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치우는 게 아니라 못 치우는 거야

안 치우는 게 아니라 못 치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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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클로버

저자:클로버
한때세상에서자신을완전히지우고싶었던사람.스물넷,햇빛한모금도들이지않으려두꺼운커튼을굳게친방안에서가장길고어두운봄을보냈다.지금은그방의이야기를쓴다.죽고싶었던게아니라,다르게살고싶었을뿐이라는걸뒤늦게알았음에.어딘가같은방에누워있을당신에게이이야기가닿기를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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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쉬는것처럼보여도쉬는게아니야

1부나는왜이것도못할까

오늘도쓰레기를버리지못했다
머리로는아는일
언니의결혼식장에서마주한사람
익숙해지는것만큼무서운일은없다
열심히산결과가고작이것
계절이사라진방
평생을착하게만살아온죄

2부참고견디는게답인줄알았다

상승곡선
어른이될시간이필요해
개같이공부해서정승같이놀자
패잔병처럼학교에돌아가고싶지않아
쓸모있는자식
눈치없는신입
운수나쁜날
모두에게버려졌다

3부나를가장괴롭힌사람은나였다

차라리병명이라도있었으면
투명인간처럼희미해지는방법
‘ㅋㅋ’만보내면성의없어보일까?
자기재판
의심병은모든것을갉아먹는다
나에게도비빌언덕이있었더라면

4부사실은무너지고있었던것이다

엄마,나어떡해?
가장깊고어두운곳으로의침잠
사랑하는사람을잃는다는두려움
게으른게아니라아팠던것
나는그저사랑받고싶었어
아빠,나한테사과해줘
그래도엄마는다잊었다고했다

5부나를미워하는일은그만두기로했다

나를있는그대로받아들이기
내탓이아니야
완벽주의라는이름의도피
버리지못한것은물건이아니었다
도망친곳에천국은없다지만
부러진다리가의지로낫지않듯이
어딘가조금서투른사람들
남들처럼살지않아도괜찮아
커피배달하는남자
그래도살아보기로했다

출판사 서평

밖에서는멀쩡한데,집에돌아오면아무것도할수없었다
-방을치우지못하는사람들

집을치우지못한채살아가는젊은청년들을추적한시사프로그램이있었다.방송에출연한특수청소업체관계자의말은의외였다.최근청소의뢰인의대부분이원룸에혼자사는20~30대이며,그중90%가여성이라는것이다.의사,변호사,PD,교사처럼사회적으로번듯한직업을가진사람도많았다.밖에서는멀쩡한데집에돌아오면무너지는사람들.이들은정말게으른걸까?

『안치우는게아니라못치우는거야』는바로이질문에서시작한다.저자역시처음부터무기력한사람이아니었다.대학에다녔고,치열하게시험을준비했고,스물두살이라는이른나이에공무원이되었다.누구보다성실하게살아온사람에가까웠다.그런데어느순간부터씻고,치우고,사람을만나고,제때잠드는평범한일상이하나씩무너지기시작했다.

사실이런경험은정도의차이만있을뿐낯설지않다.퇴근하고집에돌아오면옷도갈아입지못한채침대에쓰러지는날.설거지가쌓여있는것을보면서도‘내일해야지’하고외면하는날.답장하나가부담스러워메시지를읽지않고,약속이취소되면아쉬움보다안도감부터드는날.주말내내누워있었는데월요일아침이면하나도쉬지못한것처럼피곤한날.

그럴때우리는좀처럼‘내가지쳤다’고생각하지않는다.대신‘내가게을러졌다’고생각한다.그리고여기서더위험한일이시작된다.아무것도하지못한자신을쉬게해주는것이아니라혼내기시작하는것이다.“남들은다하는데.”“이것하나못해?”“정신좀차려.”몸은이미지쳐있는데마음은하루종일자신을몰아세운다.

이책은방을얼마나심각하게방치했는지를보여주는이야기가아니다.한사람이왜자기삶을돌볼힘을잃어갔는지,그리고그와중에도왜자신의고통보다자신의‘게으름’을먼저의심했는지를들여다보는기록이다.그래서이책을읽다보면저자의방보다어느순간나자신의방과하루를떠올리게된다.

씻는것조차귀찮았던날,아무도만나고싶지않았던주말,해야할일을잔뜩미뤄놓고침대에누워있던밤.아무것도하지않았는데이상하게너무피곤했던시간.그리고그모든순간마다자신에게했던말.“나는왜이렇게게으를까.”하지만질문이잘못된것이라면어떨까.“나는왜이렇게까지지쳤을까?”라고물어야했던것은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