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사냥

멧돼지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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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진실처럼 들리는 거짓’으로 써내려간 신용성의 두 번째 소설집 『멧돼지 사냥』
몸의 언어로 주관의 서정을 창출하는 관념의 미학을 지향한 여덟 편의 소설들
2006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소설 「정해」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거인의 내력』(2015년), 장편소설 『선물』(2019년)을 펴냈던 신용성 작가가 7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 『멧돼지 사냥』을 출간했다.
신용성 소설집 『멧돼지 사냥』은 몸의 언어로 주관의 서정을 창출하는 관념의 미학을 지향한다. 제도와 관습으로 형상화된 가시적 세계의 본질로 파고드는 장치는 몸의 나르시시즘이라는 알레고리로 은유적 의미를 상정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주관적 시각으로 개인의 세계를 독자적인 형성물로 재현하려는 것이다. 작가의 경계는 보편적 시각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시작되고, 몸의 언어라는 현상의 재현으로 보여주는 과정의 천착으로 깊이를 더한다. 개인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려는 몸짓, 개인의 사회적 행태를 규정하는 윤리 근원의 본질적인 구조에 대한 질문으로 문제적 알고리즘을 장착한다.
『멧돼지 사냥』에서 일관된 흐름으로 나타나는 서사의 중층적 상징성은 작가만의 독자적이고 고유한 소설 언어로 형상화된다. 자아 탐구를 통한 의식의 분석으로 개인과 세계와의 소통을 시도하는 몸의 언어는 소설이 목적이 아닌 과정으로 귀환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따라서 작품의 서사는 시간의 흐름에 탄력적이며,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인물의 행위는 현재진행형이다. 결국 대상과 본질의 가치 인식, 개인의 존재라는 보편적 명제, 이에 대한 소설을 통한 작가적 해석이 곧 『멧돼지 사냥』의 지향점이 된다.
표제작인 「멧돼지 사냥」의 주인공은 멧돼지 고기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 로드킬 사고를 낸다. ‘나’는 멧돼지 고기를 먹은 것과 로드킬 사고를 낸 일이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데도 ‘불길한 징조를 암시하는’ 듯 ‘자꾸만 떠오르는 사념들로 신경’이 곤두선다. 언제나 불길한 예감은 우리의 예상을 빗나가는 법이 없다. ‘돈을 융통해달라는 동창의 전화, 악화한 장모의 치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딸, 멧돼지에게 물린 아들’ 등의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사고들은 ‘나’에게 어떤 경고처럼 느껴지면서 멧돼지는 ‘예고 없이 자신의 삶으로 뛰어든 엄청난 의미를 지닌 영험한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멧돼지 고기를 처음 먹었던 그 순간, 멧돼지 사냥을 직접 목격한 그날, ‘나’는 멧돼지와 함께 상징적으로 죽었고 상징적으로 부활했다. ‘고대 사회에서 신성한 짐승으로 받들었다는 멧돼지, 마을의 수호신으로 보호받았던 멧돼지, 인간의 적이 되기 전까지는 터부의 대상이 아니었던 멧돼지’와 ‘나’는 분리될 수 없는 인과관계가 형성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인 주인공의 독백을 들어보자. “멧돼지가 물고간 아들의 허벅지 살점이 내 뱃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주인공의 독백은 멧돼지와 ‘나’가 합일된 몸이라는 선포이다. 따라서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 것이다. 멧돼지는 신이다. 나와 멧돼지는 하나다. 고로 ‘나’는 신이다.
신용성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저마다 무기체로 자취도 없이 부유하다가 불현듯 내 소설 속으로 내려앉은 대수롭지 않은 체험의 편린들이 성숙되지 못한 문제의식을 일깨운다. 활자화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고 미성숙한 작가적 형상의 두려움이다. 신화와 전설이 더 그리운 시절에 삶의 영속성을 드러낸 오만함에 고개를 숙일 뿐이다. 진실처럼 들리는 거짓말을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음을 숨기고 형식을 노래하는 통시적인 윤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내 소설 쓰기는 계속될 수 있을 것 같다. 나만의 서정으로 하늘과 생명을 함께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새롭게 처음부터 시작하는 여정이 되더라도 그 길을 간구하고 싶다. 소설을 쓰는 일, 곧 창작 과정이 목적의 완결이기를 염원한다.”고 출간의 변을 밝혔다.
저자

신용성

소설가
경남함안에서출생,마산용마고등학교와성균관대학교행정학과를졸업했다.
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석사,강원대학교국문학과박사학위(문학박사)를받았다.
2006년『문학사상』신인상에단편소설「정해」로등단했으며,소설집『거인의내력』(2015년),장편소설『선물』(2019년)을펴냈다.

목차

작가의말|형식의자유와주관의완성·4

편두통·9
카멜레온·33
가시·55
멧돼지사냥·79
가벼운침·묵·103
술과개미·131
붉은까치·155
소리의미로·179

해설|‘세계내존재’들이펼치는감각의향연·이혜경255

출판사 서평

소설의줄거리

「편두통」
가구회사직원인나(진우)는시청에서시설점검이나왔을때,회사의불법을눈감아주는대신가구단지내다른회사의각종비리를제공하는조건으로담당공무원(영지)과타협한다.이를계기로둘은가까운사이로발전하지만갑자기영지로부터연락이끊기자극심한편두통에시달린다.나는영지의돌발적인행동이불법체류자인쯔엉과관련이있다고단정하고그가일하고있는불법쓰레기매립장으로향한다.

「카멜레온」
물류회사10년차만년대리인나(마대리)는책임감이투철하고성실한직원으로자처하고있다.신규직원인정기석은전형적인아첨형인간으로직원들에게호감을산다.본사에서파견된황대리는나와정기석사이를이간질하면서자신의이득을챙기는모사꾼이다.정기인사철을얼마앞두고발생한여직원의퇴사는그원인이나때문이라는것으로소문이도는데,이것이누군가의모략에의한것으로추측이되지만나는아무런대처도,항변도하지못한다.

「가시」
군의원이자홍합양식장을운영하고있는나(조천석)는귀어를하려는고향친구(종수)의등장에마음에편치않다.어촌계를운영하면서친인척비리를저지르고있는어촌계장(고달명)역시종수를달갑지않은시선으로바라본다.마을의주도권을잡기위한나와어촌계장의알력을알리없는종수는고향민심에실망하고돌아선다.종수는나의어로불법행위와어촌계장의어촌계운영비리를꼬투리삼아나와어촌계장을협박하고결국나와어촌계장은하는수없이종수의귀어를받아들인다.

「멧돼지사냥」
회사에서도가정에서도인정받지못하는중소기업팀장인나는지방신문기자라는권력을내세워수시로나를괴롭히는오기자의강요로멧돼지고기를접대하고돌아오는길에로드킬을당한다.비슷한시기에장모의치매는더해가면서아내와의갈등도깊어지는데게다가중학생인딸은학교에서친구로부터왕따를당한다.나는고민의실마리를풀기위해멧돼지사냥에따라나서기도하지만회사와가정의갈등과걱정은심해진다.학교선배와삼겹살집에서술을마시다가멧돼지에게습격을당해입원해있는아들을보면서나는삶에대한희망마저사라짐을의식한다.

「가벼운침·묵」
실직중인나는공무원시험준비를하고있고,아내는음식점잡일을하면서가정을꾸려간다.아내는점점술이취한채귀가하는일이잦아지고,행선지를알수없는대낮외출도일상화되고있다.아내의행위는나의의심을키워가고있지만아내는속시원하게답해주지않는다.친구인두식으로부터침으로독을만들수있다는말을듣고몇달간안면근육을일그러뜨리는기행을계속한다.

「술과개미」
박사과정을밟고있는나는소위패밀리라고부르는지도교수반모임에서지도교수의음흉한눈초리를마주하고는역겨움을참는다.공무원시험준비를하다가갑자기산삼을캔다면서전국의산을돌아다니는남자친구로부터연락이오지만무시한다.그의제의로직접산삼캐기에따라가기도했지만이성적인판단으로볼때그의행동은비상식적인것이라고단정했다.그와의거리를두면서헤어질준비를하고있던나는사고로입원중이라는말에내키지않는병문안을한다.그는개미때문에나무에떨어져다리골절상을당했다는엉뚱한이야기만늘어놓는다.

「붉은까치」
닭강정회사의컨설턴트인나는회사로부터납득하기어려운지방공장발령을받고사직을고민한다.출근도않고전전긍긍하다가까치의행로를쫓다가이웃아파트로가게된다.붉은까치를찾아달라는할머니를만나러간다는경비원,거꾸로달리는여자모습등생경한분위기의아파트를대한다.집으로돌아오다가우연히외제차를타고다니는아래층남자를만나편의점앞길거리에서막걸리를마신다.남자와헤어져그냥행선지도모르는버스에올랐고,경쟁회사치킨점에들어가별로친하지않은사무실여직원을호출한다.

「소리의미로」
수연은남편과의폭력과불화로마음을정화시키기위해목적지를정하지않고여행을떠난다.여행지에서우연한사고로알게된명훈이소리에대해연구하고있음을듣는다.수연의남편준서는아내의여행을무작정가출로결론짓고경찰인지인의도움을받아수연의행적을추적한다.준서의추적을알게된수연이놀라는과정에서다리에찰과상을입자명훈은이모할머니댁으로수연을안내한다.명훈은자신의고향마을의정체성을탐구하기위해지자체에게소리사업에대한제안을하지만거절당한다.낙심한끝에소리를찾아전국으로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