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시간 (임이송 소설집)

개의 시간 (임이송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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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로에게 상처주고 위로받는,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린 『개의 시간』
2021년 『한국소설』 2월호에 단편소설 「임플란트」로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온 임이송 작가가 데뷔 첫 해에 소설집 『개의 시간』을 출간했다. 임이송 작가는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인 2002년 가을 『현대수필』 신인상을 받고 20여 년간 80여 편의 수필을 발표했고 10여 년간 아이들과 함께 독서토론과 글쓰기놀이를 했으며 대안학교에서 국어 과목도 가르쳤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문장은 간결하고 명징하며 이야기를 꼬거나 돌아가지 않게 엮어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표제작 「개의 시간」에서 주인공 해주는 태선이 종적을 감춘 지 3년 만에 그를 찾아낸다. 새벽 4시. 메모리얼파크, 강선경. 해주는 친구 선경에게 그녀의 이름으로 예약을 부탁한다. 누구도 꼼짝할 수 없는 퇴로가 막힌 시간을 택했다. 개도축업을 하는 아버지 몰래 개를 빼내어오던 태선은 시인이 되는 꿈을 포기하고 수의사가 되었다. 그러던 그가 아버지가 죽자 종적을 감췄다. 해주는 그가 맡겨놓았던 애완견 잔디를 화장하러 그가 운영하는 장례식장을 찾아간다. 태선은 직업의식인지 아니면 정확하게 선을 긋는 것인지 눈빛과 행동에서 조금의 틈도 주지 않는다. 장례를 마친 해주는 언젠가 그와 갔던 속초 바닷가에서 태선과 마주하여 그간의 오해를 푼다.
임이송 작가는 소설집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 중 「완벽한 겨울」에 나오는 다섯 살의 명희에게 가장 마음이 쓰였다고 한다.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명희의 무거운 기억을 따스한 마음으로 어루만져주고 싶었다고. 소설 내용처럼 다섯 살 때, 아버지는 뒤늦게 군에 입대하느라 작가의 곁을 3년이나 떠나 있었고 그것이 임이송 작가의 첫 상실의 아픔이었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내 안에는 매순간 무수한 내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들이 작가의 평안을 좌우한다. 그것들을 잘 어루만져야 행복할 수 있고, 더불어 그와 함께하는 가족과 이웃도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긴다. 특히 가족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훌륭한 사람 백 명이 곁에 있는 것보다 엄마 한 명이 더 크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화장 후 남겨진 아버지의 임플란트에 얽힌 이야기를 쓴 데뷔작 「임플란트」, 어릴 때 가족의 빚을 해결해준 고향의 경이엄마의 부고를 받고 묵은 빚을 해결하라는 엄마의 말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이엄마」 등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임이송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나는 가족의 군상을 다뤘다. 가족의 구성원 하나하나가 서로에게 어떤 상처를 주고 위로를 받으며 살아가는지를 그리고 싶었다. 엄마가 여기에 있어 따뜻하고 엄마가 여기에 없어 아픈, 아버지가 다정하여 행복하고 부재함으로써 불행한, 그런 것들을 다루고 싶었다. 자식들 또한 마찬가지다. 자식이라는 존재 자체가 부모의 행불행의 최소분자이면서 최대분자이기 때문이다. 무수한 나는 무수한 부모를 만들고 또 무수한 나는 무수한 자식을 만든다. 무수한 사람들은 순간순간 또는 오래 기쁘기도, 슬프기도, 아프기도, 그립기도 한 삶을 산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저자

임이송

안동에서태어나중학교를졸업할때까지도산서원으로일년에두번씩소풍을갔다.초등학교1학년때꿈이국어선생님이었다.강화의한학교에서그꿈을이뤘다.2002년『현대수필』가을호에「기다림」으로등단했다.2003년에수필동화『네살에태어난악마』를출간했다.10여년간아이들과함께독서토론을하고글쓰기놀이를했다.대안학교에서국어과목도가르쳤다.2021년『한국소설』2월호에「임플란트」라는작품으로신인상을받았다.20여년간80여편의수필을문예지에발표했다.지금은원주에서수필과소설을쓰며,원주신문에〈안부를묻다〉라는코너에칼럼을연재중이다.

목차

개의시간·7
완벽한겨울·35
방을건너다·63
진영슈퍼91
임플란트·125
다른봄·151
플라밍고인형·177
경이엄마·205

작가의말|행복은혼자서들어지는게아니다·234

출판사 서평

개의시간
나는3년만에태선을찾아냈다.개도축업을하는아버지몰래개를빼내어오던태선은시인이되는꿈을포기하고수의사가되었다.개의눈을보기위해서.그러던그가아버지가죽자종적을감췄다.나는그가맡겨놓았던잔디를화장하러그가운영하는장례식장을새벽에기습적으로찾아간다.

완벽한겨울
나는다섯살이다.엄마가둘째동생을낳는날,아버지는때늦게군에입대한다.엄마가안방에밀어내놓은붉은덩어리와아버지가던진베개에서터져나온메밀낱알과축늘어진박꽃같은엄마.나는그모든걸고스란히눈에담는다.밖에는언제그칠지모르는눈이내리고있다.

방을건너다
남편이투신자살한경주는‘그방’에서방안에있는물건들을바라보며남편이왜죽었는지를생각하고또생각한다.단순한물건들이어느새새로운영혼을덧입은것처럼느껴진다.아무리몸부림을쳐도그방에서벗어날수없던경주는어느순간‘이방’으로건너와있다.

진영슈퍼
나는대단지아파트사이에섬처럼끼어있는재래시장에서슈퍼를운영한다.20여개의점포들이모여있는오래된작은골목엔바람잘날이없다.특히우리집2층에세들어사는선녀보살과그의기둥서방인동화작가의삶은골목상인들에게끊임없이파란을일으킨다.

임플란트
아버지의화장이끝나기를기다리고있는데은율가족을찾는사내방송이나온다.직원은다타고남은임플란트시술한치아를내민다.빚만잔뜩남긴아버지는암진단비로임플란트시술을끝낸지2주만에죽는다.8개의치아는은율가족의상처를고스란히품고있다.

다른봄
나는5년이나사귄형민과이별을앞두고그가오랫동안살았던브리즈번으로혼자여행을떠난다.그곳에서인도에앉아지나가는사람의발을찍는여자와그녀를지키는다리가없는남자,그리고온통보랏빛자카랜다천지인10월의봄을만나게된다.막막하던한국에서와너무도다른보랏빛봄을.

플라밍고인형
왼쪽유방절제수술을한지영은수술후처음으로거울앞에선다.남편은치매에걸린시어머니에게로또달려갔다.그때은유는거실에서만화영화를보며깔깔,웃고있었다.그때마다플라밍고인형도따라웃었다.오늘은지영의마흔번째생일이다.

경이엄마
우리가족의삶에배경처럼둘러있는경이엄마의부고를받았다.정말느닷없었다.부의금으로라도그에게진빚을갚으려했지만,장례를치르지않고화장하여뿌린다고했다.나는그토록보고싶었던그의얼굴을끝내보지못한채,한번도본적없는중년의경이와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