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불주머니(큰글자책) (윤혜숙 장편소설)

괴불주머니(큰글자책) (윤혜숙 장편소설)

$32.00
Description
‘한일병합’, 역사의 뒤안길에 감춰진 그 이야기를 청소년 소설로 재탄생시키다
1910년 8월 22일. 창덕궁 흥복헌에서 진행되던 어전회의 중, 병풍 뒤에 숨어있던 순정효 황후가 회의에 뛰어들어 옥새를 자신의 치마 속에 감춘다. 이완용을 앞세운 친일파들이 순종에게 합병 조서에 날인하라고 강요하던 순간이었다. 윤혜숙 작가의 신작 「괴불주머니」는 순정효황후가 옥새를 감춘 이 사건을 모티프로 하여 지어진 청소년 장편소설이다. 17세의 어린 황후가 목숨을 걸고 한일병합을 저지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친일파들에 의해 무기력하게 나라를 잃고 말았다는 패배의식을 넘어서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치욕적인 조약 체결의 부당성에 항거한 사람이 있었다는 안도감”(작가의 말 중에서)을 느꼈다고 한다. 한일병합 조약 문서에 찍힌 것이 옥새가 아닌 결재용 어새였다는 사실은 순정효 황후가 옥새를 감추었다는 것에 진실성을 부여하며 새로운 이야기적 상상력을 제공한다.
저자

윤혜숙지음

이화여자대학교에서신문방송학을공부했고,스무해동안책언저리를배회하며이런저런일을했다.글쓰기와함께역사공부를시작했고그렇게알게된역사이야기로여러스토리텔링공모전에서수상이력을쌓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작소설창작과정에선정되었고한우리청소년문학상을수상했으며두차례경기문화재단창작지원금을받았다.
장편역사청소년소설로《뽀이들이온다》와《계회도살인사건》을썼으며,청소년역사소설집《민주를지켜라!》《대한독립만세》《광장에서다》와테마소설집《격리된아이》《알바의하루》《여섯개의배낭》《이웃집구미호》등과김유정,이효석의단편소설이어쓰기에참여해《다시,봄ㆍ봄》《메밀꽃질무렵》을함께썼다.
이외에도장편동화《나는인도김씨김수로》《기적을불러온타자기》《나의숲을지켜줘》《번쩍번쩍눈오는밤》과창작동화집《피자맛의진수》《내친구집은켄타별》그림책《누가숲을지켰을까?》를출간했다.

목차

쫓겨나는나인들…7
괴불노리개…17
퇴출명부…23
동갑내기황후…39
여인의향기…46
베갯모자수…57
부용지의겨울…66
금계랍…75
어설픈재회…84
가리개병풍…94
한하늘아래…102
스믈이되면…109
천둥뒤의번개…122
어떤부탁…134
수상한편지…147
위험한심부름…157
엇갈린길…169
환궁…180
다시안주로…190
작가의말…198
참고문헌…203

출판사 서평

‘괴불주머니’,소박한이웃들과함께하는‘행운주머니’

“값비싼패물을가질수없는서민들은부잣집에서한복을짓고남은자투리천을얻어괴불주머니를만들었다.비단조각을삼각모양으로접어박음질한후모서리에창구멍을내그안에솜을도톰하게넣고다리에색실을달기도한다.”(책19쪽)

낯선이름의제목,‘괴불주머니’는세모모양의조그만노리개를말한다.부잣집에서옷을짓고남은자투리천을모아주머니로만든평민들의장식품이었다.또“괴불의세귀는물,불,바람삼재를눌러주고나쁜일을막아주는벽사의의미”(19쪽)도있다.그래서아프다고쉽게의원을부르거나약을짓는일또한힘들고,사소한일에도달리자신을지키기어려웠을당시백성들에게는단순한장식품을넘어액운을막고행운을불러주는상징이었던셈이다.
왜인들에게넘어간궁궐살림으로인해궁궐의사람들이쫓겨나는와중에주인공연수에게서괴불주머니를받은수방동무천이는괴불주머니덕에쫓겨나지않았다며안도한다.연수는안주수방의외손녀답게누구보다뛰어난자수실력으로괴불주머니를만들어순정효황후에게선물하고,황후동생의혼인선물로도전한다.값비싼금은보화도,오색비단도아쉬울것없는황후에게연수는어떤마음을담아괴불주머니를선물했을까?과연황후에게전해진괴불주머니는나라를지키고싶었던황후에게‘행운주머니’의역할을할수있을지상상하며이야기를따라가보자,


글로수놓은아름다운자수묘사와시대구현의리얼리티를위한작가의노력이결실을맺다
순정효황후의이야기를마음속에담고있던작가는고궁박물관에서열린‘자수병풍’전시에서열폭병풍‘매화도’를만나며「괴불주머니」에대한영감을강하게얻었다고한다.동양화를연상케하는훌륭한자수작품이심지어남자궁수들의작품이었다는사실은작가에게신선한충격으로다가왔다.이렇게해서“황후의옥새찬탈을가능하게만드는중요한매개체로안주수를설정하고,조선상권을뒤흔든일본제국주의의경제적침략과물밀듯들어오는서양문물에맞서전통자수를지키려스스로수방나인이된주인공”(‘작가의말’중에서)이만들어졌다.
조선제일의민간수로꼽히는안주수를놓는남성들의이야기는자수에대한새로운시각을전해준다.바느질을하거나수를놓는일은보통여성들의전유물이라고생각해왔기때문이다.안주수는작가에의해눈에보이듯아름답고환상적으로그려지고있는데,이러한작가의세밀한묘사는읽는이로하여금황실의열폭병풍을실제로바라보는듯한느낌을갖게한다.

“평양출신의화가양기훈의그림을본으로해서수방의궁수아저씨들이몇달에걸쳐완성한것이었다.홍색공단위에꼬임많은굵은수실이만들어내는도드라진입체감으로공간을빈틈없이채우는안주수기법을연수는한눈에알아보았다.사선으로휘어진소나무와그위를도도하게흘러가는오색구름,옥색과노란색실로수놓은학과거북과사슴이노니는신선세계를눈앞에그려낸듯했다.”(49쪽)

「괴불주머니」는주인공이살던시대속으로좀더진실되게다가가기위한작가의치밀한노력이돋보이는작품이기도하다.안주수뿐아니라작가는당시사회,정치적상황과궁궐사람들의일상,한성시장의삶의모습등을자세하고꼼꼼한자료수집과분석을통해사실성있게그려내고있다.책을읽는동안독자는아름다운조선의전통자수를눈에보이는듯감상할수도있고,동시에작품속의시대를현장감있게경험할수있을것이다.



역사의현장을지나며,한뼘더성장하는여성서사
남성궁수들이수놓은자수인안주수가주소재가되어진행되는이이야기는한소녀의성장서사로완성된다.주인공연수는대대로안주수를지켜오는집안의손녀이다.일본의침략이본격화되면서전통을지키려는그녀의집안역시역사의소용돌이속에몰락의위기에처하게되고연수는안주수를지키기위해궁궐의수방나인으로들어간다.그녀는궁인들의퇴출위기속에서도자신보다동무를먼저배려하는마음을가졌으며,누구나선망하는자리에있는황후의모습속에서지위가주는화려함에대한부러움보다황후의아픔과나라를걱정하는진심을읽을줄아는성숙한소녀였다.이런성품의연수는한일병합을저지하고자하는황후의마음과연결되어결정적인역사의현장속으로들어가게된다.위험하기그지없었으나절실했던역사의현장을지나온연수는주체적여성으로서한뼘더성장한모습을갖추게된다.
영웅이나왕그리고승자의이름으로나열되는역사가아닌개개인의삶이모여역사를만들어낸다는것을상상속에서구체화시킬수있다는것.그것이바로역사를바탕으로하는이야기가가지는힘일것이다.그런점에서윤혜숙작가의「괴불주머니」는여성주인공의성장서사이자개인의삶과역사의조우가매우아름다운문체와소재로잘어우러진작품이라할수있다.

“매순간자신의자리를지키며최선을다해살았던백년전청소년들의이야기”
실제역사속의사건을둘러싸고진행되는이이야기는백년전청소년이지키고싶었던사랑과우정,꿈과희망을그리고있다.집안대대로이어져온안주수를지키고싶었던연수와,그런연수를지키고싶었던지완그리고쇄락해가는나라를지키고싶었던황후의이야기가아름답게수놓아지듯그려진다.

“거친인생살이에서힘이되는것,살아가는내내절대놓지못하는것,무엇인줄짐작해보겠느냐?”
심각한얼굴을한연수를보고는박상궁이슬며시웃었다.
“바로꿈이란다.자기인생을걸고지켜야하는소망이자바람이지.(……)”
“꿈,소망….주머니하나에도그런깊은뜻이숨겨져있다니놀라워요.”(책,136쪽)

나라를빼앗긴혼란한시절을지내는주인공들의이야기를통해작가는백년전에도지금이시대에도청소년들이살아가는내내꼭지키고있어야할것은‘꿈’이라는메시지를전한다.
이와더불어때로는소박하게때로는화려하게수놓는이의마음을담아정성껏그려지는수에대한묘사는책을읽는또하나의감동으로다가온다.신에매화를수놓아매화향나는꽃길을걷는듯이,얼룩진자주색치마에수놓은노란영춘화를보며따뜻한봄길을걷듯이읽어가는동안,지금우리의청소년들도아름답게자신의꿈을꽃피워나가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