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보는 눈 : 잠시 걸음을 멈추고 깊이 자연을 살피다

생명을 보는 눈 : 잠시 걸음을 멈추고 깊이 자연을 살피다

$14.00
Description
‘새’에게서 생명의 가치와 삶의 태도를 읽어 내는 눈
습지와 둘레에서 관찰한 새를 바탕으로 자연과 생명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습지도, 새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저자가 주로 새를 살핀 곳은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돌곶이습지입니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이곳은 새를 비롯해 여러 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지만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도에 없는 습지를 그저 풍경이 아닌 삶터로서 바라볼 때에만 우리는 온전히 자연을, 생명을, 삶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새를 길동무 삼아 바삐 움직이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지도 밖으로 나와, 풍경을 지나, 깊숙하게 자연으로 들어가자고 권하는 까닭입니다.
저자

조병범

충북보은의작은마을에서나고자랐습니다.삼태기로참새를잡고,맨손으로굴뚝새를잡으며놀았습니다.꿩알을둥지에서훔치기도했습니다.댐건설로마을이수몰되면서서울로이사한뒤떠돌이가되었습니다.전기를생산하는공부를하고원자력발전소에서일하다문학을전공했습니다.출근하다가일터앞습지에서새를발견했습니다.새를살펴보면서어렸을때저지른악행이생각났습니다.새의눈으로환경을보려고기대합니다.혼자새를보는것도좋아하지만식구와함께,벗들과함께,새를보기시작한낯선사람들과함께새를볼꿈을꿉니다.쓴책으로『시민과학자,새를관찰하다』가있습니다.

목차

프롤로그_생명을보는눈되기004

이름은시선을담는다020
계절보다빠르게오가다032
터를잡고살다040
이른봄까지머물다054
새도주로말하고노래하고드물게운다066
사람가까이에살다078
사라질위기에처해더욱귀하다092
여름물가에서만나다104
작은날개에큰하늘이가득하다116
가을을물고오다124
숲을살리다132
새가날아드는곳에생명이있다142

에필로그_나는왜새를보는가154

도움받은자료178

출판사 서평

이주노동자말똥가리,출퇴근하는쇠기러기,싸움닭까치
오늘도새와나는같은얼굴로살아갑니다

말똥가리는몽골과시베리아처럼추운북쪽지방에서태어나자랍니다.겨울철,날씨가더욱매서워져먹이를구하기어려워지면그나마따뜻한우리나라를찾습니다.고향에먹이가풍족하거나먹이경쟁에서쉽게이길수있다면고향에머물겁니다.하지만현실이워낙팍팍하다보니고향땅을등지고먼이국땅으로떠나올수밖에요.

말똥가리뿐만이아닙니다.겨울즈음이면말똥가리처럼추운곳에서나고자란새가,여름무렵이면동남아시아나호주처럼더운곳에서나고자란새가우리나라로옵니다.이동하면서목숨을잃는철새가전체의30~50%에이른다고합니다.몇날며칠을쉬지못하고날아야하니그럴만도합니다.철새는그야말로목숨을걸고새터전을찾아나서는셈입니다.

무사히목적지에도착했다고해서안심할수는없습니다.수천킬로미터를쉼없이날아온탓에그만탈진해죽는일도수두룩합니다.기진맥진하니천적에게쉬이잡아먹히기도합니다.운이좋아살아남아도낯선환경에적응하는일은만만치않습니다.쇠기러기는할당량을채워야하는영업사원처럼먹이를찾아아침저녁으로바삐오갑니다.

텃새라고해서상황이더낫지도않습니다.여러이유로먹이와삶터가점점줄어드니,끊임없이먹이와,천적에게서자신과새끼를보호할수있는곳을찾아다녀야합니다.까치는누군가제영역을침범하면,그게맹금이든,뱀이든,심지어사람이든득달같이달려듭니다.언뜻드세보이지만제목숨이달린일에고군분투하는것이니누가뭐라할수있을까요?

이주노동자같은말똥가리,출퇴근하는쇠기러기,싸움닭같은까치.어딘지눈에익은모습입니다.조금이라도더나은환경에서지내고자이민·이직·이사하는얼굴,돈을벌고자매일매일옥작복작한일상을꼬박꼬박살아내는얼굴,때로는내것을지키고자악다구니를쓰기도하는얼굴.푸른하늘을나는새와잿빛건물에앉은저는사실같은얼굴을하고있었네요!

습지에서새를관찰하며보고느낀바를기록한이책에서저자는자연을바라보는눈(태도)을세가지로나눕니다.1.지도를보는눈은사람위주로만자연을재단하고개발합니다.2.풍경을보는눈은한발떨어져아름다운자연만감상합니다.3.생명을보는눈은서두르던걸음을잠시멈추고자연을진득하게들여다봅니다.

생명을보는눈으로자연을살피면새와내가똑같은생명이라는점에공감할수있습니다.사람도자연의일부라는것이그저여구가아니라사실임을진정으로받아들일수있습니다.그러면세상을바라보는눈또한달라지게마련입니다.우리가스스로망가뜨린자연에서새로이길을찾는눈은,바로여기에서비롯합니다.

○책속으로

지도를보는눈과풍경을보는눈,생명을보는눈으로나눌때가장많은사람(평범한사람)이풍경을보는눈에들어갑니다.지도를보는눈은책상에앉아개발정책을펼치는사람들입니다.평범한사람들도바쁘게달리거나개발에동조할때지도를보는눈이되기도합니다.그러면지도를보는눈은더강력한힘을얻어거칠게개발을추진합니다._16쪽

생명을보는눈은적고,주로발길을멈출때나낮시간보다는이른아침과밤에나타납니다.힘이약합니다.그러나좀더나은세상이되려면평범한사람들이생명을보는눈이되어야합니다.생명을보는눈은풍경을보는눈에게함께하자고손을내밀어야합니다.지도를보는눈도포기할수없습니다.늘지도를보는눈은아닐것이기때문입니다.더많은사람이생명을보는눈이될때세상은더욱나아지리라생각합니다._16쪽

환경이변하면변한대로적응해야합니다.선택의여지가없습니다.가난한나라젊은노동자가먹고살고자낯선땅으로이주해살아가는것과다르지않습니다.말똥가리는이주노동을해마다되풀이해야하니어떤측면에서는이주노동자보다더삶이험난합니다._36쪽

가장약자를대하는태도가곧세상을대하는태도입니다.그러니해마다이주해서날품팔이노동을하는새를대하는태도가곧우리가세상을대하는태도가아닐까요.부디말똥가리를비롯한새들이우리나라를좀더환경이좋아지는곳이라고여길수있으면좋겠습니다._37쪽

개리는고니처럼부리가날카롭습니다.날카로운부리를개흙속에집어넣어흙을파헤치며식물뿌리,물고기,무척추동물을찾아서먹습니다.특히새섬매자기뿌리를아주좋아합니다.상체를전부개흙속에넣을때도있습니다.거꾸로선엉덩이만보이는모습은우습기도하고생존하려는몸부림같아숙연하기도합니다._57~58쪽

새를생명으로바라보면,다른생명과마찬가지로,새소리대부분이울음소리가아닌것은분명합니다.어떤생명이든자기일상을울음으로채우지않기때문입니다.새소리는새들끼리하는의사소통일때가가장많습니다.그외에자기영역이라고고래고래소리지르기도하며,갑자기나타난사람때문에놀라소리를내기도하고,짝을찾느라목소리를뽐내는때가있으며,그저기쁨을누리고자노래하고,아주드물지만슬플때는울기도합니다.새소리는이렇듯‘말’과‘노래’와‘울음’으로다양하게변주됩니다._70쪽

더위가힘들기는새도마찬가지입니다.아니,더힘든여건입니다.새는평균체온이대체로40도안팎으로사람보다높거든요.심지어참새는41.5도나되고요.체온이높을뿐만아니라높은체온을유지하고자심장도빠르게뜁니다.사람심장이1분에60~70번뛰는동안까마귀는345번,참새는무려460번이나뜁니다.벌새는1,200번이나뛴다고합니다.에너지를온몸에보내려고빠르게뛰는심장을달고새는한여름에도먹이를잡으려고계속몸을씁니다.먹이를저장해놓지않기때문에날마다사냥을해야만합니다._104~105쪽

도요새는보통8월부터보이는데2021년에는7월부터많이보였습니다.까닭을알아보니북극권기후변화탓이었습니다.시베리아와알래스카에크나큰화재가잦았습니다.기온이높아져풀과나무가더잘자라고,따스한공기가상승기류를타고올라가번개가자주치니도요새가번식하는곳에화재가자주났습니다.번식하고싶어도할수없는상황이었습니다.번식깃을달고찾아온도요새가반가웠지만마냥기쁘지만은않았습니다.도요새는오랜세월에걸쳐생존전략을몸에새겨왔는데,요즘같은급작스러운변화에맞춰서도생존전략을세울수있을지걱정입니다._119쪽

영하16도로기온이떨어지고바람이2.7m/s로부는몹시추운날이었습니다.이렇게추우면기러기도먹이터로떠나는시간을늦춥니다.잠자리에서나오기싫은것은사람이나기러기나매한가지이지요._130쪽

관리주체인지방자치단체는습지와둘레를사람편의에맞춰관리합니다.안전에신경쓰고민원에민감하게반응해습지둘레나무들을전지합니다.그것도한창새의번식기에작업합니다.고목도어느순간에없앱니다.어느하나자연의순환에서벗어난것이없는데너무사람입장에서만보는게아닌가싶습니다._153쪽

사람들이퇴근해건물마다불이꺼지자기러기와오리가습지를점령했습니다.수천마리기러기와오리가소리를내며그곳에있었습니다.입이딱벌어졌습니다.아니,이렇게많은새가곁에있었다니!사람들이출근하기전에습지를떠나고,사람들이퇴근하면그제야습지에찾아와알지못했을뿐,새들은우리곁에있었습니다._156쪽

야생에서살아가기는쉽지않습니다.새는언제어디서천적을만날지모릅니다.새는대부분한입먹고경계하고한입먹고경계하는것이몸에배었는데그게다천적때문입니다.먹이를쟁여놓지않으니먹이가없는시기를넘기기도참힘듭니다.오죽살기힘들면머나먼나라로이동하는새가그리많겠는지요._162쪽

위기가닥치면약자가먼저희생됩니다.사람보다약한새나다른동식물이먼저죽어나가고,그다음은가난하고힘없는사람들이겠지요.우리는지금그들이한꺼번에죽어나가는현상도목격하고있습니다._167쪽

새를보는일은결국새를,새가처한상황을직시하는일입니다.새의전체를온전하게살펴보는일입니다.그리고그끝에있는제자신을바라보는일입니다.낮이든밤이든주중이든주말이든새를보러그렇게다니는까닭은바로저를보기위해서입니다.나이가들고어느덧체력도떨어져꿈도희미해지는저의맨얼굴,한때정의를부르짖고사랑과평화를간구했지만점점초라해지는저를직시하려고요.여전히풍경을보는눈,지도를보는눈에머물고있지만생명을보는눈으로나아가야할한인간을보려고요._1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