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째 아이

일곱째 아이

$15.00
Description
‘여성’과 ‘생명’이라는 주제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박정애 작가가 내놓은
새로운 역사소설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요승 처경. 처경은 소현세자의 죽은 일곱째 아이라고 사칭한 죄로 스물네 살에 용산 당고개에서 사형당한 실존 인물이다. 소현세자빈인 강 씨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발표했던 작가는 그 시선을 강 씨에서 그 시대의 주변 인물로 확장한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인조 24년(1646)부터 숙종 20년(1694)까지이다. 인조반정과 병자호란으로 조선은 혼란스러웠고 백성들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 비운의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 씨의 죽은 아기인 일곱째 아이. 권력을 가진 자,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하나 잃을 게 없는 이들은 살아내기 위한 희망으로, 간절한 염원으로 아기장수를 부르듯 일곱째 아이를 불러낸다. 작가는 그 일곱째 아이를 타고난 이야기 솜씨로 되살려 냈다. 일곱째 아이라고 자처하게 되는 승려 처경, 천하게 태어나 양반의 노리갯감으로 시달리며 아이를 일곱이나 낳았으나 한 명도 살리지 못해 눈뜬장님이 된 애숙. 처경과 애숙의 애달픈 이야기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애틋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두 사람을 둘러싼 궁녀와 우바니, 서얼, 첩으로 살아야 하는 여인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꿈꿀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각보처럼 이어진다. 낮고 힘없는 이들이 서로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새로 태어난 생명을 지켜 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작가의 말처럼 ‘한 줌 더 복되고 두 뼘 더 지혜롭고 세 발 더 멀리 나아갈 미래’를 위한 이야기이다.

저자

박정애

저자:박정애
찰스디킨스의연보를읽다가마지막기록에서시선을떼지못했다.
“1870년6월8일,갯즈힐의서재샬레하우스에서종일원고를쓰고난후저녁식사때쓰러져다음날세상을떠났다.”
이것이야말로내가바라는지상에서의종말이아닌가.아직도나한테는이야기를만드는일보다더재미있고짜릿하고충만한일(더괴롭고아리고쓸모없는일)이없다.
1998년〈문학사상〉소설부문신인상.2001년제6회한겨레문학상.
장편소설《물의말》《강빈》《환절기》,장편동화《친구가필요해》《사람빌려주는도서관》들을출간.강원대학교영상문화학과교수.

목차

차례

서序7

첫째
비구니와일곱째아이13

둘째
왕의사촌과정승의얼자27
여종과빈객39
평해손가의아비와아들48
소년과갈매기56
방랑객과미인63
매부와처남67

셋째
사미와비구77
승려와여종85
비구와우바니92
비구와비구니98
젊은스승과늙은제자102
비구와늙은궁인113

넷째
출궁한궁녀와승은한궁녀123
비구와젊은궁인130
늙은궁인과여종135

다섯째
자칭왕손과협녀145
영의정과좌의정153
남과여158
판의금부사와승려162

여섯째
영의정의외아들과그의아내175
영의정의며느리와부원군의소실182
비구와신녀190
역도와일곱째아이196

일곱째
새끼무당과아기신령205
역관의처와아기야소210
어미와딸아기225

작가의말235

출판사 서평

가장낮은곳에서부르는노래,만백성이염원하는‘일곱째아이’
《일곱째아이》를이끌어가는화자는사람만나서얘기듣는재미에암자와절간을수시로들락거리는날라리불자이다.신분,적서,성별,당파등에따른차별과갈등의경계선에서조선사회의이쪽저쪽을보고듣고겪은화자가그사연을접하게된내력을도입부에밝힌후,마치당사자가된듯몰입하여인물이처한상황을27편의짧은이야기로그려내고있다.
27편모두공유하는미스터리는소현세자빈강씨가별궁에유폐되었을때홀로낳았다는일곱째아이의행방이다.이일곱째아이는조선의민중이마음속에그리는영웅과도같다.옛이야기에나오는아기장수와도같은존재.작가는탁월한이야기솜씨로일곱째아이를완벽하게되살려냈다.
〈조선왕조실록〉에등장하는요승처경.처경은소현세자의죽은일곱째아이라고사칭한죄로스물네살에용산당고개에서사형당한실존인물이다.작가의상상력은실록에실린한줄의자료에서출발한다.일곱째아이라고자처하게되는승려처경,천하게태어나양반의노리갯감으로시달리며아이를일곱이나낳았으나한명도살리지못해눈뜬장님이된자련보살애숙.처경과애숙의애달픈이야기가한폭의동양화처럼애틋하다.그리고서얼이지만여인이라는것만으로사람대접받지못하는홍예형,북방의산맥과들판을말타고달리던여인은영의정의서자와혼례를치렀으나그기세를꺾지않으며이야기의또다른한축이된다.
이외에도절대권력의그늘에엎드린궁녀가있다.화자와깊은우애를나누는벗이자승려처경을몸주신으로받아들이고신내림을받는퇴직궁녀예옥,예옥의방각시로자라임금의사랑을받았으나그때문에생사의기로에서는현직승은궁녀상업등이그들이다.이인물들은화자를통해조선후기사회의다양한갈등과억압아래제각기욕망과고통을가지고피와땀,살냄새를풍기며오늘의독자에게말을건다.

우리를위한이야기

우리가기다려야할영웅은어디먼데서용마를타고올장수가아니라조금더진화한우리자신임을,‘한줌더복되고두뼘더지혜롭고세발더멀리나아갈미래’를우리손으로죽여서는안된다는생각을,오목조목이어붙인조각보형식의이역사소설에담고싶었습니다.

책에실린작가의말이다.작가는늘‘여성’과‘생명’이라는주제를탐색하며이야기를쓰고있다.소현세자빈인강씨를새로운세상을꿈꾼여인으로그려낸바있으며그시대의이야기를강씨에서주변인물로확장하여《일곱째아이》를완성하였다.힘없는이들이서로를지켜내기위해애쓰며,새로태어나는생명을지키기위해어떤위험도무릅쓰는장면에서는인간이품어야하는마음은무엇인가생각하게한다.혹독한시절에도생명은태어나고삶은이어진다.그리고생명을품어내는어미들이있다.생명을품고자하는,품고있는모든이들을위한이야기이다.오늘을고단하게살고있는우리도이위기에서벗어나게해줄저마다의영웅을기다리고있는지도모른다.하지만영웅은먼데있지않다고작가는말한다.오늘을살아가며한뼘더앞으로나아가고있는‘나’라는생명을,그래서서로를북돋우는생명의이야기를들려주고있다.덧붙여조선시대속에살고있는듯한장면묘사와수려한문장은이소설을읽는또하나의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