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지다
우리는하루라는시간에서1년,더넓게는‘시절’이라는기나긴나날들과이별하며,그끝에는죽음으로삶에영원한안녕을고할것이다.길고짧은,시간과의이별은곧일상이라는오랜익숙함속에자연스레담담해졌지만,사랑하던것과의이별은누구에게나크나큰충격으로다가온다.이와같이저자부부에게별빛처럼다가왔지만,작별인사조차없이저하늘의별이된딸‘태은이’는저자부부의큰기쁨이자슬픔이었다.그슬픔은두사람모두갑작스런이별에괴로웠음에도차마서로에게털어놓을엄두조차내지못할정도의것이었다.
저자는아내의유산이후여러매체를통해이별을겪은사람들이시간의어느한지점에묶여벗어나지못하고있음을알게된다.그리고그지점은대부분가장행복하고안온했던,이별을피할수있었던마지노선이었다.이를통해저자는과거에자신이다른선택을했다면그러한일은일어나지않았을것이라생각하기에괴로워함을깨닫게된다.이에저자는모든것이자신에서부터시작되었음을상기하며,상실감과괴로움,그리움이뒤엉킨혼란스러운상황속에서도더욱단단해지기를택한다.
태풍도,파도도,언젠가지나가듯
“세차게몰려왔다가거품을내며부서지는파도처럼,
그동안외면했던감정에정면으로부딪치며부서저야하는때가온것이다.”
누구나감당할수없는짐을짊어질때,그사실을부정하고회피하거나자기연민에빠져남을탓하기도한다.그런가하면누군가는고통위에거짓된기쁨을덧씌우기도한다.저자는이를일종의타협,즉마음이편해지는데급급하여쉬운길로가려는것으로간주하며그러한타협에굴복하지않고자하였다.이는스스로가굳건해지는것뿐아니라서로가모르는척해왔던아픔과슬픔을이제는마주하겠다는저자의의지가담겨있는것이다.
살다보면때때로태풍이나파란(波瀾)과같은일이일어나기도한다.어수선하게찾아오는불행은모든것을삼킬듯매섭게몰아치며몸조차가누지못하도록공포감속으로몰아넣는다.그러나거센태풍도,험한파도도시간이지나면흩어져사라지듯,그동안저자에게찾아온지난(至難)한고비를버틸수있도록도움을준사람은바로아내였다.서로가서로에게파도를막을방파제와태풍을피할돌담이되어주며,서로의믿음과사랑을이정표삼아평온과치유의길로나아간다.그렇게지난날의아픔은파도가지난뒤바다위를부유하는포말(泡沫)처럼차츰흩어져간다.
생의트랙위에서‘함께’하며
“그중에서도가장감사한것은
이험난한과정을혼자이겨낸것이아니라
곁에함께해준소중한사람이있다는것이다.
이는우리가생에서겪은고난을감사히여겨야하는이유중하나가아닐까.”
주지하다시피마라톤은42.195km의먼거리를혼자달려나가야하는초장거리달리기종목이다.따라서체력이최악으로치닫더라도쉼없이달려야하기에,일반적으로마라톤에참가하는선수에게는초월적인끈기가요구된다.이러한특징으로사람들은마라톤을흔히인생에빗대고는한다.다만결승선이정해져있는마라톤경기와다르게우리의삶은그렇지않기에그결과가어떨지는누구도알수없다는점에서차이가있을것이다.
그저아내와딸을위해시작했다는,무모하다면무모한저자의도전속에서삶이란어떤것인가를생각해본다.몇번을다짐해도마음대로되지않는일로,때로는내면에서밀려오는버거움으로좌절하던경험이누구에게나있을것이다.그럼에도저자가도전을계속한이유는그저가만히있으면나아지는것은없기때문이었다.그리고그의지는사랑하는아내를비롯,삶의트랙을지나며잠깐이나마응원을보내주던생면부지의사람들이었다.
좌절과아픔은우리를괴로웠던시절에머물게한다.때로는시간이멈춘듯한기분에앞으로나아갈생각조차거부하기도한다.그러나우리의삶이마라톤에비유되는만큼끊임없이달려나가야하기에언젠가는그아픔을딛고앞으로나아가야할것이다.이에저자의도전은우리에게끝없는좌절에도삶을이어나가는원동력은무엇인가를생각하게한다.또한우리는모두혼자가아니니용기내어발걸음을계속하자는,살아있는모든이를향한저자의응원이기도하다.
지난이별마저아름답도록,다시한걸음
“나는이별도아름다운여정으로느껴질때까지
아내와즐거운여행을떠나고싶다.”
변화는지난날과의단절을전제로한다.이는아이러니하게도우리의생이매순간이별과함께함에도그슬픔을넘어서기위해또다른이별이필요함을뜻한다.결국모든것은시간이해결해준다는‘시간이약이다’라는말이그이치를대변한다.누군가의슬픔에도그저심드렁한듯시곗바늘을앞으로밀어낼뿐인비정한시간의흐름앞에저자또한몸을맡겼다.미래의내가무너진과거의나를거름삼아삶을다시쌓아올리는방법을배울것임을믿으면서.
이별을극복하는과정에서저자의뒤에남겨진시간의궤적에는상실의슬픔에서많은이들에대한유대,그리고사랑과감사가피어있다.저자는지금도앞으로의삶이어떻게흘러갈지단언하지는못한다.다만아내와함께삶의여로에펼쳐진세상속에마음을나누며사랑을지켜나갈것을다짐한다.이에그고통을어떻게이겨나갔냐는많은이들의물음에저자는다음과같이답한다.
“저는사방이막혀있을땐하늘을보라고말씀드리고싶습니다.”
하늘은세상어디에나열려있다.마음이답답하거나힘든상황에놓여있을때,누구나한번쯤하늘을올려다보지않던가.하늘을향해가슴속에품은응어리를띄워보내며세상어딘가에있을누군가와마음이연결되리라믿으며말이다.지금까지흘러간나날속에서저자는상실감과괴로움을떠나보내고,이제는추억과그리움이남은딸의자리에사랑을새긴다.그리고다시돌아가야할곳을향해앞으로한걸음을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