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가장높고넓고깊은그품을
걷다
“어떤현자가산행은책을읽는것과같다고했고,지리산이름뜻이이산에들면지혜가달라진다했으니,지리산이라는큰도서관에서1박2일책을읽고내려서는듯마음은뿌듯하고몸은가볍다.”
지리산은대한민국육지최고봉인천왕봉(1,915m)을정점으로제석봉(1,806m),반야봉(1,732m),영신봉(1,651m),노고단(1,507m),만복대(1,433m)등1,000m가넘는38개봉우리가웅장한산세를이루는산입니다.그만큼산을오르는코스도무척다양하지요.오랜기간지리산구석구석을살펴온저자가다양한등반코스를소개하며,각코스의특징과그곳에얽힌자연·문화·역사이야기를차근차근히들려줍니다.친절한사서같은이책과함께지리산이라는도서관을찾아그곳에놓인갖가지길을한페이지한페이지걷다보면지리산이라는이름처럼지혜(智)가달라지지(異)않을까요?
알다
“촛대봉에서남쪽방향도장골계곡은생태계보호를위한출입금지구역이다.산밑에서는쉽게접근하기어려운그곳에야전병원을차려잠시나마몸을추슬렀다는빨치산들의애환을상상해보고,빽빽한숲아래바위밑청학연못에서행복을꿈꾸었던도인과피난자들을생각하면왜지리산을포용의산이라하는지알듯하다.”
지리산은우리나라에서가장넓은(483km2)국립공원이지만,산이미치는산줄기와물줄기,임야까지생각하면현재국립공원면적의1.5배에이르는지역까지그경계로볼수있습니다.이토록품이넓고깊으니한반도생물종20%의집이되어주는거겠지요.그리고과거에는우리민족의애환을품어주었고이제는산에기대어사는수십만주민,산을찾는수백만국민의삶과마음을푸근하게받아주는거겠지요.그생명성과포용성에감사하며이땅의귀중한자연·문화자산으로서지리산을찬찬히들여다봅니다.
생각하다
“국민과함께만든지리산의미래상은‘대자연과문화가어우러진생명의산,국민의산’이다.생태계를회복하고유지하면서,그생명력이백두대간으로뻗어나가한반도전체자연을지탱하는생명의산이되어야하고,한민족의유구한문화와민족정신을지키면서국민과지역에게즐거움과희망을주는국민의산이되어야한다.”
일제강점기에서한국전쟁이후1960년대까지자연훼손과환경오염이극심했던시기를아픔의역사로,국립공원지정이후현재까지50년을치유의역사로정리한다면,지리산의미래는‘영광의역사’가되기를바랍니다.이런마음을담아33년을국립공원에몸담은저자가우리나라첫국립공원으로서지리산을해설하고,돌아보고,나아갈길을함께고민해봅니다.
<책속으로>
사람마다지리산에오르는이유는다를것이다.나는전과다른나를찾아서,나를들여다보고세상을들여다보고자지리산에들어선다.거친숨과땀끝에몸무게가가벼워지고,티끌을털어내마음의무게도달라지는것은비단나뿐만이아닐것이다.그러니지리산은들어서면누구나‘지혜(智)가달라지는(異)산’이다._4쪽
태양빛에물들어,만복대를비롯한서북능선과토끼봉을위시한종주능선이마치이불을걷어내듯붉은몸체를드러낸다.황소의울뚝불뚝한등허리가기지개를펴는듯하다.남쪽섬진강과구례벌판은구름에잠겨왕시루봉능선만우뚝하고,멀리무등산과월출산봉우리가아득하다.360도를뺑둘러장관아닌곳이없다._17~18쪽
이제‘구름위꽃밭’이라불리는노고단은자연복원의성지가되었다.자연의복원력과사람의정성이빚어낸재창조물이다.언젠가는송신탑시설도철거해온전한옛노고단으로되돌려야한다.이런과거와미래를모르는사람들이탐방로를벗어나‘가냘픈식물들을밟고’카메라포즈를취하는것을타이르면,이큰산에서자기발자국하나가무슨대수냐는표정이대부분이다.그사람들큰몸뚱이에서아주작은점에주사기를찔러주고싶다._19쪽
어떤현자가산행은책을읽는것과같다고했고,지리산이름뜻이이산에들면지혜가달라진다했으니,지리산이라는큰도서관에서1박2일책을읽고내려서는듯마음은뿌듯하고몸은가볍다.마음이다시답답해지거나몸이무거워지면지리산도서관을다시찾을것이다._55쪽
이끼폭포아래이끼는여기서‘증명사진’을찍는사람들때문에다벗겨졌다.수백년자란이끼들인데.이곳을불법으로출입하는사람들은‘대담해서’곳곳에새로운길을만들고,희귀식물을채취하고,취사와야영을하면서지리산을망가뜨린다._82쪽
하룻밤묵고이튿날바라본지리산은온통수묵화이다.어저께내린차가운가을비가덕산벌판의온기에가벼워져,지리산의높고낮은수십개능선이겹쳐진사이사이로,솜뭉치이불같은구름이뭉게뭉게피어오른다.산밑여름과산꼭대기깊은가을이흰구름과뒤섞이며변화무쌍한,어제와다른오늘의지리산이다.내일은또다른지리산일것이다._100쪽
이길을내고자군에서는큰예산을지원했고,절에서는귀중한땅을내놓았으며,국립공원에서는자연을배려한세심한공법으로길을닦았다.이길은최대한자연을보호하면서도사람들이아름다운자연을찾아마음껏즐기고배울수있으며,동시에지역경제에도도움이되고자만든길이다.부디이삼박자가오래도록균형을맞추어나갈수있기를바란다._117쪽
지리산에사는생물은총1만653종으로,이는남북한생물종을합친5만4,428종의약20%에해당한다.한반도면적의0.2%에불과한지리산에이만큼다양한생물이사니지리산은생태계의보물창고라고할만하다._157쪽
지리산을벗어나섬진강남쪽으로,백두대간북쪽으로내달리는곰이한반도생태계를풍성하게하는것이반달가슴곰복원사업의최종목표이다.민족신화에우리조상으로나오는곰을복원하고,함께산다는것은너무당연한일이다.이제그렇게할만한국력도되고,국격도그런수준에이르렀다고본다._167쪽
지리산이모든사람과사상을아우른포용의산인것처럼,최치원은우리전통사상과유교·불교·도교를융합해실현하려했던포용의인물이었다.현실의고통을벗어나절망을희망으로바꿔주는이상향의산지리산에서이상향청학동을만든것도바로최치원이다._197쪽
지리산은대한민국육지에서제일높은산인데도가까이서바라보면높아보이지않는다.서쪽구례에서노고단을보면펑퍼짐하게누워있는듯하고,동쪽산청이나북쪽함양에서천왕봉을우러르면앉아있는듯하고,어디서도서있는모습을보여주지않는다.특히천왕봉턱밑의덕산마을에서바라보는천왕봉과중봉은스카이라인이뭉툭하다.그스카이라인에서양쪽으로뻗어나온산줄기가덕산을껴안은모습은마치어머니가두팔벌려안아주는듯하니덕산은천생지리산마을이다._199쪽
지리산중산리,의신마을,뱀사골에빨치산과토벌대에대한홍보관이있다.그러나이슬픈역사에대한사실과진실이충분히담겨있지는않은듯하다.과거의아픔을헤집는게아니라희생자와생존자의한을풀어주고,아직까지갈등관계에있는희생자후손들의화해를위해서라도더많은진실을규명해야한다.화해의산,포용의산이라일컫는지리산에서는더욱._208쪽
자연을개발해서먹고살자고했던과거와달리,이제는아름다운자연과깨끗한환경이지역경제를이끄는시대다.그런의미에서지역사회와국립공원이‘어울렁더울렁’함께발전하면서살아가는동반자가되었으면한다._250쪽
국민과함께만든지리산의미래상은‘대자연과문화가어우러진생명의산,국민의산’이다.생태계를회복하고유지하면서,그생명력이백두대간으로뻗어나가한반도전체자연을지탱하는생명의산이되어야하고,한민족의유구한문화와민족정신을지키면서국민과지역에게즐거움과희망을주는국민의산이되어야한다._264~2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