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가 우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설흔 장편소설)

질투가 우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설흔 장편소설)

$13.00
Description
아름답고, 괴이하고, 파란만장한 우정 이야기

“질투로 시작된 우정이었다. 대결로 이어진 우정이었다.
마지막은 친형제 같은 우정, 혹은 우정의 적수,
어쨌든 간에 일반적인 형태와는 묘하게 다른 우정이었다.”
기록되지 않은 마음을 읽다
도서출판 단비의 이번 신간 『질투가 우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조선시대 실제 인물들의 관계와 기록을 바탕으로, 역사 속에 남겨진 문장과 침묵의 사이-즉 ‘행간’을 읽어내며 탄생한 소설이다. 오랜 시간 고전 시가에 천착해 온 작가는 남아 있는 문장 자체보다, 그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백에 주목한다. 기록은 간결하지만 감정은 생략되어 있고, 사건은 남아 있지만 관계의 결은 지워져 있다. 작가는 바로 그 틈에 상상력을 밀어 넣는다. 인용된 문장을 해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문장 뒤의 감정의 흐름과 맥락을 복원해내는 것이다. 그 결과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적 재구성이 아니라, 기록 너머에 존재했을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한 올 한 올 되살리는 작업이 된다. 독자는 이미 쓰인 이야기를 읽는 동시에, 쓰이지 않은 생생한 이야기를 함께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작품의 줄거리
조선 시대 소년 허균은 평생의 모델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였던 형 허봉을 따라잡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해 온 인물이다. 그러나 어느 날 형의 편지 속에서 처음 접한 ‘금 군’이라는 또래 소년의 존재는 그의 내면을 뒤흔든다. 형이 자신이 아닌 타인을 더 높이 평가했다는 사실은 균에게 깊은 충격과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남긴다. 이후 균은 금 군을 향한 질투와 경쟁심, 그리고 인정하기 싫은 두려움까지 품게 되며, 그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점점 증폭된다. 2년 뒤 마침내 금 군과 대면한 균은 그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자신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시험하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두 사람의 관계는 우정과 적대, 존경과 승부욕이 뒤섞인 채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이어지고, 균은 그를 통해 자신의 한계와 욕망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결국 이 이야기는 한 소년이 ‘나보다 나은 존재’를 만났을 때 겪게 되는 내면의 균열과 성장, 그리고 끝내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관계의 본질을 따라가는 과정이다.
저자

설흔

서울에서태어나고려대학교에서심리학을공부했다.인물이나공간을비틀어낯설게보는데관심이있다.지은책으로《멋지기때문에놀러왔지》《우정지속의법칙》《조선소녀들,유리천장을깨다》《학교라고는다녀본일이없는것처럼》《시노애락》《독학자를위한향가창작수업》등이있다.

목차

이책은목차가없습니다.

출판사 서평

천재와천재의만남
소설의주인공은조선중기의천재문인허균이다.작품안에서그는‘균’으로불리며,평생의모델이자아버지같은존재였던형허봉을따라잡기위해스스로를단련해온인물이다.그런균에게15세되던해,형의편지속에서처음접한‘금군’이라는또래소년의존재가내면을뒤흔든다.형이자신이아닌타인을더높이평가했다는사실은균에게깊은충격과함께설명하기어려운감정을남긴다.균은각을본적도,제대로알지도못했지만,그순간부터미움,시기,질투,적의등하나의단어로정의하기어려운강력하고도복합적인감정을품게된다.유배에서풀려난형허봉을만나러백운산에함께가자는각의제안에균이선뜻응하지못했던까닭이기도하다.형을만나러가자는말이나온뒤로도이태가흘러드디어두소년은만나고겨룬다.시를두고,소동파를두고,문장의품격을두고벌이는치열한대결.
두사람의관계는우정과적대,존경과승부욕이뒤섞인채팽팽한긴장속에서이어지고,균은그를통해자신의한계와욕망을동시에마주하게된다.


허균과김수영의콜라보
작가는흔히들생각하는‘우정’의모습과는너무나도다른이놀라운우정의양태를독자앞에내놓으며이야기의앞과뒤에김수영과박인환의짧은글을배치해소설의독해에힌트를제시한다.“나는인환을가장경멸한사람의한사람이었다”-시인김수영은생전에박인환을이렇게단정했다.재주가없고시인으로서의소양도없으며경박하다고,장례식조차일부러가지않았다고.그러나인환이죽고난뒤김수영이남긴글한편은이냉정한경멸과는전혀다른온도를품고있다.“야아,수영아,훌륭한시많이써서부지런히성공해라!”하고빙긋웃으면서상아파이프를물것이라는,죽은친구를마치눈앞에두고쓴것같은문장.소설『질투가우정에미치는영향에관한연구』는바로이두문장사이의거리에서출발한다.경멸과그리움,적의와우정이어떻게같은관계안에공존할수있는가.두사람의이야기를열고닫는자리에김수영과박인환이놓이는것은,이복잡한감정이특정시대나인물의것이아니라인간관계의보편적인진실임을조용히선언하는방식이다.


우정에관한‘연구’가제목인까닭
소설은서술자가명확히존재하는독특한형식을취한다.“이글을쓰는내관심은실상각의삶에있으며,균이각을바라보는감정과그변화쪽에있다”고밝히는서술자는역사적기록과추론사이를오가며,균과각의우정을분석하고질문하고때로는판단을유보한다.
이작품의가장큰매력은사료의빈틈에서이야기를길어올리는작가의힘에있다.고전시가를연구해온소설가인그는단편적인기록과인용된문장사이에남겨진여백을상상력으로촘촘히메워넣으며,과거의시간을현재의감각으로되살려낸다.그복원의과정속에는허균과그의주변인물들뿐아니라,선조와이이같은당대의인물들이자연스럽게스며든다.이들은단순한역사적배경이아니라,인물의감정과관계를입체적으로비추는거울처럼작용하며서사의깊이를더한다.나아가이작품은청소년독자들에게‘텍스트를읽는다는것’의의미를은근히되묻게한다.기록된문장을그대로받아들이는데서그치지않고,그사이의침묵과결핍을스스로해석하고상상하는과정이야말로읽기의본질일수있음을보여주기때문이다.


수천,수만가지우정의모습
작가설흔이이소설을통해청소년에게건네고싶은이야기는분명하다.나보다뛰어난친구를사귀었을때,우리는배우고성장하는가,아니면질투하고미워하다가돌아서는가.그선택앞에서균은둘중어느쪽도단순하게택하지않았다.질투로시작된우정,대결로이어진우정,마지막에는친형제같기도하고여전히적수같기도한우정.감정은바이러스와같아서죽었다가도되살아난다는이소설의통찰은,관계의복잡함을처음온몸으로겪어내고있는청소년들에게그감정을부정하거나서두르지않아도된다는위로를건넨다.우정의모습은수천,수만가지이며,그가운데가장아름다운우정이반드시가장평온한우정일필요는없다는것을.이소설은그사실을역사속두천재의이야기로,그리고현재우리곁의두시인의이야기로조용히,그러나단단하게증명해낸다.우정은아름답기만한것이아니라,때로는괴이하고파란만장하며,그복잡함자체가인간관계의진실이라고.이소설은그불편한진실을정면으로마주하게하는이야기다.

균과금군의이야기는수백년전의일이지만,더잘난친구앞에서작아지는느낌,인정하기싫지만끌리는마음,지고싶지않은데져버린것같은기분은지금이순간을살아가는우리모두의것이다.관계의복잡함을처음온몸으로배워가는청소년에게,그리고그시절의감정을여전히기억하는어른에게이소설을권한다.우정은아름다워야한다는강박대신,복잡해도괜찮다는위로가필요한모든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