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윤
저자:박혜윤
서울대학교병원조직은행간호사이자성균관대학교철학과겸임교수로‘철학하는간호사’다.병원에서는산자와죽은자를잇는조직은행업무를담당하고,대학에서는응용현상학을가르친다.
서울대학교간호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병원간호사로근무했으며,한때CTS기독교TV앵커와기자로활동했다.이후간호사로복귀,인체조직을기증받아필요한환자에게이식하는전과정을관리하고있다.간호사로일하며성균관대학교에서예술학박사학위를받았다.
저자는현장에서수많은삶과죽음을마주하며인간존재에근원적인질문을품게되었다.그질문은철학적탐구로이어졌고,이책은임상과철학을오가며죽음을사유한기록이다.연명의료와돌봄,임종처럼죽음을앞두고만나는사건은물론,고립사와안락사등다양한죽음의모습까지폭넓게다룬다.죽음을둘러싼현실을의료인의눈으로세심하게살피고,철학자의시선으로그의미를다시묻는다.죽음을낯설게바라보는것은삶과생명의감각을새롭게깨우는일이다.저자는‘어떻게죽을것인가’라는질문에서출발해결국‘어떻게살아갈것인가’를돌아보게한다.죽음을두려움의대상으로만남겨두지않고,지금의삶을더욱선명하게바라보도록이끈다.
프롤로그―죽음을바라보는일은삶을묻는일이다
PART1_지금,우리,죽음의모습
초임간호사로만난죽음의현장
집에서죽는것은생각보다힘들다
사망에도진단이필요하다
자살사망자가족을다시울리는사망진단서
부고,사망자1명이라는숫자
PART2_연명그리고임종
연명안할결심
누구도알려주지않는연명의료의타이밍
‘연명치료’와‘연명의료’의사이에서
엄마를죽인살인자
연명치료중지,누구도쉽지않은선택
‘무의미한’연명치료라는딜레마
죽음의질에대하여
PART3_죽은자가산자를살리는신비
내몸,머리부터발끝까지기증할수있다니
자살자가다른이를살리는아이러니
기증자의몸,삶과죽음사이의‘사이존재’
기증의뒤편
PART4_어른의기저귀
대소변앞에서무너지는당신과당신의자녀
침대에서용변을보라는그말
어른의기저귀
쓸모있는존재라는함정
PART5_안락사와조력자살
스위스로가고싶어요
죽음보다고통이고통스럽다
안락사에참여한이들의이야기
안락사와대한민국
안락사,다시자기결정권으로
스스로곡기를끊으며맞는단식존엄사
PART6_고독사에관하여
혼자죽어가는사람들
죽음위에입혀진고독이라는색
고독이라쓰고고립이라읽는다
집에서사망하는‘객사’의냄새
PART7_장례,떠나는이를배웅하는리추얼
산자들이짓는기억의집
가족없는망인만무연고장례를치를까?
공영장례,공동체의일원을보내는최소한의격식
살리는병원에서죽음을맞이하는우리
PART8_죽음을둘러싼돌봄과행정
돌봄의홍수시대,본질을묻다
돌봄현장에서요구받는여성들의독박노동
돌봄의철학적의미
법률로보는병원안팎의죽음,그리고사람
제도틈에서잃지말아야할고통감수성
서류위에서나의죽음은어떻게매듭지어질까
임상과철학을가로지르는죽음에대한사유
우리는죽음을안다고생각한다.누구나죽는다는사실도알고,가족이나지인의죽음을경험하기도한다.그러나정작‘나의죽음’은언제나낯설다.죽음을남의일처럼생각하다가질병이나가족의사망등으로어쩔수없는상황이닥쳐서야비로소질문한다.‘나는어떤죽음을맞이하고싶은가,그리고그때까지어떻게살것인가.’
『죽음낯설게보기』는이질문을우리가실제로죽는장소,병원에서시작한다.저자박혜윤은서울대학교병원조직은행간호사이자성균관대학교에서철학을가르치는겸임교수다.병원에서는조직은행에서일하며죽은자의신체일부가아픈이를살리게돕고,대학에서는응용현상학을가르친다.그에게죽음은매일몸으로부딪히는현실이다.동시에인간존재를근본적으로다시묻게하는철학적사건이다.
이책의특별함은바로이두세계가만난다는데있다.병실에서환자의대소변을받아내는보호자,심폐소생술을할것인지말것인지를결정하는가족들과의료진,죽은사람의몸에서장기와조직을적출하는수술실,홀로죽은사람의유골함과사망진단서같은구체적인장면들이펼쳐지며그곳에서인간존재와존엄을묻는다.
죽음의모습과연명의료,그리고몸의기증
책의전반부는우리가실제로죽음을맞이하는현장을보여준다.
1부에서는오늘날우리가죽음을맞이하고처리하는방식을들여다본다.집에서죽고싶어도대부분병원에서마지막을맞고,한사람의죽음은사망진단서와통계속숫자로정리된다.의료와행정속에들어간현대인의죽음을알아본다.
2부에서는사회적으로뜨거운이슈,연명의료의문제를다룬다.언제치료를멈춰야하는지,‘무의미한연명치료’란무엇인지,환자와가족은어떤선택을해야하는지현실의사례와법률을통해살펴본다.그리고오래사는것만큼중요해진‘어떻게죽을것인가’,즉죽음의질을묻는다.
3부에서는조직은행현장을통해장기와인체조직기증을들여다본다.뇌사자와사후기증자의뼈와혈관,인대등은또다른환자의삶을살리는귀중한자원이된다.‘죽은자가산자를살린다’는아름다운이야기뒤에놓인기증의현실과윤리적고민까지함께짚어본다.
죽어가는몸,존엄을묻다
중반부는죽음을앞둔‘몸’으로향한다.
4부에서는늙고병들면서겪을수있는몸의변화를이야기한다.침대에서용변을보고어른용기저귀를차야하는순간,평생독립적으로살아온사람의존엄은크게흔들릴수있다.저자는배설과돌봄의문제를통해인간의가치가과연‘쓸모있음’과독립성에달려있는지되묻는다.
5부에서는안락사와조력자살등죽음보다고통이더두려운사람들이선택하고싶어하는죽음을살펴본다.스위스조력자살실제사례부터국내의안락사논의,자기결정권,스스로음식을끊는단식존엄사까지다양한선택을다룬다.찬성과반대가운데한쪽을쉽게선택하기보다,왜그들이스스로죽음을선택하고싶어하는지,그배경에놓인고통과돌봄의현실까지들여다본다.
고독사와공영장례,그리고돌봄
후반부에서죽음은더이상개인의문제에머물지않는다.다양한죽음의모습을다루며우리공동체가고민해야할죽음의모습까지아우른다.
6부는고독사를다루며혼자죽는현상보다그이전에한사람이어떻게사회와단절되었는지를들여다본다.저자는고독과고립을구별하며,고독사의근본에는관계가끊어진‘사회적고립’이있다고말한다.홀로죽은사람의집에남은흔적과냄새까지따라가며고립된죽음이우리사회에던지는질문을짚는다.
7부는죽은이를보내고애도하는장례의의미를살펴본다.가족이없는사람만무연고장례를치르는것은아니며,죽은이를끝까지배웅하는공영장례는점점더중요해지고있다.장례를단순한처리절차가아니라한사람의삶을기억하고공동체가마지막예를갖추는시간으로바라본다.
마지막으로8부는죽음의곁을지키는돌봄과죽음이후에작동하는행정을다룬다.가족,특히여성에게집중된돌봄의현실을살피고,돌봄이단순한노동을넘어인간이서로기대어살아가는방식임을이야기한다.마지막에는각종서류속에서한사람의죽음이처리되는과정을따라가며,제도속에서도놓치지말아야할인간의고통과존엄을묻는다.
책속에서
‘죽음의학자’로불리는엘리자베스퀴블러-로스는이렇게말한다.“타인의죽음은동물원철창에갇힌호랑이를보는것과같지만,자신의죽음은그호랑이가철창밖으로나와덤벼드는것과같다.”타인의죽음을바라볼때우리는대개관찰자의자리에선다.죽음의위험을감지하면서도,아직멀찌감치떨어져있다.(중략)그러나죽음이나에게직접찾아오는순간,상황은달라진다.쇠창살을뚫고나온호랑이가덮쳐드는극심한공포와혼란을경험하는것이다.
━「프롤로그」중에서
할아버지의얼굴은생전고통속에신음하던때보다훨씬평안해보였다.담당의사의사망선고가끝나고나서나는할아버지를눕히고수액줄을정리하는데태어나서처음보는장면을목격했다.머리맡에앉아오열하던할머니가느닷없이주머니에서꾸깃꾸깃한만원짜리세장을꺼내할아버지베개밑에넣으신것이다.
━「초임간호사로만난죽음의현장」중에서
인생의종착역이병원이었으면하는이는많지않다.병원보다는집에서마지막을맞이하길원하는노인이약38%다.반대로병원에서죽어도좋다는비율은약19%에불과하다.병원보다는집에서죽기를원하는비율이두배정도높지만현실은70%이상이병원에서사망한다.(중략)사실환자가병원에서돌아가셨으면하는바람은환자본인보다가족이더강렬하다.그이유는한두개가아니다.실제사건하나를먼저살펴보자.
━「집에서죽는것은생각보다힘들다」중에서
사망자이름=아버지,사인=자살.아버지의자살,그것은사망진단서에적힌사인하나가아니라,타인에게내가족의깊은상처를내보여야하는또다른고통의시작이었다.친구는사망진단서를받아들고이서류를각종행정기관에제출할용기가없다고했다.그리고‘아빠의자살’은아버지의삶은물론이고딸인자신의존재자체를송두리째부정당하는느낌이든다고도했다.
━「자살사망자가족을다시울리는사망진단서」중에서
우리나라의경우죽음의질을생각하기보다경로사상탓인지‘끝까지치료해야한다’거나‘환자몸에의료기기를잔뜩붙여야효도’라는생각이강했다.하지만요즘은고통없이존엄하게마무리할권리에대한인식이점점높아지고있다.2024년5월보건사회연구원이전국성인남녀1,021명을대상으로조사한바에따르면(중략)좋은죽음의조건을다음과같이꼽았다.
①죽을때신체적인통증을가급적느끼지않는것(20.1%)
②가족이나의병수발을오랫동안하지않는것(18.5%)
③가족이간병과정에서경제적부담을많이느끼지않도록하는것(17.5%)
④죽음에대해미리심리적인준비를하는것(10.9%)
━「죽음의질에대하여」중에서
아무리딸이라해도아버지의항문괄약근이조절되지않는순간을목격하는일은당혹스러웠다.아버지의변실금은피붙이로연결된나의자존감마저무너뜨렸다.참을수없는수치심을온몸으로확인하는시간이기도했다.아버지는나를낳아준존재이자,이제는돌봄이필요한연약한인간이었다.하지만그런식의고정관념은그저나의전두엽에박제된도덕률일뿐이었다.
━「대소변앞에서무너지는당신과당신의자녀」중에서
음식과이별은선택의차원을넘어서는문제다.죽음직전음식과의결별은태초부터우리몸에각인되어온생물학적지문같은것인지도모른다.그런데우리는통제안되는배설을혐오하면서도환자에게반강제적으로무언가를먹이는행위를기꺼워한다.그행위는어쩌면환자를위한다는명목이지만실제는산자의불편함과죄책감제거를위한이율배반적행위에가깝다.
━「어른의기저귀」중에서
사람의몸은거의다기증할수있다.뼈,혈관,심장판막,인대및건,심낭,피부,양막,신경등사실동의만한다면뇌사자의몸대부분을나누어줄수있다고말해도과언이아니다.뇌사자인체기증은의학드라마의소재로자주등장한다.왜일까?이미죽은사람이곧죽어가는다른사람을살리는,참으로드라마틱한요소때문일것이다.(중략)뇌사기증자는임상적으로죽음에이른존재이지만,아직살아있는이의생명을이어주는사람이기도하다.문자그대로‘죽은자가산자를구하는’일이의료현장에서일어나는것이다.
━「내몸,머리부터발끝까지기증할수있다니」중에서
안락사허용여부를둘러싼논쟁에서가장중요하게생각해야할것은죽음과샴쌍둥이처럼붙어있는‘고통’의문제다.(중략)죽음은일회적종결이지만고통은언제끝날지모르는구체적인괴로움이다.(중략)비교적젊은축에속하는사람들이안락사를찬성하는이유는바로아직자기에게닥쳐오지는않았지만죽기전에찾아올필연적인고통과마주치고싶지않기때문이다.
━「죽음보다고통이고통스럽다」중에서
단식존엄사는‘자살’인가‘자연사’인가.이질문은흔히뜨거운감자처럼여겨진다.스스로음식과수분섭취를중단하여죽음에이르는행위에대하여그누구도쉽게옳고그름으로딱잘라구분하기힘들다.단식존엄사는어떻게보면소극적존엄사와가깝다.(중략)소극적존엄사는의학적치료행위를거부하는행위이고,단식존엄사는음식물을거부하는행위라는점이두드러진차이점이다.또다른점은연명치료거부가현실에서는대개환자의식이없는상태에서가족이나의사의결정으로이루어지지만,단식존엄사는뚜렷한자기의지의표명이라는점이다.
━「스스로곡기를끊으며맞는단식존엄사」중에서
1인가구의증가속도는기대수명의연장만큼이나가팔라졌으나,우리는‘고독생(生)’에대한채비를갖출겨를이없었다.그빈틈을차지한것은고독사에대한음습하고불편한낙인이었다.대중이이사태에어리둥절해하며눈살을찌푸리는사이,낙인은고독사의본질을가려버렸다.사실우리중누구라도가족의부재중에급성뇌출혈이나심근경색으로홀로죽음을맞고며칠뒤발견될수있다.과연이것을우리가흔히말하는‘고독사’라고부를수있을까?
━「혼자죽어가는사람들」중에서
고독사한사람의생물학적임종원인은저마다다르지만근본에는대개‘고립’이놓여있다.우리가봐야할것은사망후며칠이지나발견되었는가가아니라,그이전에어떻게관계가끊어졌는가이다.자극적인뉴스의주인공은늘‘죽음’그자체다.외로운죽음의정황에모두가눈을돌릴때,우리중누군가는그의죽음이아닌‘그의삶’을돌아봐야한다.고립사의법적정의에명시된“단절된채사회적고립상태로생활하던”이라는문구,바로그‘단절’과‘사회적고립상태’를말이다.
━「고독이라쓰고고립이라읽는다」중에서
돌봄이공적노동으로인정받지못하는구조안에서는가족구성원중특정인에게만과도한의무가지워지는이른바‘독박돌봄’이발생하기쉽다.특히부모님이편찮으실때,미혼자녀나여성형제에게더큰간병의짐을지우는풍경은우리주변에서흔히볼수있다.
“시간이더많으니까”,혹은“여자가더꼼꼼하니까”라는식의비논리적인근거들은돌봄의고통을특정개인에게전가하는도구로쓰인다.돌봄을당연한본능으로여기는태도는가족간의민주적인역할분담을가로막고,희생을강요받는이의삶을고립시킨다.
━「돌봄현장에서요구받는여성들의독박노동」중에서
의향서를써둔사람이실제그의향대로임종을맞는경우가얼마나되는지묻는다면,대답은조심스러울수밖에없다.의사들은망설이고,가족들은서류보다는자신들의감정과책임감으로결정하기도한다.강고하게그려진법의테두리는병원침대곁에서종종느슨해진다.바로그흐릿하고모호한경계,그균열사이로존엄사의문제가슬며시들어온다.연명을거부하는것과죽음을스스로선택하는것은근본적으로다른문제다.현장에서연명의료결정법이갈피를못잡는가운데,우리사회는이미훨씬더어려운질문앞에서있다.
━「법률로보는병원안팎의죽음,그리고사람」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