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놀이처럼자연스러운것
저는아이와말로참많이놀았습니다.
정확히는,‘가르친적은없는데놀다보니말이자라있었다’는게더맞을지도모르겠어요.
책을읽고,상황을설명하고,어려운단어를슬쩍던져보고,
그걸아이가다시자기말로따라해보는순간들.
처음엔그게특별하다고생각하지않았는데,어느날문득깨달았어요.
‘이아이는단어를외우는게아니라,말의세계를만들고있구나.’
예를들면이런식이었죠.
“우와~크레인이상승하고있네.”
“엄마!상승이뭐야?”
“점점위로올라간다는뜻이야.”
“(잠시생각하다계단에올라서며)현경이도상승했어!”
대화는늘같은패턴이었습니다.
아이는제게모르는단어를물어보고,엄마의설명을듣고,그걸자기말로다시말해보았죠.매번그렇게단어를흡수했고,자기만의사전에차곡차곡담아가는것같았어요.
뜻이어려워끝까지이해가되지않아도문장속흐름으로짐작하려하고,
새로알게된말은뽐내듯자주써보기도하더군요.
어느날엔음식을먹다아이가말했어요.
“감칠맛이나네~”
저는‘설마,5살아이가이말을아는걸까?’싶었죠.
그런데달고짠음식에도“감칠맛이나~”하길래웃음이났어요.
그말이꼭맞는자리에쓰인건아니었지만,
그저한번써보고싶었던것같아서굳이그뜻을바로잡진않았습니다.
언젠간자연스럽게알게될테니까요.
사실,아이는조금빠른편이긴했어요.
한글을알려준적이없는데도,30개월에받침없는한글을읽기시작했고,정확히40개월엔모든한글을혼자읽게되었죠.
책을읽어주는제속도가답답했는지혼자책을읽는시간이부쩍늘었던시기였습니다.
그모든순간들이아이에겐‘말이자라는시간’이었던것같습니다.
놀이처럼,일상처럼,그렇게자연스럽게스며들었기에더단단하게자랄수있었던것같아요.
제가아이에게바라는건단하나였습니다.
어디서든필요한건당당히말하고,잘못된건똑바로표현하며그렇게세상에나아갈수있기를.
그게얼마나쉽지않은일인지누구보다제가잘알고있었기때문이죠.
커가며또변할수있겠지만만5세인지금까지아이는말하는데망설임이없습니다.
표현이어른스럽고,이중모음발음까지도아주정확해요.
때로는당돌할정도로자기생각을분명히말하기도하죠.
그런데,엄마를닮아서일까요.
감정표현만은아직도조금서툰것같아요.
마음이복잡할땐오히려말이줄어들고,무슨말을해야할지몰라눈물을보이기도해요.
저는그모습이낯설지않았습니다.
마음을말로풀어내는일이얼마나어려운지를잘알고있으니까
그래서저는조급해하지않기로했습니다.
감정도언어처럼,놀이처럼자연스럽게열릴수있도록기다리기로요.
말을항상잘하려하지않아도괜찮아요.
함께말하고,함께웃고,함께노는그시간이
결국아이의언어를,생각을,마음을자라게한다는걸믿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