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거리볼거리천지삐까리!”
칠곡할머니들의슬기로운노년생활
귀염뽀짝한8090할머니들의유쾌하고소소한일상
어떤것은처음엔잘보이지않는다.저자에게칠곡군약목면도그랬다.그곳의첫인상은반쯤도시화가진행되다멈춰버린듯한밋밋한공간이었다.그러나몇달이지나자할머니를따라천천히돌아다니던저자의눈에그곳의매력이하나둘들어오기시작한다.구불구불정겨운골목,담벼락위나른한고양이들,변화무쌍한저수지,장독대위에툭툭파문을일으키는빗방울…평범한풍경속에서발견하게된은은한아름다움.공간은달라진것이하나도없는데,바라보는시선이달라진것.그래서일까.할머니들의일상을바라보던시선에도변화가찾아온다.삶의관점도바뀐다.과거에는“재미있게살고의미있게죽자”라고생각했다면“재미있는것이의미있는것이다”라고생각하게된것.할머니들의일상도더이상단조롭게보이지않는다.여유롭고따뜻한저자의시선은,느릿느릿하지만활기넘치고외롭지만한없이귀여운할머니들의모습에정직하게가닿는다.
아마도,‘거의아트의경지로끌어올린’화투이야기,노래자랑대회참가이야기,좋아하는사람들을위해만드는국수이야기,위로와치유의공간인빨래터이야기,푸시킨시를좋아해주머니에시구(詩句)를넣고다니는할머니이야기,생전처음가보는우체국이야기,문자메시지가아니라문자멧돼지를보낸할머니이야기,이른봄날재미를찾아서나물을캐러가는이야기등은할머니들의속도에자신을맞추었을때비로소보이게된것들이었을터이다.
보통‘나이듦’이라는단어는부정적인감정을불러일으키곤한다.나이가들어움직임이줄어들면사는재미가확실히떨어지는것도사실.칠곡할머니들과꿈같은시간을보낸이책의저자는재밌게나이드는가장좋은방법으로한가지를제안한다.어깨,허리,무릎어디안쑤시는데가없더라도몸을움직여자신을설레게하는곳으로가라고.그리고설렘의시작은‘배움’이라고.저자가보기에,할머니들에게문해학교는“설렘으로들어가는좁은문”이었다.
이처럼이책은느릿하면서도재미있고소박하게사는인생에대해,배움과설렘으로가득한노년의시간에대해성찰하는에세이라할수있다.달리보면한영화감독이무미건조하게반복되는일상을보내는이들에게보내는일종의‘재밌게나이듦’챌린지제안서로도읽힌다.그것이한글이든,춤이든,글쓰기든‘설렘’을자기삶에들어오게하면,이전과는다른삶을살게된다는것.
“가마이보니까시가참만타/여기도시/저기도시/시가천지삐까리다.”덧붙여이책에수록된칠곡할머니들의순수하고담백한시들과그림작가주리의섬세하고감성적인그림은또다른깊은감동을전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