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는 말들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태어나는 말들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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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제11회 브런치북 대상작 『태어나는 말들』은 자살한 어머니를 이해하기 위해 삶의 가장 내밀한 구석까지 파고든 딸의 상실과 회복의 기록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다가 끝내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닫아버린 어머니는 가족들 사이에서조차 언급하기를 꺼리는 불온한 존재로서 은폐된다. 이 책의 저자인 조소연 작가 또한 오랫동안 어머니에 대해 말하기를 회피해왔다.
그러나 저자는 더 늦기 전에 고인의 딸이자 같은 여성으로서 ‘어머니에 대해 말해야 한다’라는 사명으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태어나는 말들』의 특별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에 쓰인 모든 문장은 죽음을 뚫고, 침묵을 깨트리며 세상으로 나왔다. 그녀가 말하지 않는다면 어머니는 영영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피안의 세계에서도 홀로 외롭게 존재할 것이기에, 가장 아픈 상처에서부터 파고들어 어머니의 삶을 다시 조명하고자 한 것이다. 조소연 작가는 이 책으로 ‘쓰기’를 통해 애도를 표현하고, ‘쓰기’를 통해 오래된 상처를 치유하는 언어의 가장 내밀한 쓰임을 증명해 보인다. 이 책의 등장으로 서점가의 눈 밝은 독자들은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예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

조소연

저자:조소연
13년간문학인문예술분야출판편집자로일했다.2023년부터제주에서글쓰기공동체‘자기해방의글쓰기교실’을운영하고있다.세상의경계에서있을‘당신’을발견하기위해,당신의살아있는‘목소리’를기억하고싶을때글을쓴다.

목차


들어가며7

1부애도와기억

수치심과자살13
말할수없는죽음21
은폐의동조자들27
내딸이여,시간을초월하는운명이덮쳤소35
어머니의산그리고모성(1)39
어머니의산그리고모성(2)47
폭풍의한가운데에서51
고통의기원과역사59
사랑은넘쳐흐르는노래가되어65
구원자75
지상의죄인81
어머니,대담한늑대89
잿더미와부서진뼈들95
자궁,동굴에갇힌여자들105

2부여성은왜아픈가

고통을질료로삼다117
자궁이병들다123
히스테리의역사127
‘말할수없음’에대하여쓰기137
여성의광기는어떻게다루어지는가143
비탄의연대자151
끊임없이되돌아오는여자155
자궁,영혼들의영토161
해진신발마냥내가빈들판을헤맬때167
영혼의품위를지키는일181
불확실의바다를건너는법187
내가가장자유로웠을때193
몸,수치심과욕망과혼돈의텍스트201
암흑을들여다보는연습209
당신의죽음을어루만지는언어들213

3부우리의고통이언어가될때

바람은씨앗을잉태하고(1)221
바람은씨앗을잉태하고(2)229
바다는그설움을237
목숨마다넋나가지말게하고243
겉절이와할머니251
당신은역사의표현이다261
내가말할수있는것보다더큰영광과슬픔265
사랑하는마음은무성하고깊고그윽하네275

나가며285
작가의말295
참고도서305

출판사 서평

“나는아주폭력적인방식으로
어머니의세계로부터추방되었다.”

누군가에게는불온할수있지만
반드시쓰여야만했던어머니에대한이야기

『태어나는말들』은서두를여는강렬한첫문장에서부터‘어머니’의존재를드러내며독자들에게앞으로펼쳐질이야기를경고한다.여기서말하는‘폭력적인방식’이란바로스스로자기의목숨을끊는것이었다.제아무리병없이천수를누리다가눈을감는다하더라도가족의죽음이란언제나깊은슬픔을몰고오기마련이기에,사랑하는가족이자신의선택으로세상을등졌을때남은유가족이느낄슬픔이란감히상상하기도어렵다.심지어나에게생명을준어머니의자살은삶을뿌리째흔드는재해와같은비극이다.
이처럼결코가벼운마음으로는가까이다가갈수없는이야기를『태어나는말들』의조소연작가는온전히부딪쳐가며독자들에게펼쳐놓는다.자살하기전어느날부터인가정신이허물어졌던어머니,그녀의외도,욕망,자식들에대한집착과결함까지모두기록해나간다.누군가에게는이토록적나라하게고인의치부를밝히는것에불편함을느낄수도있다.그러나조소연작가는말한다.
“그녀가자신의존재를모두걸고지키고자한비밀이었기에나는여기에그녀의이야기를하는것이이루말할수없이고통스럽다.나의말소리가어머니의영혼에게까지들린다면그영혼은나를휘감고통곡할것이다.그럼에도나는“엄마!나는말해야만해요!”라고외칠것이다.간통,불륜,외도라는단어로그녀에게죄의낙인을씌우고자함이아닌,그녀의욕망이어떤과정으로비틀리고왜곡되어갔는지,그것이어떻게그녀를죽음으로몰고갔는지를드러내야만한다.”
이책은사회적·도덕적잣대로어머니를재단하기위해서가아닌,한여성으로서의어머니를있는그대로받아들이고이해하기위해쓰였다.그이해를바탕으로누군가의아내이자어머니로거의평생을살아온한여성을다시이세상에불러들이고자한것이다.
“내가부재하는당신을사랑하는유일한방법은당신의흔적과유해를낱낱이그러모아그형상을복원하는일이었다.”
깨진도자기조각들을하나하나맞춰붙이듯산산조각난삶의파편들을글로정리해이리저리맞춰보는이행위는육체로부터자유로워진어머니의넋을글이라는그릇에다시담는,말이라는신물(神物)을통한‘내림굿’이다.작가조소연은딸이자같은여성으로서문장하나하나에혼과신을갈아넣어이뒤늦은참회의위령제를주관한다.

“어머니의목숨을담보로지금의내가살아있다.
그러므로나는치욕에무너지는사람이되어서는안된다.”

‘1부애도와기억’이어머니에대한회고라면,‘2부여성은왜아픈가’는어머니가살아온삶을이해하게되면서작가조소연이자신의삶을사랑하게되는과정을담았다.그녀는어머니가본인의모든것을희생해키워낸존재가자신임을받아들인다.어머니의생전에는수없이싸우고,불화하며,때때로그녀의세련되지못한욕망을부끄러워하기도했지만,그런부끄러움마저도어머니가자신을‘배운사람’으로만들었기때문임을깨닫는다.
한사람의생애에과연어머니만큼깊이엮여있는존재가또있을까?어머니에대해쓴이책은필연적으로작가조소연의자전적에세이이기도하다.어머니가여성으로서의욕망과욕구를버리고,치욕과삶의풍파를잊고가장몰입했던것이바로자식들이기때문이다.조소연작가는어머니에대하여그리고그런어머니의슬하에서자란자신에대하여써내려간다.서로를할퀴고원망하는가족,누구에게도쉽게털어놓지못할트라우마와상처,인간적인결함과치부까지를낱낱이밝히는이글쓰기는결국아무의눈치도보지않고자기자신을바라볼수있는장치가된다.그결과조소연작가는마침내오랫동안불화해왔던자신의삶과화해하며,진정한자유와내면의평화를찾아앞으로나아가기시작한다.
‘3부우리의고통이언어가될때’에서작가의시선은어머니와나에게서더나아가아무도귀기울여들어주지않던약자들의아픔으로확장된다.제주도로이사와해녀들의이야기로부터제주4·3사건이라는역사적비극에주목하고,피해자들의상처에공명하며거기에자신의목소리를더해그들과함께노래하고말한다.
마치기나긴터널을통과하는것처럼깊은슬픔과비탄의구렁텅이에빠져있던조소연작가의목소리는점차생기와삶에대한의지로넘쳐흐른다.
“살아내겠습니다.당신을사랑하듯,소멸하는나의생과모든순간들을.”
어머니를복원하며스스로삶을수렁으로부터건져낸이‘자기해방의글쓰기’는읽는이에게카타르시스를느끼게할만큼의감동을품고있다.영원처럼계속될것만같은슬픔에서회복해모든순간을사랑하겠노라결심하는조소연작가의변화는각자저마다의슬픔을지닌사람들에게크나큰위로가된다.지금느끼고있을슬픔은결코영원하지않다.우리또한다시삶을사랑할수있는순간이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