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안미자입니다 (홍혜문 소설집)

나는 안미자입니다 (홍혜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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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따뜻하고 자유로운 물의 말을 담아내는 그릇’인 홍혜문 작가의 첫 소설집
2006년 「고통」으로 『경남문학』 소설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2016년 「손」으로 『문학나무』 신인상을 받았고, 2020년 「해저터널」로 제6회 창원문학상을 수상하였던 홍혜문 작가가 등단 16년 만에 첫 소설집 『나는 안미자입니다』를 출간했다.
홍혜문 소설의 서술자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의 여행자들이다. 서술자는 이야기꾼-페넬로페의 옷을 빌려 입고 시간의 기원을 찾아 머나먼 과거로 돌아가는가 하면, 욕망으로 들끓은 현재의 공간에 머물러 존재의 우울한 내면을 열어 보이기도 하고, 또 그 존재들이 맞이할 파국적 순간 앞에서 왈칵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고독한 방안에서 끊임없이 천을 짰다가 풀어내는 페넬로페처럼, 끝없이 이야기를 직조해내는 그녀의 이야기꾼들은 막막한 현실의 어둠 속에 환한 물/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헛되고도 아름다운 노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녀가 직조해낸 이야기를 다 읽/듣고 나니 쓸쓸함과 동시에 한기가 엄습해온다. 그러나 그 한편에서 뜨거운 열기가 훅, 끼쳐온다. 아무래도 홍혜문은 차가운 시선과 뜨거운 가슴을 가진 작가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홍혜문의 소설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물’은 현실의 압력과 치유의 힘이란 이중적 의미를 내포한다. 나를 둘러싼 환경의 압박, 조여든다. 숨이 막힌다. 「해저터널」에서 물 한 방울은 터널을 붕괴시킬 만큼의 위력을 지녔다. 「트임벨」에서 병에 갇힌 물은 제 안에서 얼어터지기 직전이며, 화자는 마지막에 자신을 풀어주듯 욕조에 맥주를 들이붓는다. 물이 주는 자유로움은 감정의 해방이며 갇힌 말을 풀어주는 것과 통한다.
표제작 「나는 안미자입니다」의 화자는 애타게 말하기를 원했다. “누구하고라도 얘기를 좀 해보”기를 갈망했다. 하지만 누구도 화자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말이 막히자 화자는 요강을 던지며 고함을 친다. 이야기의 물꼬가 트이는 순간, 마음을 옥죄던 것들이 풀려나온다. 혼자서 터져버리지 않기 위해, 외따로 쓸쓸히 죽지 않기 위해 타인에게로 흐르는 물길을 내고자 한다. 물은 생명체의 삶을 지탱하는 근간이다. 사람이란 알고 보면, 물주머니와 다를 바 없다. 생명체는 물에서 생겨났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살게 하는 물, 홍혜문의 소설은 그 ‘따뜻하고 자유로운 물의 말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홍혜문의 소설집 『나는 안미자입니다』는 삶과 씨름하는 인물들을 담아낸다. 막다른 골목에서 놓인 인물의 상황을 성실한 묘사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인물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묘파한다. 소설의 미덕인 사실성은 인물의 직업이나 하는 일, 그들이 놓인 낯선 세계를 그려내는 솜씨에서 확보된다. 해저터널을 뚫는 남자, 화가, 조각가, 전화로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을 하는 남자, 일러스트 작가, 광고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하여 현실감을 확보한다. 또한 인물들이 종사하는 직업들은 주로 ‘만드는 것’이란 공통분모를 지닌다. 창작의 난관은 삶의 궁지와 맞물리며 문제의 해결 국면은 창작의 성취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인물의 상황을 적절한 비유나 소재로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면도 돋보인다. 냉동실에서 얼어가는 맥주, 바다 밑 해저터널, 진흙에 뿌리박은 수초, 골방에 갇혀 이름을 빼앗긴 여자, 봄을 뜻하는 새 ‘바하아’, 쑥범벅, 포클레인의 ‘버킷’ 등 다채롭고 신선한 소재로 분위기를 형성하고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응결시킨다. 게다가 홍혜문의 소설은 인물이 놓인 상황을 드러내며 이러한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라는 문제로 요약된다. 진단과 처방으로 갈음해도 무방하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누구나 붙들고 있는 힘겨운 화두와 씨름한다. 소설 속 인물은 우리만큼 고민하며 우리처럼 몸부림친다. 우리 대신 삶을 앓는 사람들의 투병기를 통해, 우리는 생의 면역력을 얻게 된다.
저자

홍혜문

본명홍춘숙.경남함안출생.2006년「고통」으로『경남문학』소설부문신인상으로문단에나왔으며,2016년「손」으로『문학나무』소설신인상을받았다.2020년「해저터널」로제6회창원문학상을수상하였고,2021년신중년사회공헌사업의일환으로박경리문학관에예술인으로참여했으며가향문학회부회장과경남소설가협회회장을역임했다.
틈틈이자전거를타고강변을산책하길즐긴다.페달을돌려길없는길로접어들때면대자연은인간이누릴수있는가장소중한신의선물이며,자전거바퀴가만들어가는길은꿈을향한기도라는생각을하게된다.모세가바다에길을내듯인간의의지와희망이만들어가는길,그길에서쉼표를찍으며하늘을올려다보곤한다.

목차

작가의말|고정된사고의틀벗어나맞을새벽을기다린다ㆍ4

해저터널ㆍ11
워터히아신스ㆍ45
바하아ㆍ71
나는안미자입니다ㆍ93
트임벨ㆍ123
내마음의렌즈ㆍ149
말분의사랑ㆍ177
버킷ㆍ203

해설|성숙한시선,삶의성찰ㆍ김나정225

출판사 서평

[소설의줄거리]
〈해저터널〉
주인공태국은첨단기술로구현된해저터널을소멸과죽음의공간인병원과대위법적으로배치하면서현실과그이면의서사를구성해나간다.태국은엔지니어하르케와함께수심40미터의깊은바닷속에서콘크리트함체18개를이어붙이는작업을하고있다.해저터널작업현장에사고가발생한다.산소통을메고수중작업을하던외국인노동자짜이또가갑자기의식불명의상태에이른것.잠시죄책감을가질뿐태국은다음작업에차질이생길것만우려한다.그는해저터널공사현장을살피다콘크리트함체의접합부분에물방울이새는것을발견하게되는데….

〈워터히야신스〉
오른팔을다쳐깁스한만희는펜수묵화를그리지만그려지지않는다.그녀는과거임신한상태에서남편의상간녀에게살인미수죄로누명을쓰고남편도빼앗기고아이도유산하게되었기때문이다.어느날그녀는띤잔물축제의동영상을보고무작정미얀마로여행을떠난다.인레호수근처에짐을푼만희는가난하지만,마음이따뜻한‘진’의집에머물게된다.미얀마의여성진은임신한배를불룩하게내밀면서도만희를도와주고싶어한다.진의아들은이집의가장역할을하며인레호수에쭌묘를만들고있다.만희가물속의밭인쭌묘일을거들게되면서그녀의상처도서서히아문다.

〈바하아〉
주인공이안은터키를여행하다가정착한조각가다.터키에서생활고에시달리던이안은조상대대로물려받은목각새바하아를팔게되지만그가다시그목각새를찾아한국에들른다.그곳에서바이칼호수주변에살던부랴트족여성샤를을만난다.이안은한국의고대문화를해외에소개하는일을하는샤를과함께솟대의고향인지리산삼성궁으로떠난다.이때두인물이이야기하는‘목각새(솟대)’는고대한국과러시아,터키인의영혼을하나로잇는산물이다.마고성에서단군의초상화를보게된이안은폭우를만나게되고추위와피곤함에지쳐샤를과제단에드러누워잠이든다.그는뿌리를찾아머나먼과거고조선의소도를여행하는꿈을꾼다.

〈나는안미자입니다〉
기저귀를찬안미자는동명이인인간병인안미자의도움을받으며생활한다.그런데간병인은환자인내딸에게친정어머니행세를하며딸이출근한사이에집안일을정성껏해놓지만환자(안미자)에게는전혀관심이없다.어두운방에방치된안미자는간병인과딸의다정한웃음소리를들으며쓰디쓴박탈감을맛본다.이이해관계에서엄마는이용가치가없는혹은쓰다가버려지는사물에불과하고철저하게고립된다.이비관적현재를벗어날방법은시간의바깥으로나가는것뿐이다.참다못한안미자는방으로들어온간병인의얼굴에오줌통을뒤집어씌운다.

〈트임벨〉
주인공은타인의이야기를들어줌으로써심리적상처를해소하게돕는심리상담사다.수화기에대고자신의우울한속내를털어놓는사람들은익명의은둔자들이다.주인공은한때잘나가던사업에실패하고아내에게폭행까지일삼았다.폐쇄된고시원에홀로남은주인공은타인의우울한이야기를지속해서들어야한다.이순간현실적시간은중지된다.그런점에서우울증을앓는익명의타인은나를되비추는거울이라고여긴다.

〈내마음의렌즈〉
주인공은SNS투자회사에서투자고객을관리하는담당자다.나의내면은“큰회사에서인정받으며일하고싶다”는타자인정욕망으로들끓는다.거액을투자하겠다며다가온제임스김은주인공을따로만나고싶어한다.사회적성공을성취하려는조바심은투자자제임스김을만나러가는길에서강박증적으로드러난다.제임스김은아바타캐릭터전문가인주인공에게새로짓는메타버스회사로의스카우트를제의한다.그와헤어진후제임스김의회사가부도위기라는뉴스를접하게된다.

〈말분의사랑〉
보릿고개시절말분은서울에서공부하고내려온진우를만나친구들과한글을배우다가그를사랑하게된다.그사이에순덕이끼어들어진우를따로만나게되면서갈등이일어난다.순덕이진우와관계하여딸을낳은후하혈이심하여숨을거둔다.베트남전에참전한진우는소식이끊긴다.말분의딸정혜는치매를앓는엄마에게서진우라는이름을듣고그흔적을찾아집안을뒤진다.그리고다락방에서진우와순덕이라는이름이적힌공책을발견하게되는데.

〈버킷〉
주인공은기업의선전용광고를디자인하는그래픽디자이너다.컴퓨터를통해광고시안을디자인하는나는이미지를합성하고해체함으로써그무엇이든만들어낼수있다.나의손은‘굴착기의버킷’이라는금속과‘아버지의손’이라는핏줄과‘마우스’라는컴퓨터기계-기술력을동시에가진복합적손으로의미화된다.그녀는신의손이미지의굴착기광고를완성한다.그과정에서전설적인굴착기기사였던아버지의과거를이해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