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인권

며느리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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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영희는 어젯밤에도 울다가 잠들었기에 눈물이겠거니 하고 그냥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비릿한 냄새가 났다. 영희는 일어나 베개를 내려다보았다. 축축한 느낌은 눈물이 아니라 코피였다. 얼른 거울을 보니 코피에 젖은 머리카락이 덕지덕지 엉켜 있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난 영희는 비틀거렸다. 코피를 많이 흘린 탓인지 어지러웠다. 화장실에서 머리카락을 씻으니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머리카락을 거의 다 씻었을 때쯤 세면대 위로 피가 떨어졌다.
영희는 어지러워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벽에 기대어 고개를 젖혀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30분째, 부엌에서 일하다 나온 철수 어머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는 아버지도 없으면서 시아버지한테 살갑게 굴지 않고 그렇게 처앉아 있냐!”

- 본문 ‘아버지도 없으면서’ 일부 -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 결혼한 사람 중에는 ‘감히’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인즉슨, 상대를 자신보다 ‘아래의 위치’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많은 여성이 아래의 위치에서 고통받고 있다. 가족은 동등한 위치에서 애정으로 묶인 관계여야 한다. 한 인간으로서 존중을 바탕으로 맺어져야 한다. 의무와 도리가 아닌 사랑과 애정이 우선시 될 때 비로소 올바른 가족 관계가 형성된다. 그래야 의무와 도리에 강요가 발생하지 않는다.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도리가 따르게 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라는 관계에서 오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독자가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한 인간으로서 바라보고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말, 생각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게 하기 위함이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굳이 철수와 영희로 정한 이유는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삶을 사는 부부와 가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영희와 철수가 겪은 아픔, 과거의 관습이나 악습으로부터 고통받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세상의 악습을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변화의 속도를 조금이나마 앞당기고자 한다.

『이 글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딸과 아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딸과 아들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나의 이야기와 비교하며 당신의 가족을 비난하지 않길 바랍니다.
아픔의 크기는 비교의 대상이 아닙니다.
상처받은 사람에게 있어 아픔은 절대적입니다.
피해자는 순간순간을 기억합니다.
아팠기 때문입니다.』
저자

김영희

-2021년시사문단시부문신인상당선
-2015년부터지역문예지에수필게재

목차

Ⅰ영희와철수의만남
천둥
첫만남
뚝배기
밥사!
도둑
신호
연인
청혼
첫인사

Ⅱ결혼후8개월동안의기록
D-day
시집간영희,장가간철수
첫번째선물
신혼입니다
예물의의미
비오는수요일
혼인신고
월급통장
첫명절
시아버지의존재
김200장
진상
네가편해
잔인한4월
여자니까
아버지도없으면서
큰시누이의결혼식
세번의기회
이혼할래
아들이아니잖아!
라떼는말이야
철수부모님의생일
숨좀쉬자
그냥,집에가고싶어요
출산준비
영희와철수,부모가되다
내가젖소
역지사지
길일
사이코
아빠닮았네
인제그만일어나
맞벌이부부의육아
딸이효녀
나도엄마있어요
참꾸준한시댁
친정좀가자고요
가족의의미
덕분에

Ⅲ둘째임신후4개월동안의기록
아들낳기
너무힘들어
천냥빚을지는말
전화지옥
사람을죽이는혀
상처는안에서부터곪는다
악몽위를걷다
위로가필요한사람들
소소한행복
셋째라니요!
집에있고싶어
철수의장모님살이
돈의대가
가재는게편

Ⅳ2011년부터2015년까지의기록
가족여행
말한마디
당신마음대로
철수아버지의병
휴식이필요한사람들
너희들만은행복하길!
새로운보금자리

Ⅴ2016년부터2021년까지의기록
영희가누리지못한것
독립하지못한가정
두번째우울증
인간이아닌하늘의벌
변하는것과변하지않는것
부풀어오른풍선은터진다
명절아니고이혼절
깊어지는갈등
코로나19그리고전환점
철수의진심은?
자유

출판사 서평

며느리들의고통은단순한에피소드가아니다.
한인간의삶과가정의행복을뒤흔드는사회적문제이다.
다음세대는나와같은고통을겪지않기를간절히바란다.
-저자김영희-

어느날결혼이라는제도하에며느리가된,어느집의귀한딸들은얼마나행복할까?이책은근본적인물음에의문을제기하고있다.예로부터여성들은'집안의살림밑천이다','출가외인이다','며느리는죽어도그집의귀신이되어야한다'라는말을들으며희생을강요당해왔다.그리고'내가그랬으니너도그래야해'식의사고방식으로인해그악순환의고리를끊지못한채아랫사람에게계속해서비극을대물림하고말았다.

《며느리인권》은저자의경험을바탕으로그악순환의고리가어떠한방식으로이어져왔는지숨김없이적나라하게드러내고있다.또한,가족이라는핑계로이어지는강요때문에행복할수있었던가정이어떻게망가지는지,한사람의인격이어떻게모독되는지를확실하게보여준다.이는비단개인의문제가아니라우리사회의전체적인문제점이라는것을수면위로드러내는화제작이라고볼수있다.

비극의대물림은피해자를가해자로만들고,또다른가해를낳는다.이제우리는더나은미래를위해나의상처를밖으로표출하고목소리를내야만한다.《며느리인권》을통해피해자의현주소를모두에게알리고우리의후손들은더행복한삶을살수있도록용기를내보는것은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