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여 바람이여 :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개인의 삶, 낯설고 불편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

신이여 바람이여 :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개인의 삶, 낯설고 불편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

$17.00
Description
“나는 조선인 가미카제 임종성.
친일파도 매국노도 아닌 그냥 임종성입니다”
‘살아있다’와 ‘살아남다’는 ‘살다’와 ‘죽다’만큼이나 다르다. 전자는 그저 생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라면, 후자는 삶의 억압을 견뎌내고 두 발로 땅을 디딘 자만이 쓸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신이여 바람이여》는 실존 인물의 삶에 기반을 둔 소설로, 한 남자를 통해 시대의 비극과 부조리에 희생된 개인을 보여준다.

어느 날, 작가는 아버지의 지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남자는 가미카제 특공대였으며, 전쟁 상황 속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작가는 조선인인 남자가 어떻게 가미카제가 되었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많고 많은 곳 중 어머니 무덤 앞에서 생을 스스로 놓아버렸는지 그 남자의 삶이 궁금해졌다. 남자의 인생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어낸 시대의 표상을 만난다. 국가 간의 전쟁으로 인해 무너진 개인의 삶과 희생된 사람들. 그중 ‘임종성’이라는 인물을 통해 작가는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못한 생존자의 삶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인생은 단락과 단락으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역사책에서는 ‘일제강점기’라는 단원이 끝나면 ‘광복’이라는 새로운 단원이 시작되지만, 실제 개인의 삶은 과거로부터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쟁에 강제 동원되었던 청년들, 사랑하는 가족과 생이별했던 이들은 해방 이후에도 끔찍한 기억과 그보다 더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야 했다. 이 소설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비망록이자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야 하는 우리 자신을 위한 다짐이다.

저자

안재영

경상남도진주에서태어나,초등학교2학년무렵이사한부산에서대부분의시간을보냈다.대학에서행정학과일문학을공부했다.어릴적부터아버지의지인이었던가미카제조종사의이야기를들었었고,언젠가그의이야기를한국인이기억해야할역사로남겨놓고자생각했다.

목차

해가지다|표현할수없는언어|혼란스러운마음|나의치에코|동료와적|박제된나비의날개|우리둘서로를위해|새로운길|비행|민족과국가|바람이분다|존재하는법|가는것과남는것|이제모든비행기는가미카제|튀어올랐다가떨어지는|끝과시작|벗어날수없는사실|다시일어난비극|아무것도남지않았다|생의기억|집필후기-지워진이야기

출판사 서평

천황만세를외치며죽으라고?
내가마지막순간에찾은것은어머니의얼굴이었다

한남자가농약을마시고스스로생을마감한다.남자는식민지조선에서태어났다.민족을버리고출세를택한아버지덕분에가난을모르고자랐으며어머니로부터명석한머리를물려받아일본와세다대학에서공부했다.하지만대학생활은길게이어지지못했다.일본군이일본인과조선인을가리지않고징집했기때문이다.글밖에모르는학생을데려가서속성으로훈련시키고는실전에투입해야할만큼전황은처절했다.결국조선인인남자는일본을위해싸워야했다.

남자는공군에들어가비행기조종술을배웠다.“천황을위해죽을각오가된자가있느냐”는말에손을들으면기특하다며사지로보내졌고,마지막까지손을들지않아도결국사지로보내졌다.싸워야할명분도,승리할가능성도없는전쟁을위해조선인인자신이왜죽어야하는지알수없었다.하지만부조리란이유를제시하지않는법이다.오직상황만,처절한상황만제시할뿐이다.결국찾아온마지막비행.그는미군기에격추되어시커먼바다로침몰한다.

미군에구조되어기적처럼살아나고일본이항복했다는소식을전해듣는남자.남자는이제모든것을기억하며남은생을살아야한다.전쟁은끝났지만,남자의전쟁은끝나지않았다.그는정말‘살아있는’것일까?거대한폭력을겪어낸인간에게영혼은남지않는다.소설《신이여바람이여》는‘살아있다’라는감각을잃어버린남자를그린다.그는그저살아남았을뿐이다.이후로펼쳐질그의삶은생(生)이라기보다는죽음에가깝다.인생의찬란한순간속에서도여전히죽음의환영에시달리는남자를보며우리는역사이후에남겨진개인의삶을생각해보게된다.

책속에서

“이새끼들아!제대로안서?”날카로운교관의목소리가귓전에띄엄띄엄들렸다.군홧발로흠씬걷어차이는건잘견뎠는데,복부를걷어찬그의일격은나를한껏움츠러들게했다.충격에오그라든내몸과달리내눈알은십리나튀어나갈것처럼부릅떠져별로보고싶지도않은광경을내게보여주고있었다.개돼지처럼얻어맞고있는까까머리들…._<표현할수없는언어>중에서

구마모토선배처럼조국의발전과미래를위해자신이사용되길바라며자신을갈고닦은그런사람들,하지만그들은신병이됨과동시에그초록빛꿈을꺾지않으면안된다는사실을직시하게되는것이다.그시작은입대직후,훌륭하게죽는법을배운때였다.우린입대직후,훌륭하게죽는방법을교관으로부터배웠다._<혼란스러운마음>중에서

우리막사가이런방법으로서로를아슬아슬하게붙들고있을때,여기저기서탈영병이생겨났다.오늘탈영한병사는아직16살밖에안되는어린소년이라는소식이전해졌다.그이야기를듣자평소탈영병을향해제국의수치라는말을하던이들이그저아무말없이눈빛을떨구었다._<박제된나비의날개>중에서

“너희들은제국의산같이무거운명예를새털같은목숨으로바꾸려했다.그불충을나라를위해적함을격침시켜사죄하라.안심하라!너희들의불충은상부에보고되지않을것이며,제군들의가족은불충한그대들의가족으로치욕을당하고살지않아도된다.제군들은그대들의불충과달리군신으로야스쿠니신사로모셔질것이며,2계급특진의영예또한얻게될것이다.가족의걱정은말할필요도없다.오직제군들이해야할일이있다면,그것은최후의순간까지적의함대를침몰시켰는지에대한확인뿐이다.”_<가는것과남는것>중에서

하지만이런나의부인을또다시무력하게하는것은오키나와해상에서죽어야했던내몸대신먼저죽은왼쪽다리이다.아무리외면하고저항하려애를써도이다리는내게그날의기억을되살린다.오키나와바다위벌떼처럼떠있던나의동료였던이들,그들의고통이나의다리에달라붙어외치는고함소리,이명처럼들리는추락하는비행기소리,터지는폭탄소리,끔찍하게분노한바다소리,그리고그바다위에하늘을삼킬듯타올랐던불기둥.내가아무리잊으려노력해도나대신이다리가모든것을기억하고있다.마치영화처럼이다리를보면모든것이떠오른다.과거는결코꿈이아닌것이다._<생의기억>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