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시와 노래’ 그 아름다운 틈과 사이를 따라 거닐기
작가 설흔이 일찍이 회사원이었던 시절, 버티기 힘든 피곤한 날에 설흔은 김기택의 시 「화석」을 떠올리곤 했다. “그는 언제나 그 책상 그 의자에 붙어 있다 / 등을 잔뜩 구부리고 얼굴을 책상에 박고 있다”가 떠오르면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노래 「사계」를 자연스레 읊조렸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로 끝나는 노래는 김기택의 시와 완벽한 쌍을 이룬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 책은 ‘시가’와 ‘책’ 빼면 시체(라 하면 서운하다. ‘야구’가 빠질 수 없다)인 작가 ‘설흔’이 ‘설흔’한 책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작가의 일상에 찾아온 ‘시가’가 불러온 감정과 인물을 두서없이 적어나간 작가만의 기록이다. 작가의 영혼을 울린 26편의 시와 26편의 노래에 설흔만의 시선이 담긴 삶의 ‘슬픔’과 ‘기쁨’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시영의 시 〈원효로4가〉와 호레이스 실버의 곡 〈Song for my father〉 끝에 원효대사와 설총 부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와 노래의 엉뚱한 조합도 신선하지만, 그에 호출되어 풀어져 나오는 설흔 스타일의 이야기보따리가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
보이지 않는 ‘시와 노래’의 행간으로 가득찬 이야기
책의 제목이 ‘시노애락’이고, ‘시와 노래로 삶의 슬픔과 기쁨을 읽다’라는 부제로 미루어 ‘시와 노래’가 책의 중심일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것이다. 허나 그것은 “인물이나 공간을 비틀어 낯설게 보는 데 관심”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를 너무 평이하게 예상한 것이 아닐까. 이 책에는 ‘시’와 ‘노래’의 제목만 등장할 뿐, 정작 시와 노래는 찾아볼 수 없다. ‘시와 노래’보다는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삶의 ‘슬픔과 기쁨’에 대한 이야기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 작가는 책이 시작하는 첫 페이지에서 이와 같이 언급한다. “처음엔 시와 노래에서 내가 좋아한 시구와 가사를 인용하고 감정과 인물들의 기록을 적었다. 교정을 보면서 시구와 가사를 삭제하고 제목만 남겼다. 상상을 제한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책은 교정을 보아 가면서 제 색깔을 찾았다. 상상을 제한하는 시구와 가사를 삭제하고 제목만 남겼더니, 도리어 그것이 도드라지게 드러나 보인다. 아니 보이지 않고, 존재한다. ‘시’와 ‘노래’라는 보이지 않는 뼈대가 글의 공감각과 육체성을 담당하는 모양새라 할까. 삶의 ‘슬픔과 기쁨’이라는 행간에 무심히 담겨져, 있는 듯이 없고, 없는 듯 있는 ‘시와 노래’를 감상하는 것은 이 책만의 독특한 즐거움이라 할 것이다.
텍스트가 말해 주지 않는 사실을 엿보다
시와 노래가 호출하는 슬픔과 기쁨에 대한 이야기에는 작가가 사랑해 마지않는 동서고금의 다양한 책과 인물들이 등장한다. 청소년들을 위한 역사 소설은 물론 고전 읽기 안내서를 집필한 저자의 이력과 ‘25년 가까이 우리 고전을 읽고 공부해 온 고전 마니아’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다양한 우리 고전문학 작품과 작가들이 등장함은 물론이다. 작가가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박지원부터, 좌천되어 날마다 《퇴계집》에 기대어 반성문을 쓰는 정약용, 신라 화랑이었던 죽지랑과 득오의 천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우정 등등 이들의 일화는 ‘텍스트가 말해주지 않는 사실’에 주목하기 좋아하는 작가의 취향을 명확히 반영하는 듯, 우리가 알던 흔한 고전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온다. 북학파의 대표적 이론서인 박제가의 《북학의》를 ‘그리움’과 ‘외로움’의 책이라는 작가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하지만 작가가 이끄는 ‘슬픔과 기쁨’의 이야기는 우리 고전에 한정되지 않는다. 현대 소설은 물론 영화까지 두루 걸쳐 그간 작가의 삶에 질문과 영감을 주었던 작품들이 소개된다. 존 파울즈의 절망 가득한 일기부터 빨래방에서 토요일을 허비하는 ‘미국의 체호프’라 평가받는 레이먼드 카버, 한 사람 속에 거처하는 완전히 다른 존재들에 수많은 이름을 붙여 살게 한 페르난두 페소아의 이야기 등, ‘부질없고 불경한’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작가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 주어졌던 그간의 텍스트에서는 엿볼 수 없었던 행간에 주목하게 하는 설흔의 시선을 새롭게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람’으로 확장되는 ‘시와 노래’
26개의 시와 노래 그리고 그 노래를 따라 함께 떠올린 다양한 삶의 기록들에서 설흔의 ‘추구미’를 엿보는 것 또한 이 책이 주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그것은 시와 노래, 문학과 예술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으로 확장되어 ‘우정’과 ‘사랑’에 대한 탐구이다.
“요즈음 내 머릿속에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이 떠나지 않아서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성큼 다가오지 않는 건, 다가오기는커녕 뒤로 물러나고 있는 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또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은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리는 없다는 자괴감과 예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간결하고 단정한 문장과 정연한 논리가 도드라지는 글과는 또 다르게 그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애틋이 그리워해 온 사람이었구나.
우리 삶에 ‘끝없이 밀려드는 거친 바다나 황무지 같은 어려움을 도대체 어떻게 이겨 내고 삶을 예술로 만들 수 있는지’ 사람과 사랑으로 확장되어 펼쳐지는 ‘시와 노래’를 따라가 보자. 특별히, 이 짧은 여행에서 만큼은 책 속에 등장하는 시와 노래를 찾아서 함께 감상하는 적극적 독서의 체험을 권한다. 독자의 선택에 따라 ‘감정과 인물들은 달라질 것이며, 그렇다면 또 다른 글이 만들어질’ 것이니까. 설흔을 따라 거닐다가 ‘나 자신’을 오롯이 만나게 되는 행운을 맞이하기를 빈다.
보이지 않는 ‘시와 노래’의 행간으로 가득찬 이야기
책의 제목이 ‘시노애락’이고, ‘시와 노래로 삶의 슬픔과 기쁨을 읽다’라는 부제로 미루어 ‘시와 노래’가 책의 중심일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것이다. 허나 그것은 “인물이나 공간을 비틀어 낯설게 보는 데 관심”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를 너무 평이하게 예상한 것이 아닐까. 이 책에는 ‘시’와 ‘노래’의 제목만 등장할 뿐, 정작 시와 노래는 찾아볼 수 없다. ‘시와 노래’보다는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삶의 ‘슬픔과 기쁨’에 대한 이야기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해 작가는 책이 시작하는 첫 페이지에서 이와 같이 언급한다. “처음엔 시와 노래에서 내가 좋아한 시구와 가사를 인용하고 감정과 인물들의 기록을 적었다. 교정을 보면서 시구와 가사를 삭제하고 제목만 남겼다. 상상을 제한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책은 교정을 보아 가면서 제 색깔을 찾았다. 상상을 제한하는 시구와 가사를 삭제하고 제목만 남겼더니, 도리어 그것이 도드라지게 드러나 보인다. 아니 보이지 않고, 존재한다. ‘시’와 ‘노래’라는 보이지 않는 뼈대가 글의 공감각과 육체성을 담당하는 모양새라 할까. 삶의 ‘슬픔과 기쁨’이라는 행간에 무심히 담겨져, 있는 듯이 없고, 없는 듯 있는 ‘시와 노래’를 감상하는 것은 이 책만의 독특한 즐거움이라 할 것이다.
텍스트가 말해 주지 않는 사실을 엿보다
시와 노래가 호출하는 슬픔과 기쁨에 대한 이야기에는 작가가 사랑해 마지않는 동서고금의 다양한 책과 인물들이 등장한다. 청소년들을 위한 역사 소설은 물론 고전 읽기 안내서를 집필한 저자의 이력과 ‘25년 가까이 우리 고전을 읽고 공부해 온 고전 마니아’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다양한 우리 고전문학 작품과 작가들이 등장함은 물론이다. 작가가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박지원부터, 좌천되어 날마다 《퇴계집》에 기대어 반성문을 쓰는 정약용, 신라 화랑이었던 죽지랑과 득오의 천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우정 등등 이들의 일화는 ‘텍스트가 말해주지 않는 사실’에 주목하기 좋아하는 작가의 취향을 명확히 반영하는 듯, 우리가 알던 흔한 고전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온다. 북학파의 대표적 이론서인 박제가의 《북학의》를 ‘그리움’과 ‘외로움’의 책이라는 작가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 하지만 작가가 이끄는 ‘슬픔과 기쁨’의 이야기는 우리 고전에 한정되지 않는다. 현대 소설은 물론 영화까지 두루 걸쳐 그간 작가의 삶에 질문과 영감을 주었던 작품들이 소개된다. 존 파울즈의 절망 가득한 일기부터 빨래방에서 토요일을 허비하는 ‘미국의 체호프’라 평가받는 레이먼드 카버, 한 사람 속에 거처하는 완전히 다른 존재들에 수많은 이름을 붙여 살게 한 페르난두 페소아의 이야기 등, ‘부질없고 불경한’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작가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 주어졌던 그간의 텍스트에서는 엿볼 수 없었던 행간에 주목하게 하는 설흔의 시선을 새롭게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람’으로 확장되는 ‘시와 노래’
26개의 시와 노래 그리고 그 노래를 따라 함께 떠올린 다양한 삶의 기록들에서 설흔의 ‘추구미’를 엿보는 것 또한 이 책이 주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그것은 시와 노래, 문학과 예술에 국한되지 않고 ‘사람’으로 확장되어 ‘우정’과 ‘사랑’에 대한 탐구이다.
“요즈음 내 머릿속에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이 떠나지 않아서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성큼 다가오지 않는 건, 다가오기는커녕 뒤로 물러나고 있는 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또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은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리는 없다는 자괴감과 예감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간결하고 단정한 문장과 정연한 논리가 도드라지는 글과는 또 다르게 그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하고 애틋이 그리워해 온 사람이었구나.
우리 삶에 ‘끝없이 밀려드는 거친 바다나 황무지 같은 어려움을 도대체 어떻게 이겨 내고 삶을 예술로 만들 수 있는지’ 사람과 사랑으로 확장되어 펼쳐지는 ‘시와 노래’를 따라가 보자. 특별히, 이 짧은 여행에서 만큼은 책 속에 등장하는 시와 노래를 찾아서 함께 감상하는 적극적 독서의 체험을 권한다. 독자의 선택에 따라 ‘감정과 인물들은 달라질 것이며, 그렇다면 또 다른 글이 만들어질’ 것이니까. 설흔을 따라 거닐다가 ‘나 자신’을 오롯이 만나게 되는 행운을 맞이하기를 빈다.
시노애락 (시와 노래로 삶의 슬픔과 기쁨을 읽다 |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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