘러충주열린학교로출근한다.시끌벅적한교실을지나교무실로들어간다.먼저출근한선생님들과인사를나누며내자리에앉는다.나는19년경력충주열린학교교장이다.
나는1999년7월스물세살의나이에만성염증성질환인류머티즘성관절염진단을받았다.약을먹어도통증은계속됐다.정밀검사결과희귀난치병인전신홍반루푸스로판명됐다.루푸스는주로가임기여성을포함한젊은나이에발병하는만성자가면역질환이다.
루푸스진단받고3년동안암흑같은시간을보냈다.‘하필이면나한테이런병이생겼을까?’부모님을원망했다.아무것도할수없어누워있는나자신도원망스러웠다.그렇다고멍하니세월만보낼수없었다.원망한다고달라지는건없었다.
작은것부터하나하나도전하기시작했다.아침에일어나는것부터도전이었다.루푸스병으로인한불면증은나의아침을세상에서가장괴롭게만들었기때문이다.
잠자리에서최대한먼곳에시계3개를놓았다.알람소리가나면끄고다시잠들지않기위해서다.마음을먹고행동으로옮기려해도몸이말을듣지않았다.이것조차못하면나는아무것도할수없을거란독한마음에기어가서라도알람을끄고일어났다.일어나는것을습관을들이며동네산책을20분씩하기시작했다.
교차로신문에‘자원교사모집’광고를보았다.전화로문의하고야학을찾아갔다.2003년야학교중학과정검정고시수학수업봉사를하기로했다.수업을하기위해서는공부를해야했다.검정고시용교재를받고,참고용교재를샀다.매일시립도서관으로갔다.
한참놓았던공부,더군다나루푸스로자가면역질환을앓고있는내가딱딱한도서관의자에앉아오래공부하는것이힘들었지만약속은약속이었다.어떻게하면쉽게전달할수있을까공부하면서연구하게되었다.수학수업봉사는나에게활력을넣어주었다.
누군가에게도움을주고,가르치는일은나에게사명감을안겨주었을뿐만아니라한줄기빛을만난것같이조금씩세상을밝게보이게시작했다.
“그래,내가할일은이거야.”
건강상태조절을하며수학수업과사무국장으로봉사에전념했다.
제때배우지못한학습자들의설움과한을나는매일들었다.
더군다나문해학습에대한일반사람들의이미지는그렇게너그러운편이아니었다.그래서문해학습자들에게눈길이가고도와주고싶은마음이더컸는지모르겠다.
“선생님한글공부하고싶어요.휠체어를타고갈수있는학교가없어요.”
그말한마디에장애인과성인학습자를위한충주열린학교를2005년개교하여,20여년을앞만보고달려왔다.
장애가있어도불편하지않게공부할수있는학교,나이가많아도눈치보지않고열심히공부하여검정고시와학력인정으로졸업장을취득할수있는학교.생애전반에필요한영어,음악,미술,체조,컴퓨터,자격증등의수업을제공할수있는학교를만드는것이루푸스환자지만꼭이루어야할내꿈이었다.
내역량을키워우리충주열린학교학습자들에게더질높은교육을하고싶어도전했다.평생교육사1급,한국어교원2급을취득했다.글쓰기,새벽독서,운동을꾸준히했다.
돌아보면나는불치병이라고하는자가면역루푸스환자임에도불구하고,내삶에서한번도멈춤으로포기한적없다.
한발자국씩앞으로나갔으며,어제보다한가지씩더공부하고지식을넓혀갔다.지금은많은곳에서벤치마킹오는충주열린학교가되었다.
충주열린학교를충북최초로학력인정문해학교로지정받아성장시켰으며,학교형태의장애인평생교육시설인평생열린학교의초석을만들었다.
특히결혼하여행복이를낳아기르며부모로서기쁨을만끽하고있다.내가아프고힘들어서상황에굴복해서멈추었다면난지금의내가아닌환자로만살고있을것이다.
이책을출간하면서내삶을돌아보며지금까지견디고살아온나에게박수를보내며,앞으로도잘살아갈수있는자양분이되었으면하는마음이다.
마지막으로지금어떤힘든일이있거나,몸이아파서꿈을포기하고싶은분들이있다면지금딱한번만더도전해보길권하고싶다.내가그랬던것처럼.
정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