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2형양극성장애를앓고있다.”
경조증,반복되는우울삽화,불면증,자살충동…
요동치는감정과이유없는우울로고통받은시간들
2형양극성장애환자의담담하지만치열한생존분투기
*에세이스트정여울추천!
“자신의가장아픈트라우마를가감없이드러낸글”_정여울
‘이렇게우울한데내가우울증이아니라고?’『가끔찬란하고자주우울한』은10여년앓아온2형양극성장애(조울증)경험을생생하면서도감각적인문체로전하는현직의사의에세이다.
‘2형양극성장애’는비정상적흥분상태의경조증과병적인우울삽화를오가는기분장애질환으로,흔히우울증으로오진되는질환중하나다.현직의사이기도한저자는‘2형양극성장애’로진단받고그질환을받아들이기까지의고통스러운여정을진솔하게회고하는한편,의사로서의직업경험을십분발휘해의학서적과논문들을찾아보면서알게된2형양극성장애의특징,우울증과의차이점등을세심하게적어놓았다.왜자신이10여년간2형양극성장애진단을부정할수밖에없었는지,정신질환자들이어떤고통을겪는지,그과정에서어떤고민을하는지,정신질환을안은채일을하고사람을만나고혼자시간을보내는것이어떤것인지등을그누구보다도솔직하게이책에담아놓았다.
우울증보다생소하지만양극성장애(조울증)는꽤흔한질환이다.연구에따르면,100명중2~3명은양극성장애환자로,생각보다는꽤많은사람들이양극성장애를앓고있다.2형양극성장애환자는주로우울한데,양극성장애환자에게항우울제를잘못처방하면증상을악화시킬수있기때문에,우울증과2형양극성장애를구분하는것은매우중요하다.저자는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는아니지만,일반인보다질환의경과와특성을잘이해하는의사로서,독자들이2형양극성장애에대해더깊이이해할수있게끔자신이겪은경험들을구체적으로서술한다.2형양극성장애인데도우울증으로오인하고있는일반인들,그리고이질환을겪는2형양극성장애환자들에게일말의도움이될것이라는생각에서다.저자는이렇게전한다.“이책이우울한,혹은우울했던누군가에게,자신이우울증이아니라양극성장애일지도모른다는생각을하게만드는단초가됐으면한다.”
이책의저자는찬란한봄처럼활기차고기분이비정상적으로들뜨는‘경조증’과이유없이시작되는극심한‘우울삽화’사이에서,20대와30대초반시절을고통스럽게보냈다.2형양극성장애를앓는환자들은대개경조증일때에는활력과에너지가넘치는상태로있다가,우울삽화때에는불면증,무기력감,자살충동에시달린다.특히양극성장애환자들의경우사망률이전체환자의10~15퍼센트에달할정도로높은데,우울증을비롯해다른어떤정신과질환보다도사망률이매우높다.
저자가정신질환진단을받은것은의과대학을다니던시절인스물세살때였다.낮은자존감,과도한수치심,자기혐오등으로칼로손목을그어버리고싶은충동에휩싸여한숨도자지못하던어느날저자는대학의상담실을찾았고,상담사의권고에따라정신건강의학과진료를받기시작했다.그때처음으로2형양극성장애진단을받았다.
그러나자신의진단명을오롯이받아들이기까지에는긴시간이걸렸다.병을인정할수없었던저자는병의원인을제거하면병이나을것이라고생각해,길고지난한정신분석을받는가하면,자존감을높이기위해더완벽하게공부하고지쳐쓰러질때까지일에몰두했다.그러나잠잠한시기는잠시뿐이었고,지독한불면과우울삽화는계속들이닥치고일상을뒤흔들었다.우울은자주찾아왔고아무이유없이시작됐다.
잦은우울삽화사이에는과도하게기분이들뜨는것이특징인경조증시기가찾아왔다.샘솟는아이디어와괴이한에너지에휩싸여밝고활력넘치게'봄날'을지내다가경조증이허망하게끝나고나면,자신앞에기다리는것은하루아침에변해버린무미건조한일상이었다.저자는경조증과우울삽화가반복될때마다술을마셨고,만취한상태에서벌어지는자기처벌적,자기파괴적인행위들을즐겼다.
그렇게병을방치하고외면했던시기동안,저자가속수무책로맞이한것은다섯번의경조증과일곱번의우울삽화였다.그리고진단을받은지10여년후,고통스러운우울로언젠가는정말스스로삶을마감할지도모른다는생각에마침내저자는자신이2형양극성장애환자라는사실을받아들이고,기분안정제를먹기시작했다.
이책을따라가다보면,‘2형양극성장애’를앓는이의복잡하면서도고통스러운내면의시간들이눈앞에펼쳐진다.우울을극복하기위해상담,정신분석,자존감훈련등갖은방법을다쓰고도번번이연패를당했던과정들,정신질환자로서의내적갈등,약물치료를받으며찾아낸평화로운나날들이촘촘하고섬세하게그려져,마치한편의영화를보는것처럼이야기에빨려들게된다.
더욱이이책은‘2형양극성장애’를앓는질병당사자가직접쓴매우드문이야기로서매우의미가있을뿐아니라,사적인고백록에머무르지않고정신질환자를향한사회적시선,무지,편견,미성숙한태도,낙인문제를환기시키는데로까지뻗어나간다는점에서도의미가깊은책이다.
저자가첫진단을받았을때우울증과양극성장애가전혀다른질환이라는것을알았다면어땠을까?지난날을뒤돌아보며저자는,양극성장애와우울증과의차이를정확히알지못해양극성장애도우울증처럼한번겪고말거라고,자존감을높이면우울하지않을것이라고,재발을막을수있을것이라고착각했던것을못내아쉬워한다.이책을쓴것도,비록자신의이야기가하나의사례일뿐일지라도,비슷한고통과고민을하는이들에게작으나마도움과위로,조언이됐으면하는바람때문이었다.
이책은양극성장애‘극복기’가아니다.여전히“가끔흔들리고,가끔잠못이루지만나름안정적인일상을영위하려고고군분투중”인현재진행형이야기다.양극성장애는만성질환이고,약을중단하면재발위험이높아서오랜기간약물치료를받아야만한다.저자는주기적으로정신의학과에가서주치를만나기분에대해상의하며,2형양극성장애를관리하며살아가는중이다.저자는이책을이렇게마무리한다.“병을극복한위대한투병기는아니지만,경조증과우울삽화에휩쓸리지않고일상을평범하게유지하며살고있는환자의용감한기록정도는되겠지.”
추천사
자신의가장아픈트라우마를가감없이드러내는글쓰기란늘최고의용기를필요로한다.이책은그런눈부신용기를보여줌으로써독자들에게커다란깨달음을선물한다.당신의우울은결코누군가의잘못이아님을.당신의슬픔은결코영원히지속되지않을것임을.트라우마를치유하기에앞서가장필요한용기는,영원히숨기고싶은나만의트라우마를있는그대로인정하는용기임을.
-정여울(『오직나를위한미술관』,『나를돌보지않는나에게』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