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의 사물들(큰글자책) (보이는 것의 뒷면은 안 보이는 것의 정면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김선우의 사물들(큰글자책) (보이는 것의 뒷면은 안 보이는 것의 정면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33.00
Description
오래오래 생각해서 힘겨웁게 나오는 한마디
『김선우의 사물들』이 새 옷을 입고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우리 둘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여 개 물건들을 시인의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빚어낸 ‘사물事物’들의 이야기다. 시인 김선우가 빚어낸 새로운 사물들은 더 이상 이전의 ‘그것’이 아니다. 그이의 사유 속에서 새로 빚어진 사물들은 자신에게 테두리 지워진 경계를 비틀고, 넘어서고, 몸피를 확장하며 고정되어 있던 우리의 인식을 환기시킨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 내가 놓여있는 공간을 나보다 더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물들이다. 때때로 내가 사물들을 관찰한다기보다 사물들이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그런데도 나는 오래도록 고민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건넬 말을 기꺼이 받아줄 만한 사물과 만나야 한다. 내가 말을 걸어도 그가 자기 속내를 보여줄 의사가 전혀 없다면 곤란해진다. 사물의 속내란 내 무의식의 속내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수줍거나 완강한 자기 보호벽을 지니기 십상이어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말 거느냐에 따라 글의 운명이 달라지곤 한다.” -본문 ‘걸레’ 중에서
저자

김선우

1970년강원도강릉에서태어났다.1996년《창작과비평》에「대관령옛길」등10편의시를발표하며등단했다.시집『내혀가입속에갇혀있길거부한다면』,『도화아래잠들다』,『내몸속에잠든이누구신가』,『나의무한한혁명에게』,『녹턴』과장편소설『나는춤이다』,『캔들플라워』,『물의연인들』,『발원:요석그리고원효』가있다.청소년소설『희망을부르는소녀바리』,청소년시집『댄스,푸른푸른』,『아무것도안하는날』,산문집『물밑에달이열릴때』,『김선우의사물들』,『어디아픈데없냐고당신이물었다』,『부상당한천사에게』,『사랑,어쩌면그게전부』,그외다수의시해설서가있다.현대문학상,천상병시문학상,고정희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숟가락-날마다어머니를낳는
2.거울의비밀-당신의뒤편
3.의자-꿈꾸기를즐기는종족
4.반지-우주의탁자
5.촛불-마음이가난한자의노래
6.못-황홀한통증이뿌리
7.시계들-꽃피는모든심장속의
8.바늘-숨은자의글썽이는꿈
9.소라껍데기-몽유의문
10.부채-집속에든날개
11.손톱깎이-송곳니의기억
12.걸레-저물고뜨는것들의경계를흐르는입김
13.생리대-깃발,심연의꽃자리
14.잔-속의꽃과술과차와…
15.쓰레기통-부정된것들을긍정하는자의힘
16.화장대-아름다운꿈
17.지도-시간과공간이함께잠드는뜨락
18.수의-어둠과빛사이의찬란한배내옷
19.사진기-빛의방을떠도는헛것들을위하여
20.휴대폰-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

출판사 서평

오랜관찰의결과로빚어진통찰의힘

숟가락은뜬다.……뜬다는것은모신다는것이다.양손혹은한손을둥글게오므려샘물이나약수를떠마실때,그행위는단순한‘먹기/마시기’를넘어선다.물한잔을벌컥벌컥들이켤때와행위의결과는같다하더라도과정은다르다.찰나일지라도그순간에는어떤경건함이스며있다.무엇인가숟가락으로떠서입속에넣을때우리는반드시고개를숙이게된다.무엇인가젓가락으로집어서입속에넣을때반드시고개를숙여야할필요는없다.손을오므려약수를떠먹을때처럼,숟가락은공경을내포한다.
-본문‘숟가락’중에서

이것은오랜관찰의결과로빚어진통찰의힘이라할수있을것이다.“이러한지은이의사물에게말걸기는아주독특하여,우리가흔히생각하는일반적인산문의틀을벗어나시인듯하면서도잠언인듯소설인듯하고그러면서도산문인듯하다.”더구나시인의사유는여성의문제,삶과죽음의문제,노소·미추의경계,대량생산,물신주의와산업화에이르기까지현시대의구석구석미치지않는곳이없다.
그윽하고섬세한통찰의힘으로‘여기’를돌아보며‘거기’를꿈꾸게하는시인의언어는세상에서가장강한‘말랑말랑한힘’을지녔다.제7차개정교과서‘비상교육’과‘창비’중학교국어에본문이실리게된것도이런‘힘’을반증하는것일테다.

할수만있다면,프루스트가사랑한마들렌과자맛의신비처럼,저얄쌍하고세련된디자인의휴대폰을맛있는커피한잔과함께먹어치웠으면좋겠다.……관계맺기의떨림과설렘을야금야금먹어치워온휴대폰을커피에적셔부드럽게으깨어먹는상상을하면서나는킬킬거린다.그간우리생활속에서휴대폰이먹어치워온감각의세부들이내혓바닥위에서살금살금다시살아난다.내상상은내친김에한발짝더나간다.‘정상적인사회생활을하는’대한민국성인이라면누구나갖추고있어야마땅하다고믿어지는’휴대폰을폭신폭신하거나말랑말랑한질감의소재로모조리바꿨으면좋겠다.
-본문‘휴대폰’중에서

블로거들의한마디

작가는사물을애정어린시각으로새로이보았고,그런시각은내게큰자극제가되어사고의전환을경험할수있게했다.-로디안(miyuuki)

『김선우의사물들』을읽는것은왁자지껄한장터같은사람중심의글에서한걸음떨어져나온물(物)과의대화에동참하는이색적인경험이다.-알음알음(midoriblue)

김선우의글에는견고하고억센힘이아니라,가슴을설레게하는힘이있다.난시인의감각에정신이몽롱할정도로황홀감을느낀다.-느림(jooha21)

한문장한문장이정성스럽게잘지어진언어의사원같다.-에고이즘(ddinne)

사소한일상의사물들에게서따뜻한인간미를발견해내려고노력하는인본주의적,또는생태주의적관점이아름답다.-고구마(prk200)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