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탄고도의 새벽을 가다

운탄고도의 새벽을 가다

$13.00
Description
“사라지는 것을 붙드는 일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것들과 함께 걸어가는 일”
춘천의 시간, LP판의 향수, 그리고 인생의 여백을 채우는 시와 산문, 디카시의 여정

춘천의 애막골 새벽길을 걷고, 의암호의 물결을 바라보며, 지나온 삶의 궤적을 복기하는 한 시인의 깊고 따스한 숨결이 담긴 책이 출간되었다. 이번 단행본은 단순한 시집을 넘어, 시와 산문(에세이), 그리고 시적 이미지와 짧은 문장이 결합한 ‘디카시’까지 총망라하여 인생의 다채로운 풍경을 한 권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1980년대 춘천 명동에서 ‘가람음악사’를 운영하며 손 글씨로 예약곡을 받던 화양연화의 시절을 추억하고(‘LP의 향수’), 47년 전 52세의 젊은 나이로 영원히 시간이 멈춰버린 아버지를 그리워하며(‘아버지의 시간’), 준비 없이 맞이해야 했던 가족과의 서글픈 이별을 고백한다. 그의 글 속에서 춘천의 실레마을, 대룡산, 철원의 DMZ 생태평화공원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인간 삶의 고통과 희망이 교차하는 서사의 무대가 된다.
특히 6부에 수록된 ‘디카시’ 코너는 이 책의 백미다. 스마트폰으로 포착한 일상의 찰나-의암호의 카누, 처마 끝의 풍경소리, 구부러진 부처님의 손-에 5줄 이내의 짧고 강렬한 시를 결합하여, 흔하디흔한 사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인생이란 결국 사라지는 것을 붙드는 일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것들과 함께 걸어가는 일”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바쁜 무인(無人)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과 천천히 닳아가며 깊어지는 인생의 참된 의미를 건넬 것이다.
저자

이영수

이영수
춘천기계공고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교국어국문학과졸업
강원타임즈편집국장역임
강원도자동차매매조합전무이사역임
2012년한국문인신인상등단
2019년저서시집「무당벌레」
전)춘천문인협회사무국장
현)춘천문인협회이사

목차

시인의말
축하의글

1부새벽시장
새벽시장
하루
햇살좋은날
너였으면좋겠어
바람이불어오면
친구에게
초침위에서다
닭의울음
바다
마음을세우다
현실의문
연어의강
그곳에가면
여행자의빨간모자
흔들리는것
마른꽃

제2부길을묻다
내생의오후6시
새벽기차
58개띠
시들지않는시간
길을묻다
살아간다는것
행성의소멸
바람의여정
빈병
기억창고
가을술잔
나에게전하는말
가을비
맨발의대화
커피
오늘밤

제3부운탄고도의새벽을가다
주목을보다
백담사돌탑길
운탄고도의새벽을가다
비목위에핀꽃
산이강처럼흐를때
그강건너지마오
구두이야기
자연의밤
고산孤山
해와달그리고바람

머리자르는날
남자의세계
토요일오후
바람
화석

제4부살찐돼지의슬픔
한탄강은흐른다
아버지도때론두렵다
살찐돼지의슬픔
내게묻거들랑
발효의시간들
묘猫의작은세계
한박자빠른봄
윤슬위의도시
목련이질때
안개숲의두의자
산골짜기에들다
봄봄
그사람
각혈보다큰아픔
소원
오월처마
당신을보았습니다

제5부게으른농부
LP의향수
아버지의시간
해봤떠
죽을만큼행복한시간
게으른자는농부가될수없다
고통의무게
준비없는이별
금강산가는길
불편한초대장
무인시대無人時代
서글픈행복

에필로그길위에잠시내려앉은숨결

제6부디카시
11월의나무들
기다림
길가에서

동행
묵언수행
바깥세상
분홍의외유


일탈
저높은곳에는
천년
카누의휴일
한낮
화몽

출판사 서평

멈춰버린'아버지의시간'부터의암호의'카누의휴일'까지,
춘천의사계속에서길어올린인생의여백과삶의체온

■1980년대명동가람음악사의LP향수,시대를관통하는아날로그감성
이책은한개인의기록이자,우리시대를버텨낸이들의서사다.저자는1980년대춘천명동에서레코드가게를운영하며SH녹음테이프에16곡의신청곡을담아주던아날로그시절을소환한다.커피한잔이150원하던시절,일주일씩줄을서서2천원짜리불법녹음테이프를기다리던청춘들의목마름,종로5가도매상가에서라면박스두개분량의무거운LP판을짊어지고나르던기억은독자들을단숨에80년대의낭만과활기속으로이끈다.기계와키오스크가사람의자리를대신하는삭막한'무인시대(無人時代)'에저자가전하는옛다방과레코드숍의풍경은,우리가잃어버린'사람의온기'가무엇인지새삼깨닫게한다.
■각혈보다큰이별의아픔을지나,자연의순리로이어지는삶의역설
인생이늘화양연화일수는없다.저자는마디마디헝클어진시간속에서겪은내밀한고통을담담하게고백한다.철들기전갑작스럽게보내야했던52세의아버지,그리고어느여름날패혈증으로준비없는이별을고해야했던처남의부고앞에서저자는"왜이렇게도푸른색은날카롭게내가슴을찌르는지여름날의새벽이춥다"며눈물짓는다.하지만저자는이내대장내의격렬한진통끝에찾아오는원초적인배설의행복(‘죽을만큼행복한시간’)을말하거나,들깨와땅콩을심으며"게으른자는농사를짓는게아니다"라는소박한깨달음을얻으며삶의균형을잡아간다.고통의무게를외면하지않고,그것을온몸으로통과해낸자만이가질수있는단단한자존감이문장마다빛을발한다.
■시와사진의눈부신콜라보레이션,새로운예술장르'디카시'의매력
디지털카메라(스마트폰)와시가결합한'디카시'는이책을더욱특별하게만드는요소다.저자는풍경을단순히소비하는데그치지않고,카메라렌즈를통해포착한시적이미지에생명을불어넣는다.의암호물레길에엎어져휴식을취하는인디언카누를보며"나를놓아주오"라고노래하고,천년의세월을버틴고목의구멍사이로걸어가는사람들을보며희망을이야기한다.시각적이미지와가슴을울리는문장의결합은독자들에게시각적해방감과깊은문학적여운을동시에선사한다.
■길위에잠시내려앉은숨결같은책
"돌아서면이시집은풍경을쓴것이아니라사람을쓴기록이었다."에필로그속저자의말처럼,이책에수록된문장들은화려한대답을건네지않는다.그저외로운밤에홀로책장을들추는누군가에게"괜찮다,여기까지걸어온것만으로도충분하다"고위로하는산맥을닮았다.삶은여전히고단하고세상은빠르게변하지만,사람의마음만은오래된산길처럼천천히닳아가며깊어진다는것을믿는모든이들에게이책을권한다.동쪽빛새벽길을향해조용히발걸음을옮기는저자의여정에동행해보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