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오래 머무는 아이들 : 돌봄교실에서 만난 아이들

학교에 오래 머무는 아이들 : 돌봄교실에서 만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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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진정한 나의 주인공들, 돌봄교실에서 만난 아이들”
돌봄교실은 방과후부터 학부모들이 퇴근하는 저녁 9시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다. 돌봄교실 관리교사는 아이들이 다 귀가할 때까지 돌봄 전담 교사와 함께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이 주업무였다. 당시에는 아침 7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집으로 가는 게 일상이었다. 출장을 갔다가 와도, 교직원 전체 회식을 한 후에도 돌봄교실 때문에 학교로 되돌아가곤 했다. 그 덕인지, 우리 학교는 전국에서도 돌봄교실 운영을 잘하는 곳으로 유명해 교육부 장관까지 방문할 정도였다.

아무도 없는 교실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교문 앞 나무에서 우는 매미 소리만 들렸다. 그 도서실은 내가 책 속 주인공을 만날 수 있는 나만의 행복한 공간이었다.
시골 학교 도서실 생각이 나서 그랬을까? 아니면 학교에 오래 남아 있는 게 익숙해져서 그랬을까? 그 후로 밤늦게까지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처음처럼 힘들지 않았다. 교실의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점점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돌봄교실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들렸다. 아이들은 책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사연을 품고 있었다. 마치 책 속 주인공이 현실 세계로 나온 게 아닌가 싶었다.

돌봄교실 아이들의 진솔한 모습이 보이자, 답답하게 갇혀 있는 고치가 아니라 훨훨 나는 나비의 자유로움을 느꼈다. 꽃과 같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처음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나에게 글이란 아이들의 편을 들어주는 일이었다.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해서, 아이들이 어려운 일을 혼자 겪어야 하는 게 힘들어 보일 때, 나는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돌봄교실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들렸다. 아이들은 책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사연을 품고 있었다. 마치 책 속 주인공이 현실 세계로 나온 게 아닌가 싶었다.
저자

신사숙

"낮에는담임교사밤에는초등돌봄교실관리교사로학교에오래머무는아이들과함께있었습니다.아이들은슬프고힘든사연들을해맑은표정으로나에게들려주었습니다.이책은아이들편을들어주고응원하는것입니다.앞으로도학교에오래머물며아이들의이야기를듣고싶습니다."

목차

들어가는글:진정한나의주인공들,학교에서만난아이들

제1장│달을닮은아이들

01빈도시락
02냄새맡는아이
03밤10시,엄마를기다려요
04선생님이깨워주세요
05돌봄교실의에드와르도
06가장소중한보물
07우리집도살거예요
08친아빠한테미안하잖아
09미국?아빠차타고갔지
10이거돈가스아니지?
11원미의빈자리

●달을닮은아이들은다문화,돌봄교실아이들이주인공입니다.

제2장│해를닮은아이들

01돌돌이가물어갔어요
02돌멩이가무섭대요
03개나리꽃을닮은아이
04오백원동전
05회장이뭔데?공부가뭔데?
06그냥같이놀걸
07뭐니,뭐니,뭐니?
08나랑결혼해줄래?
09말하고싶지않은아이&말하고싶은아이
10강호이야기
11아이들의말로하기

●해를닮은아이들은엉뚱하고발랄한아이들이주인공입니다.

제3장│별을닮은아이들

01노래하는교실
02모르고있다는걸모르면물어볼수도없다
03군고구마
04도둑맞은지갑속사진
05벌청소&칭찬청소
06제자와스승사이
07안울었는데요
08가족놀이의변화
09아이들의마음에도강이흐른다

●별을닮은아이들은오랫동안기억나는추억이깃든아이들이주인공입니다.

마치는글:졸업식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진정한나의주인공들,학교에서만난아이들”

학교합창부지휘,스카우트대장,환경봉사대학생지도,학교숲관리,돌봄교실…….내가교사가되어맡았던업무들이다.이업무하나하나에많은추억들이있지만그중에가장잊을수없는건돌봄교실관리교사였다.돌봄교실은방과후부터학부모들이퇴근하는저녁9시까지아이들을돌보는곳이다.돌봄교실관리교사는아이들이다귀가할때까지돌봄전담교사와함께학교에남아있는것이주업무였다.당시에는아침7시에출근해밤10시에집으로가는게일상이었다.출장을갔다가와도,교직원전체회식을한후에도돌봄교실때문에학교로되돌아가곤했다.그덕인지,우리학교는전국에서도돌봄교실운영을잘하는곳으로유명해교육부장관까지방문할정도였다.

처음관리교사일을맡았을때는내가왜이걸한다고했을까,후회스러웠다.그때는학교교무부장이라담임교사와부장업무만으로도체력이방전되는듯했다.돌봄교실아이들이모두집에가는늦은시간까지교실에있으려니누에고치가된기분이었다.갇힌것처럼답답하고서글픈생각까지들었다.방학중에도매일출근해야했고,쉴수있는기간은방학내‘돌봄교실방학’뿐이었다.일주일간의방학외에는돌봄학생들처럼나도학교에가야했는데,그럴때면다른학생들과부모님,동료교사들이그렇게부러울수가없었다.모두들시원한해수욕장으로,산으로,해외로가는데나만뜨거운여름방학을꼼짝없이교실에서보내야한다니!

그날도평소처럼돌봄교실에가서아이들에게그림책을읽어주고교실로왔다.방학기간이라아이들이없는학교는무척조용했다.휘몰아치는태풍같은아이들이사라진교실은낯설고어색했다.고요한교실,아무도없는교실,여름방학에혼자있는교실…….그때였다.아련하게떠오르는기억.아,예전에도이런생각을했었는데언제였지?희미하던기억이점점또렷해지더니어릴적일이생각났다.6학년때,나는서울에서바닷가근처시골학교로전학을갔다.겨우친구한명을사귀었는데,그친구는수업이끝나고집에가면밖으로나오지않았다.집에서어린동생을돌봐야해서같이놀수가없었다.

여름방학이되자나는더외롭고쓸쓸했다.남동생을비롯해온동네아이들은바닷가에서살다시피했다.나도몇번수영을배우려고따라갔는데그럴때마다바다가너무무서웠다.바닥에발이닿지않으면몸이굳었다.동생들은하루하루수영실력이늘어갔고,나는종일몸을비틀어대며심심해했다.그러다내가찾아낸곳은학교도서실이었다.전학간시골학교의작은도서실은말이도서실이지그냥교실이었다.교실과다른점이있다면한쪽벽에유리문이달린책장이있고,책장안에는세계동화전집,위인전등이있었다.『소공자』,『소공녀』,『장발장』,『제인에어』,『빨간머리앤』…….나는그런책들을읽으며뜨거운여름방학을보냈다.

동네아이들이바닷가에서다이빙하고작살낚시를하는동안나는혼자책을읽었다.거기서는한여름의열기를피할수있었다.선풍기가없어도창문을열어놓으면시원한바람이불어왔다.아무도없는교실은고요하고평화로웠다.교문앞나무에서우는매미소리만들렸다.그도서실은내가책속주인공을만날수있는나만의행복한공간이었다.시골학교도서실생각이나서그랬을까?아니면학교에오래남아있는게익숙해져서그랬을까?그후로밤늦게까지학교에머무르는시간이처음처럼힘들지않았다.교실의조용하고아늑한분위기에점점안정감을느끼게되었다.

그러고나니돌봄교실아이들이보이기시작했다.아이들의이야기가들렸다.아이들은책보다더흥미진진하고감동적인사연을품고있었다.마치책속주인공이현실세계로나온게아닌가싶었다.

소풍가는날,빈도시락을가져온아이.
교사가모닝콜을해야학교에겨우오는아이.
밤10시까지엄마를기다리며꾸벅꾸벅조는아이.

나는책을보는것처럼아이들의이야기를듣기로했다.아이들의마음을읽는데더많은시간을보내기시작했다.돌봄교실아이들의진솔한모습이보이자,답답하게갇혀있는고치가아니라훨훨나는나비의자유로움을느꼈다.꽃과같은아이들을만나면서나는처음으로아이들의이야기를쓰게되었다.나에게글이란아이들의편을들어주는일이었다.교사로서할수있는게없어서,그들에게힘이되어주지못해미안해서,아이들이어려운일을혼자겪어야하는게힘들어보일때,나는그런아이들의이야기를기록했다.그러면서,네가화를내고소리지르고우는게잘못이아니라고괜찮다며다독거렸다.

초등학교6학년,전학을가서외롭던나에게책친구를소개해준교실,거기서나는다시아이들을만나고있다.이제내친구는더이상책속에있지않았다.내곁에서떠들며돌아다니고키득거리며웃는아이들이진정한나의주인공이었다.지금나는그교실에서,학교에서어린시절의나처럼심심하고,외롭고,같이있어주길바라는아이들과함께지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