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내게가르쳐준것들
2024년2월17일토요일새벽조카수인이한테서전화가왔다.
‘고모!할머니가이상해요.귀에이어폰꽂고있어서제대로못들었어요.할머니가뭐라고하셨는데..’말이횡설수설이어졌다끊겼다했다.
‘할머니돌아가신거같아요’울먹이면서,말을잇지를못했다.
갑자기머릿속이멍해지면서상황이정리가되지않았다.
‘아직은아닌데,아직돌아가시면안되는데...’조금있다동생에게서전화가왔다.
‘엄마죽었다.엄마죽었다.!!!엄마!!!엄마!!빨리집에온나!!엄마죽은거같다!!’
통곡과함께울부짖는짐승과같은소리를내퍼붓는동생의목소리다.
당직이어서병원을나가지도못하고,부랴부랴병원다른과장님들께전화를돌려,당직인수를돌리고,집으로향했다.그렇게많이엄마를원망하고,싸우고,울고,더이상눈물이남아있지않는줄알았는데,내눈에눈물이그렇게많이고여있는줄몰랐다.눈물이앞을가려서운전을제대로할수가없었다.
집에도착하니동생이엄마몸이부서질정도로끌어안고곡성과포효를뿜어내고있었다.
“엄마이래가면안된다!!엄마엄마!!”,
한동안가족들이울고불고,어느정도정신을차리고,엄마눈을감겨드리려해도눈에살이없어붙지를안았다.
한동안먹지를못해서,뼈가앙상하게다드러나있었다.
그래도인지력도멀쩡하시고,호흡기쪽도가래소리없이깨끗했고,열도나지않고,손발청색증도없으셔서,최소봄까지는견디시리라생각하고있었는데...
슬프지않을줄알았는데,아니었다.
오빠한테연락했을때도오빠도담담히받아들일줄알았는데,폭풍오열을하였었다.
하나같이다들,엄마의죽음앞에무너져내렸다.
39세젊은나이에아버지가암으로돌아가신게내나이열살때였다.
나는지금도그날이생생하다.추웠고,길에는사람들도없는황량한시골길,상복입은우리남매들,아버지의한지로만든꽃송이라뒤덮인아버지의상여,우리남매들에게죽음은너무일찍찾아왔다.
우리가작은사고라도칠라치면,아버지없이자란놈들,호로자식들소리들을까봐엄마는노심초사하셨고,우리를더엄하게다루셨다.
그런엄마를미워하고원망하고그러면서도그리워하고,보면제일반갑고,눈물나게만드는사람.엄마.
나뿐아니라모든사람들에게‘엄마’는그러한존재이리라.
근8년간의엄마의투병생활을함께하면서,엄마를엄마가아닌,사람으로서의엄마를알게되었고,삶에대해더깊이깨달을수있었다.
그런엄마의마지막이현실로다가옴을알게되고,엄마와,이세상의모든부모님들,그리고우리들의삶에있어서의죽음을이야기해보고싶었다.세상을바쁘게살아가다보면죽음이란것이아주멀게만느껴지고,죽음이다가오면더무섭고,더낯설게느껴질수있다.
죽음이내게가르쳐준것들나에게죽음은단지일상중하나일뿐이다.
보호자들에게는그죽음은한세상이무너지는것이다.
심전도기계플랫음이뜨면결재하듯이진단서싸인후,오열하는가족들에게가벼운목례로끝내는일과중하나일뿐이다.
그죽음이나에게도다가왔다.그동안수많은가벼운일상의죽음은,엄마가죽음의지경에이르렀을때,나에게도하늘이무너지고땅이꺼지듯견디기힘든무게로다가왔다.
병원종사자들,특히호스피스병원,요양병원에서일하는우리들은이죽음들을더자주경험하게되고,우리가경험하는이죽음들이우리의인생에서뭐가더중요한것인지를깨닫게해주는역할을한다는것을이책을통해알려주고싶었다.
내주변의죽음이아니라낯선타인의죽음을들여다보게된것은요양병원생활을하게되면서이고,병원당직생활과,코로나시국을겪으면서수백명의사망진단서를작성했던거같다.그들의마지막을지켜보고,의학적죽음을선언한것이다.
이글을쓰기몇시간전에도나는한사람의심장박동이서서히멈춰가는것을옆에서지켜보고있었다.너무많은죽음을보아서그런건지그래서익숙할수도있는죽음이더낯설게,더두렵게느껴지는것일수도있겠다.
나는죽음의전문가도아니고,죽음전문가는어디에도없을것이다.
그렇지만,요양병원에서마주하는늙어감,아픔과죽음의얼굴을들여다보려한다.우리의삶을잘살기위해죽음의얼굴을들여다보면서우리가잘늙는법을배워야하고,잘늙기위해서,잘사는법을알아야하는것이다.
이책의글들이나이들어가는우리모두에게,늙어가는누군가에게,길잡이이정표라도되었으면좋겠고,이글들이죽어가는누군가에게작은위로가되었으면한다.
또한,아픈이들을돌보는슬프고힘든이가있으면,이책과같이하면서용기와위로가되었으면좋겠다.
저자김선영
수명연장한계행복
초고령사회는준비해야하는미래가아니라이미와버린현재입니다.그러나우리사회는아직적응을하지못하고고성장시대의개념을고수하고있습니다.건강관리분야도마찬가지입니다.수명이60~70세일때와수명이80세~100세일때건강의개념은다를수밖에없습니다.
과거건강의개념은영양소를풍부하게공급하여노동력을극대화하는것,그리고노동력의훼손을불러오는질병을치료하여수명을연장하는것이건강의개념입니다.
반면100세시대에풍부한영양공급은더이상건강을의미하지않습니다.오히려과도한영양공급은현대인들을괴롭히는비만과대사질환의원인으로지목되고있습니다.
코로나이후인류는건강이무엇인가에대해서다시생각해보는계기가되었습니다.코로나직후최근년에포만감을유발하여음식을덜먹게하는비만주사제가전례없는판매량을보인것은단순히트렌드아이템하나가생긴것이아니라건강의개념이“영양공급”에서“영양축소”로바뀌었다는상징적인사건입니다.성욕이전통사회에서는종족보존측면이강하다가의학의발달로유아생존율이올라가자쾌락향유를위한개인의권리로의미가바뀌었듯이이제식욕또한생존과노동력유지의수단보다는균형잡힌섭취가운데의심미적충족으로의미가바뀌고있습니다.
오랜세월건강관리의목표였던수명연장또한100세시대에는그의미가바뀔수밖에없습니다.경제학의한계효용개념을차용하여수명이10년늘어날때인간의추가적인행복을“수명연장한계행복”이라고이름지어보겠습니다.수명이60세에서70세로늘어날때의“수명연장한계행복”은매우큽니다.한참정신없이일할때는갈수없었던제주도한달살이도해보고못해본취미생활도가지는등연장된수명만큼개인의행복도늘어났습니다.하지만수명이80세에서90세로늘어날때의수명연장한계행복은전만큼크지않습니다.이때는수명연장그자체에서오는행복보다는늘어난수명을어떻게하면건강하게보낼것인가가더중요해집니다.
이렇듯건강의개념이달라지면영양학적으로“보충”에서“밸런스”로중심축이바뀌어야합니다.장건강의밸런스,뇌건강의밸런스,관절건강의밸런스를중심으로건강관리를해야하며이를위한생활수칙및보조제에대한관심과연구가더욱필요합니다.
더불어질병관리측면에서이미발생한질병에대한수술/약물치료도중요하지만질병의사전예방이더강조되어야합니다.그리고과거에는질병에속하지않는다는이유로큰관심을받지못했던노화에따른기능감퇴를늦추기위한노력도병행되어야합니다.가령근감소증이나장기능약화는그자체로질병으로분류되지는않지만노년의건강한생활에서핵심적인역할을하는데이에대한대중이나사회전반의관심은아직충분하지않습니다.
수명이100세로늘어나더라도각종질환으로고통받거나혹은신체의기본기능이무너져정상적인일상생활이힘들다면이는결코행복한노년이될수없습니다.개인도고통이지만장기간의질병치료에따른건강보험재정악화등사회적비용도막대합니다.
개인을위해서도사회를위해서도질병예방과신체기능유지를위한다양한노력이있어야하며본저서가그러한노력에작은디딤돌이될수있기를기원합니다.
저자김영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