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전쟁 (기억이 되지 못한 그날의 이야기)

기억의 전쟁 (기억이 되지 못한 그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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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할아버지의 침묵에서부터 시작된
영화 〈기억의 전쟁〉 제작진의 5년여의 여정
참전군인이었던 할아버지의 기억에서부터 출발해 베트남 중부의 수많은 증오비와 위령비를 지나 비석 너머의 이야기에 닿기까지, 그리고 50년 넘게 그 이야기를 품어온 ‘사람’을 만나기까지 영화 〈기억의 전쟁〉 제작팀이 걸어온 5년여의 여정을 책에 담았다. 영화 〈기억의 전쟁〉이 “베트남전 참전으로 경제개발을 이루었다”라고 말하는 한국의 공식 기억과 참전군인의 기억, 그리고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기억이 충돌하는 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책 『기억의 전쟁』은 그 충돌 지점에서 카메라를 든 이들이 매순간 직면해야 했던 고민과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마음을 보여준다. ‘기억의 전쟁’ 한복판에서 증언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제작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단순한 영화의 제작기를 넘어 타인의 고통에 다가설 때 필요한 태도와 기억을 함께 나눈다는 것의 의미를 성찰하게 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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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길보라

작가이자영화감독이다.농인부모로부터태어난것이이야기꾼의선천적자질이라고믿고글을쓰고영화를만든다.저서로는『길은학교다』『로드스쿨러』(공저)『반짝이는박수소리』『우리는코다입니다』(공저)『해보지않으면알수없어서』가있고,연출한영화로는〈로드스쿨러〉〈반짝이는박수소리〉〈기억의전쟁〉이있다.

목차

들어가며4
프롤로그:기억의조각들10

1부프리프로덕션
2015년1월31일제작노트
#1기억의시작
ㆍ같고도다른시선의만남(이길보라)
ㆍ베트남전쟁과프로듀서의일(서새롬)
ㆍ20세기의벽너머로(곽소진)
2015년2월7일제작노트
#2카메라를내려놓다
ㆍ그날이오면온마을은향냄새로가득하다(서새롬)
ㆍ증오비와위령비가말하는것(이길보라)
ㆍ길위에서포개지는시간(곽소진)
#3이야기가될수없는이야기
ㆍ“제할아버지는참전군인이었어요”(이길보라)
ㆍ“누구를용서해야할지모르겠다”(곽소진)

2부프로덕션
2016년2월23일제작노트
#1어떤기억의부재
ㆍ“전쟁도격렬하지만평화역시격렬하구나”(이길보라)
#2‘기념’과‘기억’의시차
ㆍ건너편에서바라보다(이길보라)
ㆍ기념의공간과기억의공간(이길보라)
#3증언,그안과밖의시간
ㆍ그날의기억(이길보라)
ㆍ살아남은사람들을위한시간(서새롬)

3부포스트프로덕션
#1기록의방식
ㆍ기억과질문으로만들어진영화(조소나)
ㆍ제3의시선을찾아서(이길보라)
#2다시카메라를들다
ㆍ영화는아직끝나지않았다(조소나)
ㆍ“인물이변화하고있어요”(이길보라)
#3어떻게기억을마주할것인가
ㆍ“나의이야기를들어달라”(조소나)
ㆍ“아이들이왜미안해하는거죠?”(이길보라)

4부개봉
#1기억의문을열다
ㆍ새로운여정의시작(이길보라)
ㆍ코로나와다큐멘터리라는장르영화의삶(조소나)
ㆍ관객과의만남(이길보라)
#2끝나지않은기억의전쟁(이길보라)
#3여성촬영자,시선의방향과사각지대(곽소진)

부록
ㆍ응우옌티탄인터뷰279
ㆍ모두가각자의기억을이야기할때(응우옌응옥뚜옌)
ㆍ영화〈기억의전쟁〉이촉발한사회운동의윤리
:한국사회의‘저항’과‘양심’담론을생각한다(정희진)

출판사 서평

“할아버지는참전군인이었다”
1968년그날,베트남의기억에다가가다

참전군인이었던할아버지의기억에서부터출발해베트남중부의수많은증오비와위령비를지나비석너머의이야기에닿기까지,그리고50년넘게그이야기를품어온‘사람’을만나기까지영화〈기억의전쟁〉제작팀이걸어온5년여의여정을책에담았다.영화〈기억의전쟁〉이피해자들의증언을중심으로베트남중부마을의‘따이한(??iH?n,大韓)제사’와한국의베트남전쟁전몰장병위령제,베트남전쟁증적박물관과월남파병용사만남의장,“내가똑똑히봤어.한국군이었어”라는피해자의증언과“양민학살은없었다”고외치는참전군인의증언을오가며서로충돌하는기억에초점을맞추고있다면,책『기억의전쟁』은그충돌지점에서카메라를든이들이매순간직면해야했던고민들을보여준다.
이길보라감독이〈기억의전쟁〉프로젝트를시작하게된것은할아버지와할머니의서로다른침묵을이해하고싶은바람때문이었다.베트남전쟁참전군인이었던할아버지로부터도,‘이혼비’를벌기위해베트남에간남편대신전장에서보내온돈으로가족을건사한할머니로부터도전쟁에대해들을말이없다는사실을깨닫고이길보라감독은스스로베트남의기억에다가서기로마음먹는다.그리고국가적으로는경부고속도로건설과한강의기적으로,가족들에게는초콜렛과산요카세트로,‘풍요와발전’의서사안에매끄럽게통합되는베트남전쟁을둘러싼기억자체에의문을품는다.“1968년에일어났던학살을어떻게기억하고기록할것인지궁리했던과정은이십대에서삼십대로건너오며부딪쳤던부조리와불합리를이해하려는시도이기도했다”는이길보라감독의고백은개인의서사에서부터출발해전쟁과학살,국가폭력의문제에다가서려는이긴여정의방향을짐작하게한다.

“고엽제후유증은할아버지에게암과함께상패도남겼다.할아버지는후유증을인정받아받은상패를대통령표창장과나란히집한가운데에진열했다.먼지가앉을새라수건으로정성껏닦곤했는데…할머니는그래도나라에서상이군인으로인정해주어수당도나오고보훈병원에다닐수있는거라며,그게‘혜택’이라며병원에갈짐을쌌다.”(12쪽)

“카메라를내려놓은곳에서부터
영화는시작되었다”
베트남중부의증오비와위령비를지나
비석너머의이야기에가닿기까지

2015년겨울,평화기행과빈안학살49주기위령제에참석하기위해카메라를들고베트남에도착한제작진이마주한것은베트남중부마을곳곳에자리한위령비와증오비였다.그곳에서“증오가형상을가지고있는”듯한비석과그위에적힌비문,그리고학살희생자들의이름혹은이름조차남기지못한수많은‘보자인(VoDanh,‘무명’이라는뜻의베트남어)’을눈에새긴다.제작진은먼저카메라를내려놓기를택한다.대신꽃을바치고,향을피우고,마을사람들이나눠주는독한술을받아마신다.촬영감독인곽소진은이러한결정이“영화를만드는스태프이기이전에학살지앞에선한사람으로서내마음이완전히손상되지않을수있도록”해준배려였다고기억한다.그리고그것은“지금당장눈앞에서눈물을흘리고있는사람을촬영하지않을권리,고통의내부에있는사람을촬영하지않을권리를포함하는것”이기도했다.
아직도하미마을에가면학살당시희생된마을주민135명의넋을기리는위령비의비문이연꽃문양대리석아래감춰져있다.한국정부와베트남정부가학살당시상황을묘사한비문의내용을문제삼자마을주민들이비문을삭제하는대신덧씌우기를택한것이다.제작진은“보고싶지않은,그래서보이지않도록가려두는마음”이여전히한쪽의기억을지배하는‘기억의전쟁’한복판에서,촬영을한다는건카메라로인해발생하는긴장감을끊임없이의식하는과정이었다고말한다.카메라를사이에두고용서받고싶은사람과용서할수없는사람,잊고살수있는사람과잊을수없는사람,일상을비집고들어간사람과그들이떠난뒤에도일상을살아야하는사람사이의좁힐수없는간극을깨닫는다.그럼에도불구하고“전쟁을재현하는게아니라피해자가살고있는세상을재현하려는”의도를조심스럽게실현해나가는제작진의행보는“전쟁과학살이라는무거운사건앞에서피해자역시일상을사는사람이라는아주평범한진실”을간과하지않으려는노력이영화〈기억의전쟁〉을만든동력이었다는것을보여준다.

“제작팀은혹시나모르는마음에카메라를가지고갔지만아무것도찍을수없었다.대신꽃과향을올리고,절을하고,위령비에새겨진읽을수없는이름을하나씩눈에담았다.…우리는마을사람들이모두돌아간다음들판에부는바람을찍었을뿐이다.그것도아주오랫동안.”(63쪽)

“아무리자세히듣는다해도
나는그의삶에대해알지못할것이다“
비非남성의시선으로
전쟁과학살을마주한다는것

프로덕션기간내내제작진은음력설이면베트남을찾았다.1968년‘구정대공세’라고불린대규모군사작전이있었고,이시기에특히베트남중부꽝남성에서민간인학살이많이벌어졌다.설연휴를전후로학살을당한이들을기리는위령제와제사가연이어열리는것은그때문이다.프로듀서서새롬은제사음식을함께준비하고,향과절을올리고,제삿밥을나눠먹고,그사이사이증언자들의이야기를듣는행위를“기억을함께하는일”로,프로덕션의중요한과정으로설명한다.딘껌,응우옌럽,응우옌티탄세명증언자들의학살당시경험에주목하지만,그들의감정을억지로끌어올리거나관객의감정을자극하려는시도를하지않는영화의미덕은어쩌면그런노력덕분에만들어진것인지도모른다.통역사응우옌응옥뚜옌이이책의부록에서지적한것처럼“등장인물들은슬픈기억을되짚으면서도카메라를향해따뜻한목소리로이야기하듯증언”한다.
여성학자정희진은책에실린영화에대한해제글에서영화의영어제목인‘언톨드Untold’를코다(CODA,농인부모에게서태어난자녀)정체성을가진감독의세계와말을빼앗긴여성화된타자의세계가만나는이중의의미로읽는다.책에는이두세계가만나는지점에서세명의주인공들을섭외하게된과정과사연이상세히담겨있다.학살당시다낭에있어가까스로학살은면했으나고향으로돌아와땅을개간하다불발탄이터져시각장애인이된응우옌럽,퐁니ㆍ퐁넛학살에서오빠를제외한온가족을잃고고아로살아온응우옌티탄,하미학살을두눈으로목격하고다낭으로도망가한국군의구두를닦으며생계를이어온농인딘껌,제작진은공식언어가포착하지못한,혹은포착하지않은이들의기억에다가서며우리의기억이배제해온다른기억들을카메라에담는다.그과정에서무엇을,어떻게기억해야할지끈질기게묻는다.
책에는영화에서는방한장면에아주잠시등장하는빈안학살피해자인응우옌떤런의목소리도생생히담겨있다.빈안(B?nhAn,平安)은더이상쓰지않는지명으로,학살이후‘평안한마을’이라는뜻의원래지명을쓸수없다는마을주민들이뜻을모아마을이름을폐허위에마을을재건했다는의미를담은떠이빈(T?yVinh,西榮)으로바꾸었다.런아저씨를만나그가운전하는오토바이뒤에서전쟁이전이나이후나변함없이흐르는꼰강의물줄기를훑으며촬영감독은“언제나같은자리에있는풍경의의미가뒤집어지는상황”에대해자문한다.“억울한죽임을당한자들은있는데죽인자들은없으니누구를어떻게용서해야할지도모르겠다”고말하며용서를유보할수밖에없는상황을안타까워했던런은지난2020년향년69세의나이로작고한다.제작진은그가생전에쓴,용서할대상을찾을길없어수취인이불명확한채로남은편지두통을책에수록했다.

“문서속에서런아저씨의젊은얼굴을보는순간나는내가그에대해아는것이거의없음을깨닫게되었다.…그의몸에얼마나많은수류탄파편이박혀있는지,자신과여동생을끌어안았던어머니의몸이얼마나끔찍하게훼손되었는지,여동생과어머니가차례로숨진그날밤그가몇번을기절했는지에대해아무리자세히듣는다고하더라도나는그의삶에대해알지못할것이다.”(93쪽)

“아버지가한일을아이가갚을순없잖아?
누가그죗값을치를수있겠어”
기억과용서에관한
가장개인적이면서정치적인다큐멘터리

“우리는진즉이전쟁을끝냈습니다.저는진심으로여러분들도여러분마음속의전쟁을빨리끝내길기원합니다.”(119쪽,응우옌떤런의편지가운데)

2015년베트남중부증오비와위령비앞에서시작해3년에걸쳐진행된촬영은포스트프로덕션단계에서“인물의변화를뒤쫓아야한다”는조소나프로듀서의물리칠수없는제안으로‘베트남전쟁시기한국군에의한민간인학살진상규명을위한시민평화법정’추가촬영까지감행해4년만에끝을맺는다.영화의오프닝을장식하기도한시민평화법정에서응우옌티탄은한국어로진행된재판내내자리를지키며최후변론에서객석의참전군인으로보이는이들을향해학살에가담한사람이있다면올라와자신에게사과할것을요구했다.
단편「신짜오신짜오」에서같은기억과상처를어루만진적있는최은영소설가는이책의추천사에서“‘기억한다’는것은이미종료된일을봉합하는것이아니라봉합될수없는상처를계속바라보는일”이라는것을,제작진의여정속에서알게되었다고말한다.그의말에화답이라도하듯제작진과〈기억의전쟁〉의행보는지난2020년2월영화를개봉한이후에도계속되고있다.비록하루확진자가코로나19국내감염이시작되고최고치를기록한날에개봉하는불운을맛보았지만,그래서응우옌티탄을초청하려던계획도모두물거품이되고말았지만최악의상황에서도십여차례관객과의대화를가졌고,개봉당시영화관을찾지못했던이들이십시일반으로공동체상영을열기도했다.
작년4월영화개봉이후,응우옌티탄은베트남전쟁시기민간인학살사건에관한손해배상청구소장을접수했다.한국군에의한민간인학살피해자가한국정부를상대로낸첫번째소송이었다.이길보라감독의말처럼영화제작은끝나도증언자들의여정이계속되는한,이영화가들려줄이야기도계속될것이다.영화〈기억의전쟁〉은올2월25일재개봉을앞두고있다.영화의제작과정을면밀한시선으로되짚고있는책『기억의전쟁』은단순한제작노트를넘어독자들로하여금타인의고통에다가설때필요한태도와기억을함께나눈다는것의의미를성찰하게한다.

“우리의잘못이아니라고,너희의죄가아니라고한그의말은현장에서나를구원했다.그말로죄책감을덜수있었다.…그런데곱씹을수록말의의미가다르게느껴졌다.어쩌면당신은너희들이무엇을해도시간을돌릴수는없을거라고,과거를바꿀수는없을거라고말했던건아닐까.죽은사람은다시돌아오지않고,일어났던학살은없었던일이될수없다고.”(1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