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시기를 주목해야 하는가?
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 세계 지도력 혼란, 글로벌 산업 패권 경쟁, 기술 국가주의…
거대한 전환점이 될 팬데믹 이후 10년을 통찰하다
선진국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골몰했던 2010년대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있던 중국은 ‘중국몽(中國夢)’으로 G1 국가인 미국의 위상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스스로 세계 경찰의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함으로써 세계의 국제정치와 경제시스템을 주도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는 혼란에 빠졌다. 양극화로 중병이 든 자본주의와 부족정치로 갈라진 각국의 정치판도 부족해서 기후변화와 바이러스까지 인류를 위협하면서 2020년대를 향한 세계는 혼돈을 겪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생활 곳곳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어 놓으면서 기술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의 융복합시대로 돌입하게 했다. 도대체 우리의 시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시대를 사는 누구라도 한번쯤 가졌을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시대에 대한 통찰’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2020년대 세기적 대전환기의 뉴 패러다임
1918년 6월 하순에 시작하여 1919년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당시 5억 명의 감염자와 2,000만에서 5,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를 만들었던 ‘스페인 독감’이 일어난 지 꼭 100년 만에 2019년 12월 30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다. 그리고 2021년 4월 10일 기준 1억 3,472만 명의 감염자와 292만 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계속되고 있다. 100년 만에 세계적 유행병이 재발했다는 사실만으로 2020년대가 100년만의 대전환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역사학자 폴라니가 1920년대와 1930년대를 총체적으로 ‘거대한 전환’이라고 지칭했던 국제정치 판도를 비롯한 세계를 움직이는 틀의 전환과 비슷한 양상이 2020년대에 분명히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기적 전환기라고 할 만하다.
첫째, 국제정치적으로 100년 전 팍스 브리태니카(Pax-Britanica) 시대가 끝나고, 세계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2020년대 들어 팍스 아메리카나(Pax-Americana) 시대가 끝나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세계 주도권의 혼돈기가 진행되고 있다.
둘째, 경제적으로는 100년 전 영국의 경제력 쇠퇴와 독일의 경제력 확대가 진행되었던 반면에 2020년대에는 미국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중국의 경제력이 팽창하는 이른바 G1의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셋째, 국제금융 측면에서 1910년대는 금본위제의 붕괴가 진행된 시기로 금본위제의 붕괴는 1929년 대공황을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2020년대에는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인 달러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100년 전 파운드 중심의 세계금융체제 붕괴가 진행되었던 반면 2020년대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해왔던 달러 중심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넷째,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관세 인상을 비롯하여 자국이기주의가 만연하고 그 결과로 세계무역이 크게 위축되면서 1929년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2020년대에는 세계 경제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구조적으로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충격으로 평가되는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IMF는 세계 경제가 이 충격을 극복하는 데 2020년대의 상당한 시간을 소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섯째, 각국의 정치 흐름에서는 자유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파시즘(1922년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1933년 독일의 히틀러)이 일어났다. 2020년대에는 영국의 브렉시트(2016년)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출현(2017년)으로 대표되는 대립과 갈등의 정치(정치적 부족주의)가 세계적으로 만연함에 따라 민주주의의 강점인 국민들의 합의에 의한 정치 지도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여섯째, 100년 전 기술적으로는 산업동력이 증기에서 전기로 전환되고, 이에 따라 기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과 비교하여 2020년대는 기계의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 나아가 ‘데이터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탈세계화 시대, 혼돈의 글로벌 가치 사슬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은 어느새 세계의 포식자로 변모했다. 2020년대 미국은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혼란이 계속될 것이다. 붕괴하고 있는 기존 중심세력이 자구책으로 요구하는 ‘아메리칸 퍼스트’와 새로운 세력이 원하는 ‘세계 지도력’이 계속 충돌하면서 2020년대 미국의 세계 전략이 심각한 혼란을 보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2020년대 미국의 혼란은 곧 세계 정치경제의 질서를 잡을 ‘세계의 경찰’이 없는 세계의 혼란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마찰이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부정적인 충격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악화되고 있으며,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미·중 간의 무역마찰 이면에 시장 자본주의와 국가 자본주의 간의 체제 마찰을 넘어서 세계의 정치경제 운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소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 양상은 ‘신냉전(The New Cold War)’으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애플사가 발표한 〈2020년 공급자 책임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제품을 만드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2018년 45개국의 1,049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 중 상위 200개 공급기업의 국적은 대만 46개, 중국 41개, 일본 38개, 미국 37개, 한국 13개이며, 생산에 참여한 공장은 809개로 중국 380개, 일본 126개, 미국 65개, 대만 54개, 한국 35개다. 놀랍게도 미·중 간의 무역전쟁에 불구하고 애플의 공급 사슬에 있어 중국 의존도는 2018년 더 높아졌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기업인 삼성전자의 공장이 9개, 삼성SDI 공장이 5개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 애플의 아이폰은 과연 어느 나라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조사(IHS마킷)에 따르면, 아이폰X의 경우 소매가격 1,200달러 중 부품비용은 370달러이며, 부품 중 단일비용으로 가장 큰 부품은 액정화면이다. 이 액정화면 값 110달러가 삼성 디스플레이에 지불되며, 부품비용의 가장 큰 몫은 일본 기업들에 돌아간다. 아이폰은 최종적으로 중국의 폭스콘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되지만 폭스콘이 받는 조립비용은 제조비용의 6%, 제품가격의 2%에 불과하다. 애플사가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애플사의 제품들은 애플사가 설계하고 운영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이 만든 제품이다. 애플의 사례와 같이 다국적 기업들이 운영하는 글로벌 가치 사슬을 통해 중간재의 형태로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나들며 만들어진 상품들은 특정한 하나의 나라 제품이 아니라 ‘Made in the World’다.
하지만 글로벌 가치 사슬은 정치·경제적으로 역세계화의 거센 역풍을 맞고 있으며, 그 결과로 세계 무역은 위축되고 세계 경제는 다시 침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가치 사슬이 세계 무역과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는가?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구축된 글로벌 가치사슬을 재구축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과 위험을 수반하는 일인 만큼, 글로벌 가치 사슬은 다소 위축되더라도 여전히 세계 무역의 중심축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세계화의 틀과 각국의 국내정치 간의 충돌이 진행되는 국면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질수록 외국인 직접투자는 각국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주목해야 할 점은 글로벌 가치 사슬의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위험뿐만 아니라 기회와 직면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국내 정치를 우위에 두고 글로벌 가치 사슬을 훼손하는 국가는 산업경쟁력의 저하를 초래함으로써 경제적 국익을 잃을 것이며, 반면에 정치가 글로벌 가치 사슬과 국내 문제 간의 충돌을 조정하는 데 성공한 국가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 참여하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혁명, 치열한 기술경쟁
인터넷 이용자 수는 1994년 300만 명(대부분 미국)에서 1998년 1억 명을 돌파하여 2004년 10억 명, 2010년 20억 명, 2015년 30억 명, 2019년 40억 명으로 급증했으며, 전 세계 인구가 구글 서치와 유튜브를 하루 1건 이용하고, 이메일을 33건 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가 생활하고 생산하며 세상과 교류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변했다. 1960년대 컴퓨터로 시작하여 1990년대 인터넷, 2007년 이후 스마트폰, 현재의 데이터 경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기술적 변화를 통해 “모든 것이 변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혁명(Digital Revolution)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우리가 생산하고 교류하는 정보의 양과 내용의 혁명을 가져왔으며, 그 결과 현재 이른바 ‘데이터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디지털 혁명은 디지털 기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유통·소비 전반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통해 여론 형성, 정책 결정, 입법 전반에 걸쳐 정부의 행정과 정치 행태도 바뀌고 있다. 즉, 디지털 혁명의 특징은 스마트폰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종래의 선형적 기술혁신을 넘어서 정보, 통신, 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의 융합을 통한 기술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종래의 기술혁신이 산술급수적인 혁신이었다면, 디지털 혁명에서의 기술혁신은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을 통한 기하급수적이고 융합적인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19로 급격히 특히 재택근무와 비대면 위주의 교육방식 전환은 직접적으로 개인용 컴퓨터와 노트북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의 폭발적인 수요를 가져왔다. 파생적으로 인공지능(AI) · 가상현실(VR) · 증강현실(AR)의 수요도 증대시켰다. 한편 친환경 트렌드는 전기무인자동차 개발을 가속화했다. 특히 자율주행자동차는 AI, 5G, 신경지능 반도체, 엣지 컴퓨터의 발전을 융합하여 성큼 현실로 다가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