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네컷만화에서웹툰까지,우리가사랑한한국의만화가들37
만화는항상우리와함께있었다.시사만화,만화방,만화잡지,만화대여점그리고웹툰으로만나는통로와모습을달리할뿐,언제나독자곁에서재미와위로그리고희망을보여주었다.《우리시대만화가열전》에서는1940년대부터2020년대까지우리와함께한,그리고우리가사랑한만화가37명의이야기와그들의주요작품을소개한다.
만화는항상도전적인소재와실험적인장르로우리시대의다양한모습을보여주고스타작가들의작품은시절의선물처럼등장했다.그들은시대가가로막았던표현과이념의장애물들을팬덤과스타덤으로극복하며오늘의이야기와미래의할일을알려준다.
이책은각시대별,작가별로주목할만할작품과그의미를분석했다.시대의흐름과함께변화하는작품의모습과작가의세계관을만나도록이끈다.또지금우리만화의원형을짚어보고앞으로의길을찾도록안내한다.
1940~1960년대데뷔작가들
김성환,고우영,길창덕,김산호,이정문,윤승운,신문수.엄희자,박수동,이상무,이두호
1940년대는시사만화의전성기였다.아침신문을펼칠때마다1면기사보다도가장먼저‘고바우는뭐라하나?’라고전국민을궁금하게했던김성환화백.그는한국현대사를관통하며민주주의가우리삶에어떤의미인지를가장쉽고가장시원하게보여주었다.
1960년대초반은만화방이전국적으로늘어나며폭발적으로확산되던시기였다.고우영은1960~1970년대교육용미디어의한계에갇혀있었던만화를‘임꺽정’이라는성인용만화로뛰어넘었다.길창덕은‘우스개’코드로명랑만화를,김산호는‘라이파이’로한국형히어로를선보였다.엄희자는생활에찌든소녀가아닌진학을하고꿈을이루는여성을선보였으며,박수동은가난속에서도친구와가족이있는일상의다정함을보여주었다.
1970~1980년대데뷔작가들
백성민,허영만,김동화,김수정,이현세,김혜린,신일숙,강경옥,이미라,김진태
1980년대는한국만화계에불멸의스타들이탄생했다.1970년대부터주간지와신문연재등이활발해졌고1980년대들어잡지들이봇물을이루며이른바‘르네상스’가시작되었다.
허영만은1974년데뷔이후로특정장르에집중하지않고시대가원하는만화를한발앞서그렸다.특유의비장미를가진주인공이유머를품고비극과희극을넘나들었으며,어린이를위한만화와성인을위한만화를모두그렸다.김수정은‘아기공룡둘리’로정교한명랑만화를선보이며한국만화의캐릭터산업의시작을보여주었다.이현세는1980년대엄혹한시대에‘공포의외인구단’으로반항적인사랑과기득권을향한사이다같은반격을선보이며그시절청춘들에게환호받았다.
1990년대데뷔작가들
문흥미,이빈,손희준,이충호,윤태호,권가야,천계영,곽백수,홍승우
1990년대는잡지만화전성시대이자만화방과결별의시대였다.그리고이때데뷔한작가들은웹툰시대를정면으로맞이하기도한다.그리고만화는일상의소재로더친숙하게다가온다.
이빈은1990년대여성만화황금기에잡지<르네상스>에서10대여성을보여준다.대하서사나로맨스에집중했던1980년대여성만화와달리이빈은10대독자들의일상을유머러스하게담아냈다.윤태호는‘미생’의장그래처럼뚝심있게세상보기를주요한플롯으로삼으며웹툰키즈의대부로자리잡는다.천계영은시대와대중성을능숙하게조율하며잡지에서웹툰으로,드라마로적응하는동시에익숙한이야기를개성넘치는캐릭터들과색다른설정에녹여내는작품을선사한다.
2000~2010년대데뷔작가들
강풀,조석,하일권,심흥아,마영신,김보통,ooo작가
2000년대이후만화는다양한장르의웹툰이다양한취향의독자들의사랑을받는다.그리고지금의만화는하나의콘텐츠를넘어하이브리드콘텐츠의원형이되는‘문화’로자리잡았다.장르나캐릭터를특정할수없다는점이특징이다.또독자들의실시간피드백을받는‘웹툰’이라는플랫폼은작가로하여금독자와의소통능력과소재의다양성을요구하게되었다.이로인해개성강한작가들이대거등장한다.
장편웹툰의개척자강풀은세부의진실로장르판타지에현실성부여하며스크롤과서사를결합시킨다.조석은병맛에서서사까지장르를실험했고그의작품‘마음의소리’는글로벌한웹툰이되어번역이라는새로운옷을입고있다.기발한상상력으로한국웹툰의수준을한단계끌어올렸다는평가를받는하일권의작품에는독자눈높이에맞춘중독성있는서사,즉높은공감능력이담겨있다.
책속에서
한국만화는1950년대말만화방시대로시작되면서아동들이보는계몽목적의준공공재수준의그림책이었고,특히1960~1970년대를지나며군사정권으로부터항상감시당하는교육용미디어의한계를넘어서지못했다.이렇게정체되고한정되던만화를긴잠에서깨게한‘천재’가있었다.
그의시도는계몽적이지도않았고교육적이거나점잖지도않았다.독설과비유,성적농담과언어유희,자기도취와역사왜곡등그가대사와연출에서보여주는시도는처음만나는만화였고,지면또한만화방이아닌일간지스포츠신문이었다.초등학교이후만화책을보면어른이아니라는고정관념에서한치도벗어나지못하던성인들은신문에서매일만나는그의만화에서본인이성인이라는자존감을확인하기시작했다.1972년고우영의〈임꺽정〉은그렇게《일간스포츠》에서새로운시대를열었다.
[만화의문학적도전과성인만화의뉴노멀]고우영┃24쪽
〈행복의별〉은주인공이가난,이별,죽음과같은불행한고통을겪지않는다.작품은불행으로인한연민의감정대신조형적아름다움과세련된도시의삶을선택했다.(중략)〈행복의별〉에는불행에허우적거리는소녀들이아니라근대도시의화려한삶이등장했다.화려한저택,멋진전문직여성그리고시대와공간을뛰어넘은두소녀까지.대한민국정부수립이후가장공을들인정책중하나인의무교육의혜택을겨우받기시작한소녀(1959년취학률이96.4%가되면서초등학교의무교육이겨우완성되었다)들은만화방에서엄희자만화를보며새로운꿈을만났다.
[화려한소녀들이왔다,한국순정만화의대모]엄희자┃83쪽
1970년대,이름도낯선독고탁이라는캐릭터가마운드에선다.산업화의기치아래,선진조국이라는아지랑이같은명분하나에인권과노동이비민주적정치로무시되던시절,우리에게는비상구가필요했다.이상무는그런탈출구를소년들에게열어준선물같은작가였다.(증략)1971년〈주근깨〉에서독고탁은처음등장했다.부모들의반대를극복하고야구를시작하는캐릭터로당시에는생경한반항아였다.스스로변장하고얼굴을바꾸어야구에뛰어든다는스토리로,삶의도전을야구만화에대입한시도였다.당시에스포츠만화는생소했다.야구중계가많았던것도아니었고,스포츠에관심을가질수있던시대상황도아니었다.그저하루하루살아가기바빴고,정치적변동과사회적인식이조금씩깨어나던긴박한산업화의시간이었다.
[격랑의시대에독고탁으로마구를던졌던작가]이상무┃99쪽
허영만은시대가원하는만화를한발앞서그렸고,독자들은‘허영만’이라는이름을신뢰했다.1988년《만화광장》에연재한〈오!한강〉은한국근현대사를정면으로마주한최초의만화였다.1990년첫시리즈가방영된TV애니메이션〈날아라수퍼보드〉는시청률1위를기록했다.허영만특유의유머러스한캐릭터가애니메이션인기의원동력이었다.
[카멜레온같은작가]허영만┃125쪽
까치오혜성은엄지에게이렇게말한다.“난네가좋아하는일이라면뭐든지할수있어!”실패한루저들을모아무인도로떠나는지옥훈련의시작에서손병호감독은이렇게내뱉는다.“하고싶지않은일은하지않게해주겠다.”군사정권에기죽어살던청춘들에게이현세는주인공을통해이렇게외쳤다.마치찐한멜로의순정이그사람외에는아무것도보이지않는지독스러움인것처럼.자신의신념으로한국의현대사를바꾸어보겠다는청춘들의용기도아마그때부터시작된것은아닌지싶다.당시신념의경계에서있던청춘들에게만화방은해방구였다.
[만화로근현대사의아픔을부숴낸남자]이현세┃151쪽
1986년에발표되기시작해1995년에마무리된판타지대작〈아르미안의네딸들〉은“미래는언제나예측불허,그리하여생은그의미를갖는다”는내레이션으로유명하다.(중략)데뷔작에서부터자기삶의주인으로운명과맞서싸우는여성의모습을그린신일숙은할리퀸로맨스소설을각색해전혀다른작품으로만들어버린〈사랑의아테네〉를1985년발표하고,1986년부터우리나라만화사에남을장편대작〈아르미안의네딸들〉을발표하기시작한다.
[운명에맞서고,미래를바꾸는여성을그리다]신일숙┃170쪽
단한작품〈이끼〉로검증받은윤태호웹툰의저력은이후미완성작의각색본영화〈내부자들〉로대중들을놀라게했다.그리고지상파모두가거부했던기존드라마와는다른이야기〈미생〉으로케이블채널tvN을드라마왕국으로만들어냈다.모두가지상파드라마원작이되려면남녀간로맨스가반드시있어야한다고협박아닌겁박을할때도윤태호는〈미생〉의주인공장그래처럼본인의방식을뚝심있게고수했다.색다른드라마를만난대중들은그런신선함과도전정신에환호했다.
[웹툰키즈의대부,실험과도전의방랑무사]윤태호┃246쪽
작가와독자의팬덤이튼튼한여성만화는신인작가가대중적인인기작가로올라서기쉽지않았으나천계영은달랐다.천계영은기존만화의공식을따르지않고연애,성공,우정같은친숙한주제를당대청소년독자의취향으로재현했다.(중략)1990년대후반혜성처럼등장해〈언플러그드보이〉와〈오디션〉의연이은성공으로최고작가의반열에오른천계영은2000년대들어등장한디지털제작과유통이라는파도도외면하지않았다.누구보다빨리변화를받아들였다.〈하이힐을신은소녀〉에서는3D프로그램을원고제작에전면적으로도입했다.디지털툴을만화제작에활용한작가는많았지만3D프로그램으로캐릭터를미리만들고,이를활용해만화컷을만든다음최종적으로2D로변환하는형태의제작방식을구축한작가는천계영뿐이었다.이런혁신적시도는2020년에음성명령으로만화를제작하는단계까지나아갔다.
[새로운길을개척하는언니가있다]천계영┃267쪽
〈비빔툰〉은작가홍승우의이야기이며동시에독자들의이야기이기도했다.만화의재미를위한과장이나강한캐릭터를등장시킨슬랩스틱대신일상을치밀하게관찰해그안에서재미를담아냈다.육아를기반으로한생활이야기는그동안일간신문이담지않았던일상의이야기였다.다른언더그라운드작가들과더일상적인이야기,더고전적인만화형식에매달린홍승우의시도가성공했다.1998년5월〈정보통사람들〉로시작해1999년5월〈비빔툰〉으로옷을갈아입고,이후2011년12월까지총14년동안정보통,생활미,정다운,정겨운가족은매일독자들을찾아갔다.
[명랑만화의계승자]홍승우┃282쪽
강풀은웹툰의개척자다.웹툰은만화를인터넷으로유통하는인터넷만화가아니라인터넷에공유·확산되며새로운가치를만드는매체다.1990년대후반에서2000년대초반디지털,인터넷인프라확대와함께개인홈페이지에부정기적으로한두컷으로구성된만화가연재되거나,신문에연재된만화가인터넷에공유되는시기를거쳐2003년포털사이트다음에‘만화속세상’코너가신설되고,그해10월4일강풀의〈순정만화〉가연재되며웹툰시대가시작되었다.
[장편서사웹툰의개척자]강풀┃289쪽
〈마음의소리〉는다른웹툰보다도그러한번역리스크가가장복합적인작품이다.그런데해외에서인기가있다보니,번역의의외성이대중적인기를확장하기도한다.중국현지에서팬사인회를하던조석에게중국팬이큰소리로질문을한다.전혀스토리에등장하지않았던대사와새로운표현을느닷없이웃으며질문하는순간,기다리고있던중국팬들이모두환호를했다고한다.
중국현지의독자중한국웹툰마니아들이자신의생각대로새로운스토리텔링을기획하고,대사를바꾸어창작한버전의중국판〈마음의소리〉를연재하기도한다.어떤독자들은번역된정식작품보다중국판으로리메이크된대사의작품을더선호하는데,실제그러한대사리메이크버전이더많은조회수를기록하고,번역비를받기도한다.조석의작품이그표현과연출만으로해외에서도새로운스토리로순간변신을할수있는잠재력의작품임을알게된다.그정도의의외성이가능한작품이어야실제글로벌한웹툰이라고평가할수있겠다.
[병맛에서서사까지장르실험왕]조석┃201쪽
색다른소재와세련되지않은민낯의그림으로약자들의이야기를만들어가는작가가있다.그는사인회나강연회를제외하면오프라인에서는얼굴을거의드러내지않는다.인터뷰에서조차도얼굴을호랑이캐릭터탈로가리는유니크한작가,그가김보통이다.‘원하는장르’와‘익숙한소재’그리고‘친숙한방식’의웹툰이넘쳐나는시대,그래서로맨스판타지와로맨스코미디가전체연재웹툰의7할이상이나점유하게된장르편향의시대에김보통작가는조금은다른길을내며웹툰이라는이야기가드라마와영화의관점을어디까지확장시킬수있는지,사회적소수의닫힌이야기를대중의관심과논쟁의이슈로얼마나바꾸어낼수있는지보여준다.
[대중적이지않은소재로대중적인캐릭터를만들어가는모험가]김보통┃3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