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부터2020년까지
읽고쓰고맞서싸운여성들의계보
여성-문학-정치를잇는가장중요한지도
『여전히미쳐있는』은1950년부터2020년까지,미국페미니즘사상을선취한여성들과그운동에헌신했던여성들의삶과글을파고든책이다.구체적으로는1950년대의실비아플라스,에이드리언리치,오드리로드부터1970년대의수전손택,글로리아스타이넘,앨리스워커를거쳐,1980년대와1990년대의토니모리슨,글로리아안살두아,주디스버틀러,이브세지윅을지나,21세기의앨리슨벡델,클로디아랭킨,퍼트리샤록우드,리베카솔닛에이르기까지,지금시대페미니스트들의삶과글을광범위하게조망하고분석한방대한저술이다.
길버트와구바는70년동안의시간을‘다른미래를상상한여성들의삶과글’‘함께맞서싸운여성들’‘서로경합하는여성들’이라는키워드로재구성해내면서,열정적인분노를강력한글쓰기로승화시킨여성들을기억하고기록한다.그런데『다락방의미친여자』의출간,즉19세기여성문학연구로파란을일으켰던두저자가오늘날의시대로눈을돌린계기는무엇이었을까.두저자는한인터뷰에서이책을집필하게된동기에대해이렇게말한다.“2016년힐러리클린턴이낙선했을때우리는우리시대의페미니즘이실패했다는생각에크게실망했다.그러나곧이어열린세계최대의여성행진을경험하면서여성운동이다시한번부활의시기로접어들었다는생각이들었고,지금세대여성들과함께하고자이책을집필하게되었다.”
이책은『다락방의미친여자』와마찬가지로경이로운활동을펼쳐나갔던여성인물들을중심으로전개된다.두저자는먼저가부장제를강요하던1950년대의가족신화를분석하면서실비아플라스,베티프리단,존디디온이자신들만의목소리를찾던일,다이앤디프리마와로레인핸스베리,오드리로드가남성들에게반기를들며공동체를결성한일,백래시로인한페미니즘운동의타격,주디스버틀러와이브세지윅등이열어젖힌퀴어이론의부상,그리고2000년들어앨리슨벡델,클로디아랭킨,N.K.제미신등에의한페미니즘부활과정을분석하면서페미니즘문학과문화의발달과정을추적한다.
이가운데역사적으로자리매김한작품들,즉실비아플라스,에이드리언리치,어슐러르귄,제임스팁트리주니어,맥신홍킹스턴,수전손택,글로리아안살두아,토니모리슨,앨리슨벡델등이발표한주요작품들을명료하고예리하게읽어낸다.나아가흑인민권운동과연대하고퀴어운동등으로점점확대되어가는페미니즘운동을폭넓게묘사하는한편,(인)문학과정치의교차점을철저하게점검한다.
독자들은이책에등장하는위대한여성작가들과활동가들의이름을한번쯤은들어보았을것이다.그러나이들간의관계,연대,갈등,그리고각각의목소리가어떤맥락속에서나왔는지일목요연하게펼쳐보여준책은드물었던터라,이들이자리하고있는위치를궁금해했던독자들도많으리라생각된다.이책은인물들의삶과관계에대한궁금증을해소해주는친절한지도이자가이드가되어줄것이다.미국의도서리뷰매체인〈커커스리뷰〉도“수많은이름사이에서헤매고있었다면이책을집어들어야한다”라고단언하기도했다.
한자리에모여한목소리로외쳤던여성들의연대
내분과비방,공격과상처로얼룩졌던여성들의갈등
페미니즘,자매애에대한이상과갈등의현실을직면하다
이책은1950년대의페미니즘의태동기부터21세기페미니스트사상가들과예술가들의외침에이르기까지의시기를10년대씩시대순으로다룬다.특히가정주부의신화가깨어지고여성들의불만이들끓던1950년대를지나,반항의기운이폭발하며여성문제가분출한1960년대를거쳐,가부장제깨부수기가본격화된1970년대의운동과글쓰기에집중한다.
1970년대에일어난여성들의각성운동은다양한결실을맺었다.정치집회,보육센터,매맞는여성들의쉼터,강간위기센터,차별철폐정책,페미니스트예술공동체,서점과출판사,여성학연구프로그램,그리고무수히많은저널들이생산되었다.수많은여성의삶에영향을미친이각성운동은지금까지도계속되어우리의삶을형성하는온갖페미니즘운동을독려하고있다.한편지금까지잘알려지지않았던문학적사실에대한이야기도읽는즐거움을한층끌어올린다.이시기동안수전손택은페미니즘성향의에세이를쓰고있었으며,토니모리슨이나앨릭스케이트슐먼,에리카종,리타메이브라운,마거릿애트우드와같은여성작가들은인종차별주의와성차별주의문제,여성의성적자유,여성의권리등다양한문제들을다루었다.
요컨대1970년대는미국의제2물결페미니즘이본격적으로전개된시기였다.여성들의연대,자매애에대한이상이한껏부풀어오른시기였다.그러나케이트밀릿,글로리아스타이넘,앨리스워커,오드리로드같은이시기의대표적페미니스트들은연대의꿈을한껏꾸면서도음모와공격으로상처받기도했다.예컨대글로리아스타이넘이CIA에협력하고있다는터무니없는공격으로여성운동의동력이한풀꺾였던에피소드나흑인작가앨리스워커와백인시인뮤리엘루카이저가보여준갈등은당시의풍경을생생하게보여준다.(더불어갈등에정면으로맞섰던오드리로드의활약을눈여겨보자.)
이렇듯여러가지갈등과파국으로인해여성운동이사그라지는듯한시기가있기도했지만,여성들은자신의입을닫아걸거나모임과집회를멈춘적이한번도없었다.1980년대의정체성정치를내세웠던다양한작가들과이론가들의목소리,1990년즈음여성운동의방향자체를재설정하려고했던주디스버틀러와이브코소프스키세지윅등퀴어이론가들과앨리슨백델과매기넬슨등예술가들의활약은새로운페미니즘경향을대표적으로보여준다.깊은성찰과대담함을보여주었고무엇보다급진적이었던이들의활동은젠더,섹스,섹슈얼리티,인종등에관한규범적범주들에균열을내면서글쓰기와운동을다양한양상으로열어젖혔다.그러므로저자들의말마따나,이시기는언론에서부풀렸던것처럼페미니즘이후퇴하거나‘죽음’에이른시기가아니라새로운탄생을위한태동기라고할수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한번도연결되지않은적이없었다.”
다른미래를상상한여성들의위대한연대와페미니즘이라는거대한물결
이책에등장하는페미니스트들은모두가정,사회내에도사린가부장제에맞서싸웠다.하지만여성들은단일한집단이아닌만큼,운동이전개되는가운데인종,정치성향,성정체성문제가겹쳐지면서상황은복잡하고다양해졌다.남성들의반격과그반격을돕는여성조력자들의행동도우려할만한사항이었다.그과정에서페미니즘주역들의고통스러웠던개인사적삶,페미니스트들간의끝나지않은싸움,여성운동계내부의적들과남성우월주의세력들에관한이야기가빈번히등장한다.하지만여성들은꺾이지않았다.
길버트와구바는단일한프리즘으로읽어낼수없는여성들의다양성을읽어내며개인적,정치적,문학적,비평적혜안을보여주었다.이들은여성작가들에대한초석연구를21세기까지아우르는연구로확장시켰다.또한1950년대부터바이든과해리스의당선에이르는현재까지의제2물결여성운동의핵심사건들과작가들을추적하면서그들은소란스러웠고폭발적이었고지금도계속되고있는미국여성작가들의저술들의지도를훌륭히그려냈다.
현대여성작가,이론가,활동가들을아우르며페미니즘을관통하는이책은여성이살아가면서경험하는숨겨진상처들을폭로하고명명하는저술들을,그리고의식화운동과각종항의시위등의중요성을잊지않고짚어낸다.여성들은시기마다새로운페미니즘전통을창조했으며,그과정을통해수세대에걸친여성들의분노와꿈을드러냈다.『여전히미쳐있는』은위대한여성작가들이어떻게새롭고다양한여성들의미래를상상했는지이해할수있게해주는소중한선물로,마치여성문학의비밀암호를풀어낸것만같은책이다.두저자의독법은예리하고,그독법은책에등장하는여성들의굴곡진삶을환히밝혀주고있다.나아가이여성들의삶은다시우리독자들을비추며,지금여기에서말과글을내보인다는것에대한성찰과지혜를전해주고있다.
표지디자인에대하여
“두저자의전작『다락방의미친여자』도그랬지만,『여전히미쳐있는』이라는강렬한제목에무척매료되었다.제목이이미다한책이라는생각에이미지요소를배제하고타이포그래피만으로작업했다.이때글꼴이무엇보다중요했기에처음부터여성글꼴디자이너의씩씩하고힘있는인상의서체를고려했다.한글글꼴은함민주디자이너의‘뉴트로닉한글’로,두꺼운민부리글꼴이지만그안에유기적인곡선의형태가살아있어부드러운느낌도갖고있다.영문글꼴은크리스타리카르(KristaLikar)와알자헬라(AljaHerlah)의‘스펙트라(spektra)’로,한글글꼴과마찬가지로군더더기없는산세리프(민부리)계열이다.우직하게무게감이있고‘M’이나‘a’‘d’의얇은속공간이둥글게처리되는디테일이돋보여최종선택했다.더불어보색대비의컬러조합으로여전히미쳐보이는데한몫하기를바라는마음을담아보았다.독자들에게도이책의유연하며강력한목소리가가닿기를바란다.”
─박연미디자이너
“글쓰기라는프리즘을통해여성들을조명한,페미니즘의비밀코드.”
-[NPR]
“지금반드시읽어야할,적시에찾아온책.현장으로돌아온두거장의후기대표작.”
-[북리스트]
“70년에걸친여성-문학-문화-정치를능숙하고섬세하게탐구한책.수많은이름사이에서헤매고있었다면이책을집어들어야한다.”
-[커커스리뷰]
“샌드라길버트와수전구바는페미니즘의거인이다.”
-[워싱턴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