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서점 :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

환상서점 :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

$14.26
저자

소서림

어릴때부터책과만화를보고공상하기를즐겼다.또글과그림으로표현하기를좋아했다.이후창작물을만들고싶다는막연한생각으로추계예술대학교영상시나리오과에진학했다.재미있어보이는일은일단시도하는성격이다.덕분에글을전공하고,출판만화그림작가로일을시작했다.이후오디오드라마를거쳐소설《환상서점》까지,글작가로서새로운시도를시작했다.언젠가글,그림을아우르는작품을만드는것이목표다.현재는작가집단‘스토리플러스’에소속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서장.절벽아래남은이야기
1장.우연한방문
2장.필연의정원
3장.영원의매듭
후일담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밀리의서재에서오디오북베스트셀러1위를기록한<환상서점>의스핀오프!
전자책<환상서점:잠못이루는밤되시길바랍니다>출간즉시종합베스트1위!

‘밀리의서재’에서출간과동시에화제를일으키며단번에베스트셀러1위에올랐던오디오북<환상서점>이소설화되어전자책출간,이후종이책으로출간되었다.오디오북을소설화하여출간되는것은유례없는일로,단순한매체전환이아니라각매체의특성을고려한유기적세계관연결을구현해내며최초의역주행열풍을일으켜출판시장의새로운한획을그었다.“책으로읽고싶다”,“후속편을기다린다”등오디오북독자들의전자책출간요청으로,원작<환상서점>에서사를더해기묘한이야기를들려주는서점주인과그이야기에잠못이루는밤을보내고도다시서점을찾는손님의이야기를환상적이면서도따듯하게그려내완전히새로운전자책으로출간하였다.전자책으로종합베스트1위를기록하며또다시쏟아지는종이책요청쇄도로미공개에피소드를추가하여종이책으로출간하였다.
잔혹동화스타일의오디오북<환상서점>은분명섬뜩하고공포스러운이야기를들려주지만,왠지모르게다듣고나면슬픔과여운으로가슴이먹먹해진다는독자들의후기가폭발적이었다.마침내우리는소설을통해왠지알수없는공포속어렴풋한애틋함을,서점주인과손님사이의애절한사연을만나볼수있다.
오늘도‘환상서점’의서점주인은당신에게이야기를들려주기위해기다리고있다.늘그랬듯이.

“오셨군요.기다리고있었습니다.”
셀수없는시간동안서점을지켜왔고,
헤아릴수없는나날동안누군가를그리워했다.

어느날,어느밤,어느길.가던방향을잃었을때쯤도착할수있는서점이있다.쉬어갈수있는시간은무한정.책을살필요도없으며원한다면서점주인의낭독을감상할수도있다.들어오는데필요한건약간의각오와휴식을원하는피로감.그뿐이다.
여는시간도,닫는시간도일정하지않은이서점의주인은손님에게분명섬뜩한이야기를들려주지만왠지모르게그의목소리에는슬픔이묻어있다.귀신처럼하얗고투명한피부에서냉기를뿜을것처럼생긴서점주인이지만,온화한미소로기다리고있었다말하고,듣고싶은이야기를묻는다.셀수없는시간동안누군가를기다리고그리워했던그는언제부터이자리에서어떤손님을기다려왔을까.
따듯한이야기를듣고싶었지만서점주인이멋대로내놓는슬프고기이한이야기를들으면서도계속서점을찾아가는손님이있다.힘든마음에산행을하다불현듯만난서점주인을따라간오래된고목에이끼가득한환상서점.음침하고기묘한분위기지만왠지모르게위로를받아울적한날이면찾게된다.따듯한미소에온화한말투의서점주인이왠지모르게낯이익어찾아가게되는것도같다.혹시내가그남자에게호감이있나?이야기를듣고싶은지,그남자가보고싶은지헷갈린다.

책속에서

문득그의등뒤로놓인서가가보였다.조명을한정적으로켠탓에안쪽엔짙은어둠이드리워있었다.저안에무엇이있을지그녀는짐작도할수없었다.이런건대개사람의상상력을자극한다.연서는어쩐지형체없는것들에게주시당하는기분이들었다.소름이돋았다.그때이야기를고르던서점주인이말했다.
“그중하나를들려드리죠.아주오래전,기록도남지않았을만큼까마득한옛날에번영하고멸망한나라.그곳에살던…….”
그의말에반응하듯테이블에놓인조명이얕게깜빡였다.
“분수에맞지않는꿈을꾸었던가여운소년의이야기입니다.”
p.34

그녀는곧장짐을챙겨서점출입구로향했다.큰길까지데려다주겠다는서점주인의호의를연서는극구거절했다.이게다누구때문인데.놀라게한사람과함께걸었다가는마음이더진정되지않을지도모른다.
서점현관앞에서연서는허리를꾸벅숙여인사했다.그녀가등을돌리자문앞에선서점주인이허공에대고중얼거렸다.“잘모셔다주세요.”누구에게하는지모를부탁이었다.연서는오로지집으로돌아갈생각에그말을듣지못했다.
그녀가종종걸음으로서점에서빠르게멀어지던차였다.
뒤에서그녀를부르는소리가났다.돌아보니문에비스듬히기댄남자가장난스럽게웃었다.
“손님,꼭다시오세요.기다리겠습니다.”
p.106

연서는빗속에서멍하니서점을바라보았다.저낡은건언제부터여기있었을까.문득이서점이바다의부표처럼느껴졌다.무수히많은일들이표류하고흔들리는가운데,아무도찾지않을이곳에서,언제올지모르는손님을기다리며혼자였을날이그려졌다.
p.135

그는책을펼쳤다.어디에도글자가빼곡했다.다시닫고,이번엔제일앞장을열었다.백지였다.차례로다섯장을더넘기고나서야내용이나왔다.보기괴로워서차마기록할수없다는뜻의세글자뿐이었다.
곧글자가먹물이되어녹아내렸다.꿀처럼진득하게책장을타고흘러방울졌다.흐르는먹물은점점많아지더니이내폭포처럼쏟아졌다.책속의모든글자가녹아내린것보다많았다.끝없이흘러넘쳐서점안으로들이쳤다.서주는삽시간에머리끝까지잠겼다.
진득한먹물속에서그는눈을감았다.몸이가라앉는지,떠오르는지잘구분되지않았다.늪처럼감겨드는것같기도하고깃털처럼부유하는것도같았다.꿈인지현실인지도구분할수없었다.그에겐낯설지않은감각이었다.
그는검은바다에잠겨과거를떠올렸다.무수한파란이었으나,이젠단세글자밖에남지않은내용이었다.
p.172

“손님을기다렸다는건정말입니다.단지상처가깊어서잠들었을뿐이죠.저는죽고싶어도그럴수없는몸이거든요.그래요,당신이돌아오실줄알았습니다.그새지나치게많은걸알게되신것같지만,그것도괜찮습니다.제게도아직들려드리지못한이야기가남아있어요.준비해둔것중에마지막입니다.뭐라고해야할까,책에도적지못한…….”
그가아득한목소리로말했다.
“구차한이야기.”
p.225

분명그녀의행복을위한선택이었다.이런결과를맞이할줄은몰랐다.왜운명은이다지도인간의바람대로움직이지않을까.그는여인을품에안고서도한참을망설였다.그녀의삶은유한했고그는영원했다.두사람은다른시간을살았다.그는여인과함께해도된다는확신이들지않았다.내다볼수있는게없었다.만약신이라면.사람의삶을뜻대로휘두르는신이라면우리의결말을알고있을까.
마침내망설임을끝낸남자가말했다.
「도망가자.내가너를이지옥에서꺼내줄게.」
p.248

어느날,어느밤,어느길.가던방향을잃었을때쯤도착할수있는서점이있다.
쉬어갈수있는시간은무한정.책을살필요도없으며원한다면서점주인의낭독을감상할수도있다.들어오는데필요한건약간의각오와휴식을원하는피로감.그뿐이다.시시때때로변화하는서점주인의태도를감당할배짱만있어도충분하다.
그는무척이나온화한목소리로끔찍하고섬뜩한이야기들을늘어놓는다.그런다음공포를느끼는건살아있다는증거라는둥,화를돋우는지달래는건지모를말꼬리를붙이곤한다.어떤때에는신을이야기하다가또어떤때는과학을입에담으니종잡을수가없다.그저이야기꾼의장난이구나,하고넘어가는것이상책이다.
p.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