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시화집 총평
― 빛과 색채, 사랑과 기억으로 세운 서정의 정원
나용준 (문학박사, 시인, 평론가)
1. 시와 그림이 서로를 완성하는 상생의 미학
조광순 화백의 시화집은 단순히 시 옆에 그림을 곁들인 작품집이 아니다. 이 책에서 시와 그림은
서로의 장식물이 아니라, 서로를 해석하고 완성하는 두 개의 영혼이다. 시가 말로 다하지 못한
감정의 떨림은 그림의 색채로 번지고, 그림이 침묵 속에 품고 있던 정서는 시의 언어를 통해 독자의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특히 조광순 화백의 작품에서 색채는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다. 붉은 꽃,
황금빛 대지, 은백색 자작나무, 푸른 새, 무지갯빛 초상은 모두 하나의 감정이며 기억이며 기도이다.
색은 말보다 먼저 마음을 두드리고, 시는 그 색채가 품고 있는 내면의 이야기를 조용히 풀어낸다.
이처럼 조광순의 시화는 문학과 회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낸다. 시를 읽으면
그림이 더 깊어지고, 그림을 바라보면 시의 여운이 더 오래 남는다. 이것이 바로 이 시화집이 지닌
가장 큰 미학적 성취이다.
2. 어머니와 가족, 생의 근원을 향한 깊은 헌사
이 시화집의 가장 뜨거운 중심에는 어머니와 가족이 있다. 「엄마의 정원」, 「어머니를 위한 기도」,
「어머니의 초상화」는 조광순 화백의 모성 삼부작이라 할 만큼 깊고 애틋하다. 여기서 어머니는 한
개인의 어머니를 넘어, 생명을 품고 견디며 사랑으로 세계를 지탱해온 존재의 상징으로 확장된다.
화백은 어머니를 슬픔 속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다. 주름진 얼굴, 굳은 손, 시린 눈동자 속에서도 다시
빛을 발견한다. 어머니의 고통을 그림으로 어루만지고, 시로 기도하며, 색채로 다시 피어나게 한다.
그래서 조광순의 어머니는 늙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정원과 꽃과 빛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가족」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가족은 행복만 있는 공간이 아니다. 노여움, 슬픔,
이별, 아픔까지 함께 견디는 생명 공동체이다. 조광순 화백은 가족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그
안에서 숨 쉬는 사랑을 발견한다. 이것이 이 시화집의 따뜻한 힘이다.
3.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성스러운 순간들
조광순 화백의 시선은 거창한 사건보다 일상의 작은 장면에 오래 머문다. 손자의 작은 신발,
베란다에 내려앉은 새, 함께 걷는 길, 사진을 찍는 순간, 인사동의 쌍화차 한 잔 같은 것들이 작품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그 일상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화백은 평범한 순간 속에서 생의 본질을
발견한다. 손자의 신발을 닦는 행위는 사랑의 의식이 되고, 종달새 한 마리는 아버지의 기억을
불러오는 영혼의 매개가 된다. 함께 노래하고 걷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관계를 회복하는 치유의
시간이 된다. 이 점에서 조광순의 시화는 일상의 성화라고 부를 만하다. 평범한 삶의 장면들이 시와
그림을 통과하면서 고요한 빛을 얻는다. 독자는 그 빛 속에서 자신의 가족, 자신의 어머니, 자신의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4. 칠순의 문턱에서 보여주는 실존적 성찰과 생의 의지
이 시화집은 따뜻한 가족 서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달릴 수 있는 만큼」과 「겨울 자작나무」에서는
예술가 자신의 삶을 향한 깊은 성찰이 드러난다. 「달릴 수 있는 만큼」의 적토마는 경쟁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속도로 삶의 들판을 건너가려는 주체적 인간의 상징이다. 조광순 화백은 남과
겨루는 속도가 아니라,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 방식으로 계속 달리겠다고 말한다. 이것은 나이와
한계를 의식하면서도 멈추지 않으려는 예술가의 선언이다. 반면 「겨울 자작나무」는 더 깊고
고요하다. 비어 있음이 오히려 무거워지는 노년의 감각, 지나온 시간을 흰 나무에 덧칠하는 마음,
그리고 말보다 색으로 남고 싶은 예술가의 소망이 담겨 있다. 여기서 겨울은 끝이 아니라 정화의
시간이다. 조광순 화백은 생의 겨울 앞에서도 품격 있는 은백색의 정신을 보여준다.
5. 위로와 연대, 그리고 예술이 남기는 영원한 빛
조광순 시화집의 마지막 미덕은 독자에게 건네는 위로이다. 이 위로는 가볍지 않다. 삶의 고통,
이별, 노쇠, 부재, 외로움을 충분히 지나온 사람이 건네는 깊은 위로이다. 「우리 함께」는 그 위로를
관계의 언어로 풀어낸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노래하고, 함께 걷고, 함께 시를 쓰는 순간 인간은
다시 맑아진다. 「인사동 사람들」에서는 예술가와 사람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진다. 조광순 화백에게 예술은 혼자만의 고백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다리이다.
결국 이 시화집은 사랑의 기록이며 기억의 정원이고, 빛으로 쓴 생의 찬가이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가족을 향한 사랑, 손자를 바라보는 기쁨, 예술가로서의 다짐,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이 한 권의 시화집 안에서 조화롭게 피어난다. 조광순 화백은 사라지는 것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꽃으로 피우고, 색으로 붙잡고, 시로 다시 살린다. 그래서 이 시화집은 한 예술가의 개인적
고백을 넘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그리움과 사랑을 깨우는 서정의 성전이 된다. 빛과 색채,
시와 그림으로 지어진 이 아름다운 정원은 오래도록 독자의 가슴속에서 지지 않을 것이다.
― 빛과 색채, 사랑과 기억으로 세운 서정의 정원
나용준 (문학박사, 시인, 평론가)
1. 시와 그림이 서로를 완성하는 상생의 미학
조광순 화백의 시화집은 단순히 시 옆에 그림을 곁들인 작품집이 아니다. 이 책에서 시와 그림은
서로의 장식물이 아니라, 서로를 해석하고 완성하는 두 개의 영혼이다. 시가 말로 다하지 못한
감정의 떨림은 그림의 색채로 번지고, 그림이 침묵 속에 품고 있던 정서는 시의 언어를 통해 독자의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특히 조광순 화백의 작품에서 색채는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다. 붉은 꽃,
황금빛 대지, 은백색 자작나무, 푸른 새, 무지갯빛 초상은 모두 하나의 감정이며 기억이며 기도이다.
색은 말보다 먼저 마음을 두드리고, 시는 그 색채가 품고 있는 내면의 이야기를 조용히 풀어낸다.
이처럼 조광순의 시화는 문학과 회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낸다. 시를 읽으면
그림이 더 깊어지고, 그림을 바라보면 시의 여운이 더 오래 남는다. 이것이 바로 이 시화집이 지닌
가장 큰 미학적 성취이다.
2. 어머니와 가족, 생의 근원을 향한 깊은 헌사
이 시화집의 가장 뜨거운 중심에는 어머니와 가족이 있다. 「엄마의 정원」, 「어머니를 위한 기도」,
「어머니의 초상화」는 조광순 화백의 모성 삼부작이라 할 만큼 깊고 애틋하다. 여기서 어머니는 한
개인의 어머니를 넘어, 생명을 품고 견디며 사랑으로 세계를 지탱해온 존재의 상징으로 확장된다.
화백은 어머니를 슬픔 속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다. 주름진 얼굴, 굳은 손, 시린 눈동자 속에서도 다시
빛을 발견한다. 어머니의 고통을 그림으로 어루만지고, 시로 기도하며, 색채로 다시 피어나게 한다.
그래서 조광순의 어머니는 늙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정원과 꽃과 빛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가족」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가족은 행복만 있는 공간이 아니다. 노여움, 슬픔,
이별, 아픔까지 함께 견디는 생명 공동체이다. 조광순 화백은 가족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그
안에서 숨 쉬는 사랑을 발견한다. 이것이 이 시화집의 따뜻한 힘이다.
3.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성스러운 순간들
조광순 화백의 시선은 거창한 사건보다 일상의 작은 장면에 오래 머문다. 손자의 작은 신발,
베란다에 내려앉은 새, 함께 걷는 길, 사진을 찍는 순간, 인사동의 쌍화차 한 잔 같은 것들이 작품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그 일상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화백은 평범한 순간 속에서 생의 본질을
발견한다. 손자의 신발을 닦는 행위는 사랑의 의식이 되고, 종달새 한 마리는 아버지의 기억을
불러오는 영혼의 매개가 된다. 함께 노래하고 걷고 그림을 그리는 일은 관계를 회복하는 치유의
시간이 된다. 이 점에서 조광순의 시화는 일상의 성화라고 부를 만하다. 평범한 삶의 장면들이 시와
그림을 통과하면서 고요한 빛을 얻는다. 독자는 그 빛 속에서 자신의 가족, 자신의 어머니, 자신의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4. 칠순의 문턱에서 보여주는 실존적 성찰과 생의 의지
이 시화집은 따뜻한 가족 서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달릴 수 있는 만큼」과 「겨울 자작나무」에서는
예술가 자신의 삶을 향한 깊은 성찰이 드러난다. 「달릴 수 있는 만큼」의 적토마는 경쟁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속도로 삶의 들판을 건너가려는 주체적 인간의 상징이다. 조광순 화백은 남과
겨루는 속도가 아니라,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 방식으로 계속 달리겠다고 말한다. 이것은 나이와
한계를 의식하면서도 멈추지 않으려는 예술가의 선언이다. 반면 「겨울 자작나무」는 더 깊고
고요하다. 비어 있음이 오히려 무거워지는 노년의 감각, 지나온 시간을 흰 나무에 덧칠하는 마음,
그리고 말보다 색으로 남고 싶은 예술가의 소망이 담겨 있다. 여기서 겨울은 끝이 아니라 정화의
시간이다. 조광순 화백은 생의 겨울 앞에서도 품격 있는 은백색의 정신을 보여준다.
5. 위로와 연대, 그리고 예술이 남기는 영원한 빛
조광순 시화집의 마지막 미덕은 독자에게 건네는 위로이다. 이 위로는 가볍지 않다. 삶의 고통,
이별, 노쇠, 부재, 외로움을 충분히 지나온 사람이 건네는 깊은 위로이다. 「우리 함께」는 그 위로를
관계의 언어로 풀어낸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노래하고, 함께 걷고, 함께 시를 쓰는 순간 인간은
다시 맑아진다. 「인사동 사람들」에서는 예술가와 사람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진다. 조광순 화백에게 예술은 혼자만의 고백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다리이다.
결국 이 시화집은 사랑의 기록이며 기억의 정원이고, 빛으로 쓴 생의 찬가이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가족을 향한 사랑, 손자를 바라보는 기쁨, 예술가로서의 다짐,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이 한 권의 시화집 안에서 조화롭게 피어난다. 조광순 화백은 사라지는 것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꽃으로 피우고, 색으로 붙잡고, 시로 다시 살린다. 그래서 이 시화집은 한 예술가의 개인적
고백을 넘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그리움과 사랑을 깨우는 서정의 성전이 된다. 빛과 색채,
시와 그림으로 지어진 이 아름다운 정원은 오래도록 독자의 가슴속에서 지지 않을 것이다.
미소 너머, 사랑의 결 (조광순 시화집)
$2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