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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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바이러스가 한창 위세를 떨치던 2020년 6월, 『팬데믹 패닉』으로 전례 없는 위기의 규모와 의미를 발 빠르게 진단했던 지젝이 초기의 혼란이 지나고 지난 1년간, 끊임없이 지연되고 있는 출구의 시간대를 기록했다. 이 책은 문화 전쟁의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마스크 거부 운동에서부터 출발해 수확되지 않은 작물이 썩어가고 있는 미국의 농장과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고 외치는 시위 현장을 거쳐, 목숨을 걸고 일을 하는 필수 노동자들과 노동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기업, ‘비대면’ 사회를 지향하며 정부가 내놓는 새로운 뉴딜 정책과 일론 머스크의 당황스러운 돼지 실험 등이 가져올 전망을 비판하며 팬데믹 시대의 복잡한 풍경을 대담하게 그려낸다. 포퓰리즘과 음모론, 그리고 코로나 피로감이 ‘알려고 하지 않는 의지’를 전방위에서 추동하고 있는 오늘, 지젝은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를 써내려가며 위기의 본질을 이해할 결정적인 사유의 단서들을 제공한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만 통제할 수 있다면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인간이 육체를 벗어나 정신화된 혹은 디지털화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으리라는 포스트휴먼의 미래도 결코 우리의 전망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모든 것을 바꾼 충격이라고는 하지만 동시에 실제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지젝의 통찰은 코로나 시대에 대한 가장 철저한 반성문처럼 읽힌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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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슬라보예지젝

1949~
우리시대가장논쟁적인철학자이자가장중요한사상가로꼽히는인물.슬로베니아류블랴나에서태어나류블랴나대학교에서철학박사학위를,파리8대학교에서정신분석학박사학위를받았다.컬럼비아대학교,프린스턴대학교,파리8대학교,런던대학교등에서강의와연구를진행했다.현재슬로베니아류블랴나대학교사회학연구소에서선임연구원으로재직하고있다.
그는급진적정치이론,정신분석학,현대철학분야에서의독창적인통찰을바탕으로인문학,사회과학,예술,대중문화를자유롭게넘나들며전방위적사유를전개하는독보적인철학자다.스스로‘정통라캉주의적스탈린주의자’,‘마르크스주의자’등으로부르며,‘저항’과‘혁명’,‘공산주의’논의에끊임없이불을지피고있다.
『이데올로기의숭고한대상』,『신을불쾌하게만드는생각들』,『새로운계급투쟁』,『실재의사막에오신것을환영합니다』,『까다로운주체』,『폭력이란무엇인가』,『처음에는비극으로,다음에는희극으로』,『천하대혼돈』등다수의저작을펴냈다.실천하는이론가로서그의면모는코로나바이러스감염병상황에서도어김없이발휘되어,전작『팬데믹패닉』은〈가디언〉으로부터“지젝은이책으로역사적위업을달성했다”라는극찬을받은바있다.『잃어버린시간의연대기』에서지젝은초기의혼란이후봉쇄와해제가반복되며팬데믹에대한피로감이깊어지던지난1년을더첨예한시선으로돌아본다.한국어판에는서문을포함하여특별히네편의원고를단독수록했다.

목차

서문팬데믹의삶을노래하자

1부팬데믹시대의증상들
1장왜철학자에게작물수확에관한글을쓰라고하는가
2장코로나바이러스,지구온난화,착취:동일한투쟁
3장동상파괴는왜급진적이지않은가
4장아버지……혹은그보다못한
5장사회적거리두기시대의섹스
6장돼지와인간의(시원찮은)멋진신세계
7장접촉금지의미래는필요없다
8장천국에서의죽음

2부급진적정치학의미래
9장그레타와버니는어디에있나?
10장맞아요,붉은알약……그런데어떤것?
11장수행하기어려운단순한것들
12장전시공산주의
13장민주주의의한계
14장현재의정세:우리의선택

(결론아닌)결론알지않으려는의지
부록권력,허상,그리고외설에관한네가지성찰
옮긴이해설팬데믹을다시사유하자

출판사 서평

“다가올더큰역경앞에서
우리모두는철학자가되어야한다.”

현실이품은환상을꿰뚫는유일무이한시선
위기의철학자,지젝이다시돌아왔다!
영구적인감염병의시대,철학의쓸모는무엇인가

『팬데믹패닉』이후1년,정지되었던시간의의미를되짚다

“팬데믹은모든것을바꾼충격이었지만
동시에실제로변한것은아무것도없다.”_본문중에서

2019년12월에시작된코로나바이러스팬데믹이2년차를맞이했다.그동안많은것이바뀌었고,아직도팬데믹은쉽게수그러들기세를보이지않는다.바이러스가한창위세를떨치던2020년6월,『팬데믹패닉』으로전례없는위기의규모와의미를발빠르게진단했던지젝이초기의혼란이지나고지난1년간,끊임없이지연되고있는출구의시간대를기록했다.전작에서“우리는모두같은배를타고있다”는현실을강조했다면이번책에서는팬데믹상황에서도드러나는인종과계급차별을부각하고,그위기의징후를지구온난화,환경파괴,삶의디지털화,새로운포퓰리즘의등장과정신건강의문제로까지확대하여포착하고있다.이로부터우리는점차적으로번질전지구적위기(‘퍼펙트스톰’)를더생생하게그려볼수있다.모든것을바꾼충격이라고는하지만동시에실제로바뀐것은아무것도없는현실을날카롭게지적하는지젝의통찰은마치영화의플래시백처럼우리로하여금지난2년의시간을돌이켜보게한다.그리고팬데믹이전의삶으로돌아가고자하는열망이그어느때보다커지고‘코로나바이러스피로감’이확산되고있는지금,이세계를지속가능하게하는것은우리가지나온,그잃어버린시간들속에서팬데믹을더철저하게사유하는일이라는것을깨닫게한다.

평화롭게살지도,손쉽게죽지도못한채지루하게이어지는이상한삶
출구없는시간의우울증적구조를파헤치다

“백신에거는희망과새로운변이바이러스의확산이뒤섞인지금,
우리는끝없이늦춰지는신경쇠약속에살아간다.”_본문중에서

출구의시간대가계속해서미뤄지고있다.2020년봄만해도정부는2주가량의봉쇄나다른방역조치가끝나면상황은나아질거라말했다.그해여름이지나면서2주는두달이되고,또1년이되었다.2021년현재,백신이개발되고접종을시작하며낙관적인분위기에부풀었던세계가변이바이러스의등장으로다시침울하게가라앉았다.지젝은팬데믹초기의충격을지배한감정은두려움이었지만뚜렷한전망이제시되지못하는상황속에서두려움이우울증으로넘어갔다고진단한다.명확한위협이있을때생겨나는감정이두려움이라면,우울증은우리의욕망자체가사라지고있다는신호다.그러나버텨내려는의지를상실하게하는이러한우울증적반응은팬데믹이불러온심리적충격의일부일뿐이다.
전면봉쇄와거리두기가시행되는와중에독일의광장에서,영국의해변에서,그리고미국전역에서마스크쓰기를거부하고,정부의방역조치에맞서는시위가있었다.우파포퓰리스트는코로나바이러스위기가과장되었다는음모론을설파하고,일부급진좌파는정부가이번위기를기회로자국민을완전히통제하려고한다며팬데믹에맞서싸우기를거부했다.지젝은지난1년동안유럽을비롯한대부분의나라를지배한“삶은지속된다”는구호,일상으로복귀하고자하는열망을일종의정신병적징후,집단적광기로해석하기를주저하지않는다.그징후의결말은지젝에게‘세계의또다른종말’에다름아니기때문이다.인간의심연을가린다는이유로마스크쓰기를거부한아감벤의시(“사랑이폐지되었다”)는지젝에게와서정확히이렇게비틀어진다.“의료가폐지되었다/자유라는명분으로/이제자유가폐지될것이다./생명이폐지되었다/인류라는명분으로/이제인류가폐지될것이다.”

영구적인감염병과음모론의시대를사는우리에게지젝이건네는붉은알약
팬데믹의진짜현실은무엇인가?

“이는우리모두가내려야만하는선택이다.
무지에의의지라는유혹에굴복할것인가,
아니면정말로기꺼이팬데믹을사유할것인가?.”_본문중에서

지젝은“왜철학자가작물수확에관한글을써야하는가”라는흥미로운질문을던지며책의포문을연다.비좁은막사에서잠을자는농장노동자수백명이한꺼번에집단감염되어수확하지못한작물들이여기저기서썩고있는사태,“숨을못쉬겠다”는조지플로이드의마지막말에공명하듯백인보다더높은확률로바이러스에희생되는흑인들,재택근무가결과적으로노동자들에게비용을전가하며새로운착취의형태로등장하는현상,봉쇄조치로목숨을걸고있을할것인가,일을하지않고죽을것인가의선택에놓인필수영역의노동자들등바이러스의창궐과함께표면화된이러한문제들은단순히의료분야에국한되지않고전지구적인자본주의동력과분리할수없는팬데믹의본질을드러낸다.팬데믹은작물수확처럼철학과아무런관련이없어보이는문제조차인간의실존과직결된“속속들이정치적인”문제로만들어버렸다는것이지젝의진단이다.
그렇다면이러한팬데믹에맞서‘포스트코로나’를상상한다는것은무엇일까.일단디지털의힘을빌려‘비접촉사회’혹은‘비대면사회’로나아가자는정치권의새로운뉴딜정책은그답이될수없다.이런식으로출구를모색하는것은마치‘거리두기’가팬데믹이전에는존재하지않았고,우리에게과거에‘사회적관계’라는것이있었던것같은착각을하게만든다.비슷한맥락에서인간존재들을집단적인‘네트워크로연결된두뇌’에접속시켜언어를거치지않고도소통할수있게만들겠다는일론머스크의프로젝트의허구성역시드러난다.지젝은우리의삶뿐아니라정신까지디지털화하려는팬데믹시대의열망은자본주의이후를사고할수없는우리의무능함을드러낼뿐이라말한다.
바이러스만통제할수있다면과거의일상으로돌아갈수있을거라는믿음도,인간이육체를벗어나정신화된혹은디지털화된형태로존재할수있으리라는포스트휴먼의미래도결국우리의전망이될수없다.지젝이제시하는포스트코로나정치학은오늘의위기가수십년전부터지속해온문제의발현이라는것을깨닫는데서부터출발한다.그의핵심전망이기도한‘전시공산주의’는따라서바이러스에맞선인류의전쟁이아니라인간중심의착취체제에맞선인류공통의싸움이다.우리가되찾으려는‘일상’이차별과착취가온존하는끔찍한현실이되기를바라지않는다면,우리는먼저모든것이달라진듯보이지만결코달라지지않는차별의시스템에문제제기해야한다는것이다.

20세기에우리는세계를너무빠르게바꾸려했다
이제그변화를새롭게따져볼시간이다
‘뉴노멀’과‘비대면사회’를넘어서는포스트코로나에대한급진적제언!

“낡은세계는끝이났지만
‘비접촉’의미래가우리의유일한선택은아니며,
세계의또다른종말은가능하다.”_본문중에서

‘알지않으려는의지’라는제목이붙은이책의(결론아닌)결론에서지젝은바이러스가우리의삶을위협하는이때,바이러스의작동방식을충분히‘알고자하는의지’보다오히려그에관해너무많이알려고하지않는의지가확산되는역설에주목한다.지식이우리의일상적삶에제한을가하려할경우,사람들이‘무지無知에의유혹’에빠지게된다는것이다.팬데믹을‘알고자한다는것’은그위기의복잡한총체성에눈을뜬다는의미다.즉,팬데믹에맞서는싸움이포퓰리즘과음모론에맞서고,인종차별이데올로기에저항하고,환경위기를심각하게받아들이는작업과별개의문제가아니라는사실을직시하는일이다.따라서‘낡은일상으로의복귀’가포스트코로나에대한상상을지배하게내버려둬서는안된다.자본주의를넘어서는새로운삶의방식을창안하지않는다면,우리의상황은훨씬더악화될것이다.
집단면역이라는희망이좌절되고,백신접종률이높은나라에서조차변이바이러스의등장으로확진자가다시늘고있다.팬데믹이후에는지구온난화와같은재난이우리에게훨씬더근본적인조치들을요구하는날이올수도있다.어쩌면지젝의예언처럼진짜위기는아직도래하지않은것인지모르고,우리는더큰재앙에앞서서일종의‘총연습’을치르고있는지도모른다.전과동일한시스템이매끄럽게기능하는상태로돌아가는것이진정가치있는일인지를묻는지젝의제언을귀담아들어야하는이유다.세계가‘코로나피로감’에서빠져나오지못하고있는시점에서지젝의통찰력은더욱빛을발한다.그가써내려간『잃어버린시간의연대기』는우리에게위기의징후를포착하는날카로운시선과새로운형태의삶을상상하게하는급진적인아이디어를선사해줄것이다.무엇보다지난2년의시간을진지하게사유하고자하는이들이라면코로나시대에대한가장철저한반성문처럼읽히는이책에담긴지젝의주장을경유할필요가있다.

“‘(낡은)일상으로의복귀’를꿈꾸는대신우리는새로운일상을건설하는,힘들고고통스러운길로나서야만한다.이건설작업은의학적이거나경제적인문제가아니라속속들이정치적문제다.우리는사회적삶전체를새로운형태로발명해야만한다.”_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