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 (심봉순 장편소설)

화전 (심봉순 장편소설)

$14.40
Description
신선놀이터였던 굴의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이 얽히고설킨 이야기 『화전』
2006년 계간 『문학시대』에 단편 「피타고라스 삼각형」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2017년 단편 「제천」으로 현진건문학상 우수상을, 2020년 장편 『탄(炭)』으로 한국문협 작가상을 받았던 심봉순 작가가 장편소설 『화전』을 출간했다.
강원도 태백의 첩첩산골 방터골에서 태어난 심봉순 작가는 강릉의 카톨릭관동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고 대학 때 만난 남자와 결혼 후 지금까지 평창 시내에서 살며 강원도를 벗어난 적이 없는 강원도 토박이 작가이다.
심봉순 작가는 “이 소설(『화전』)은 이 한 권으로 끝날 수가 없는 소설이었다. 나도 어떤 이야기가 숨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팍팍하고 힘든 현실세계와 신선이 살아 있을 듯한 환상세계를 오고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냈기 때문이다. 현실과 환상적인 세상을 이어주는 곳은 무성한 칡넝쿨이 입구를 가리고 있는 신비로운 굴이다. 그 굴 앞에는 거무튀튀하게 썩은 슬레이트를 뒤집어쓰고 허물어져가는 무당 옥화의 집이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바다물고기 도치처럼 못생겼고 꼽추인 도치는 그 무당집 주인 옥화의 딸이었고 도치를 돌보러온 윤주는 비운의 주인공 광자의 손자였다. 윤주는 도치에게서 굴과 무당집에 얽힌 옛날이야기를 캐묻다가 굴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을 넘나들었던 거산의 존재를 알게 된다. 거산은 염력이 뛰어났지만 옥화의 아름다운 용모에 빠져 염력 대부분을 반납한 인물이다.
원래 굴속은 신선들의 놀이장소였는데 인간들이 피서를 핑계로 들락거리자 악령들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목숨을 악령들이 자꾸 빼앗자 신선세계에 비상이 걸렸다. 악령들이 제일 노리는 인물은 산신령의 조카인 광자였다. 거산이 조금 남아 있는 염력을 총동원해 악령의 술수에서 광자를 구해 굴 저쪽 세상으로 데리고 가 스무 살의 젊은 여인으로 만들어주었다.
한편 욕심이 많은 옥화는 거산의 염력을 시기하다가 어느 날 거산이 집필하던 책을 훔쳐보면서 굴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었다. 무작정 짱 도치를 데리고 그 마을에 입성하여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했다. 옥화가 분수없이 날뛰는 동안 거산은 날마다 신선세계로 불려가 혼이 나고 있었다. 신선세계에서 악령을 막아내기 위해 미리 준비한 인물이 도치였다. 그런데 도치도 이 세계에서는 이 세상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노화 현상이 일어나 한계에 이르자 신선세계에서는 또다른 인물인 윤주와 윤주의 여자친구인 김별을 준비해 그 마을에 입성하기에 이르렀다.
심봉순 작가는 “골짜기 깊고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였고 옥구슬처럼 맑은 냇물이 마을을 보호하듯이 빙 둘러 흘러내리는 내 고향 집성촌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불러냈다. 석이버섯을 따다가 호랑이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어른들은 그 밤중에 누가 들을세라 쉬쉬하며 소곤거리는 소리를 꿈속인 듯 들으면서 잠들기도 했다. 이 소설의 대부분은 이렇게 산길로 다니면서 잣송이나 알밤을 줍듯이 이야기를 주웠다. 그러면서 걱정되는 것은 봄이면 집집이 금낭화와 하늘매발톱과 복숭아꽃으로 아기자기 화사했다가 여름이 되면 태양보다 더 붉은 개양귀비와 수국과 작약과 가을의 코스모스와 금잔화와 족두리풀과 또 하얀 눈꽃으로 사시사철 꽃대궐인 마을을 너무 사특하게 표현한 것은 아닌지였다. 소설은 픽션이니 오해 없길 바랄 뿐”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저자

심봉순

태백방터골에서태어났다.『인어공주』동화책을처음접하던날난신세계를만났다.그후동서양문학전집은물론이고야담류까지닥치는대로읽자마을사람들은아마유학을갈거라며추켜세웠다.카톨릭관동대학교국어교육학과를졸업했다.초등학교5학년때원고지70장짜리첫단편소설을써친구에게읽어주었다.친구가재미있다고하지않았다면아마소설을쓰지않았을지도모르겠다.
대학에서만난남자와의결혼식전날에평창에가서뭐하고살지라는의문이들었다.‘그래,글이나쓰면서살자’고했지만그게쉽지않았다.아이들숙제봐주면서늘말하긴했다.‘마흔살이되기전에소설가로등단할거야.’말이씨가되길바랐기때문이다.
지근거리에있는이효석문학축제에아이의사생대회를핑계로따라갔다가대충쓴산문이입선에들자목구멍이간질거렸다.김유정전국문예공모(2002년)에서대상을받자단편소설을써서신춘문예에응모했다.그게최종심에들어가얼떨떨하면서자신감이생겼다.『문학시대』(2006년)에단편소설「피타고라스삼각형」이당선되었고2년반동안연재후에나온소설이첫장편소설『방터골아라레이』이다.
등단하고10년을등단에취해살았다.문득정신을차리고소설집『소매각시』와『라스베가스로간다』를펴냈지만존재감은없었다.현진건문학상에응모해단편소설「제천」으로현진건문학상우수상(2017년)을받았다.이수상을계기로조금길이보인듯했지만금방다시깜깜해졌다.「메밀꽃필무렵」이어쓰기인『메밀꽃질무렵』을평소좋아하는작가들과함께소설집을만들어기뻤다.장편소설『탄(炭)』으로한국문협작가상(2020년)을받았고세종교양문학도서(2020년)에선정되었다.그걸계기로조금길이보이는듯했지만또다시캄캄해지려고한다.그래서시간만나면산에오른다.길게가려면체력이필수니까.백로지나자해가슬슬게으름을피워나도슬슬꾀가나문제다.

목차

벚꽃ㆍ8
번개탄ㆍ30
굴ㆍ52
채꾼아리랑ㆍ66
까마귀ㆍ86
화양연화ㆍ107
탱자나무울타리ㆍ130
화전민ㆍ146
책ㆍ155
옥화ㆍ174
직박구리ㆍ189
달ㆍ196
파란배ㆍ238

작가의말|산길다니며잣송이나알밤줍듯한이야기ㆍ245

출판사 서평

주요등장인물

박봉달:화전민3세였다.광자아버지의도움으로채꾼일부터시작해소장수로크게성공했지만불의의사고로일찍죽었다.광자의남편이었다.
광자:박봉달의인물에반해결혼했다.재물욕심과질투심이강한성격이어서옥화의요구를들어주지않았다.마을에흉흉한일이벌어지자스스로제물이되어굴속으로들어갔다.그런데굴저쪽세상으로구출이되면서20대의어여쁜얼굴로돌아왔다.
윤주:광자의손자이다.광자의급작스러운죽음과연인이었던김별의이별통보로우울증에빠져지내다가자살을시도했다.구사일생으로살아나도치의돌보미로화전에오게되었는데마을에흐르는이상한기류로인해점점호기심을갖게된다.
거산:굴이쪽세상과저쪽세상을넘나든연결자였다.굴속으로들어간광자를구출해주었다.염력이뛰어났지만옥화의아름다운용모에빠져염력대부분을반납한인물이다.도치의아버지이며광자와의사이에서희수를낳았다.
옥화:아름다운용모를지녔고욕심이많은성격의소유자.밤마다굴이불러서왔다면서어느늦가을저녁에띨도치와함께화전에찾아왔다.무녀를사칭하며점사를봐주곤했다.
도치:옥화의딸이다.바다물고기도치처럼못생겼고꼽추였지만옥화보다모든면에서뛰어났다.악령도감히날뛰지못할깊은염력의소유자인데본인은알지못했다.산신령이보낸인물이다.

소설줄거리

오랫동안마음에품고있었던김별의일방적인이별통보와할머니의죽음으로천지간에혼자남은대학생윤주는고시촌쪽방에서자살을기도했다.그런데그의행동을예의주시하고있던고시텔관리자신종호로인해구사일생으로살아났다.박장수는윤주가깨어나자대뜸시골에계신그의어머니도치의돌보미를제안했다.
꼽추에다바다물고기도치처럼생긴노인의모습에큰충격을받은윤주는다음날서울로돌아갈생각이었지만아침산책길에서만난아름다운마을풍경이마음에들어노인의비유를잘맞추어가며눌러있기로마음먹었다.그런데마치고대국가의어느부족처럼도무지마을에남자라고는눈을씻고찾아봐도보이지않는점이조금이상했다.그에게직접속시원하게말해주는사람은없었지만뭔가의미심장한말을상수리나무에서도토리떨어지듯이툭툭던지자윤주는그실체를찾기에이르렀다.
마을한쪽귀퉁이에자리잡고있는굴이원인인듯싶어코스모스가한창인어느날도치를태워굴에가보게되었다.그런데도치의행동이이상했다.유난히두려워하는가하면전혀기대하지않았던말을내뱉기도했다.윤주는도치의식탐을이용해입을열게만들었다.하룻밤을꼬박새우며도치의입에서뜻밖의이야기가술술흘러나왔다.
소장수박봉달이이마을에서제일부자였지만여자를좋아하는단점이있었다.여자때문에어린아들을채꾼으로보낼정도였다.그즈음낙엽송에단풍이들무렵굴이불러서이역만리에서물어물어찾아왔다며무당옥화가꼽추딸인도치를데리고마을에나타났다.그녀는굴옆에버려진땅에직접오막살이를대충뚝딱지어놓자마자제일먼저박봉달집에찾아갔다.집에는그의아내인광자가있었다.대뜸굴을잘섬기지않으면굴신이노해서마을의수컷은모두망조가들거라고외쳤지만광자는돈을뜯으러온것으로여기고무시했다.그런데박봉달의비명횡사를시작으로마을의남자들도이유없이죽어가는변고가자꾸일어나자마을사람들은돈에인색해옥화의말을듣지않았다며광자를원망하게이르렀다.
한편박봉달아들귀남은배운일이채꾼과소장수일이라아버지의일을그대로물려받았지만어느순간부터사업이내리막길을맞이하기시작했다.그가거래한소들은어찌된일인지사람을죽이는사고가일어나자두려움에사로잡힌마을사람들은더욱더광자를원망하게이르렀고막다른길에내몰린광자는결단을내려야했다.광자스스로제물이되어굴안으로들어가자마자귀남의사업은다시번창했고마을에는더는변고가생기지않았다.
언감생심귀남을탐낸옥화는농간을부려도치를귀남과결혼시키고는굴옆오막살이에서함께살아갔다.사방백리안에서는일등신랑감인귀남과의결혼을시킨일로인해옥화의소문은하늘로치솟아손님들이날마다구름같이모여들게되었다.돈버는데눈이어두워진옥화가굴을소홀했는지어쨌는지마을은다시변고가생기기시작했다.남자는물론이고짐승도수컷이면모두죽어버리자마을은여자만남게되었다.희한한것은옥화의사위귀남과세아들은변고를당하지않자마을사람들은옥화를원망하게이르렀다.
마을에서유일하게살아남은남자어른인귀남의사업도내리막길로들어섰지만그의타고난외모와다정한성정으로인해여인들에게인기가많았다.도치는광자처럼뒤늦게투기가일어나굴안에서치성을드리고있는옥화의음식수발도팽개치고귀남을미행하고찾아나서기에이르렀다.
열흘만에음식을준비해서굴안에들어서자치성을드리고있어야할옥화가사라졌다.연이어주막집에서주모와운우지정을펼치다가도치가쳐들어오자놀란나머지귀남이급사하는일이일어나고말았다.그러자도치는굴만이귀남을살려줄것만같아마을사람들이모두잠든한밤중에세아들과함께굴안으로귀남을데리고오는데성공했다.옥화가버리고간제단에귀남을올려놓고등너머로배운푸닥거리를펼치며귀남을살리기위해애썼다.그런데귀남은살아나지않고염천에난데없는시취가코를찌르자마을사람들이시취를따라굴에이르게되었다.
한편마을사람들의질시를이기지못해스스로굴의제물이되기로결심한광자는눈이펑펑쏟아지는한겨울새벽에목욕재계를하고소복차림으로굴안으로들어갔다.목을매기위한적당한장소를찾기위해어두컴컴한굴안으로자꾸들어가던광자는어느순간추락을하고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