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그림자 흐르는 강 (임선희 소설집)

구름그림자 흐르는 강 (임선희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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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여성이 이야기의 주체이며 여성의 시선으로 사건을 엮어낸 소설들
2018년 『대구문학』에 단편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으로 신인상을 받은 임선희 작가가 데뷔 5년 만에 첫 소설집 『구름그림자 흐르는 강』을 출간했다. 임선희 작가는 2001년 한국교육신문사 교원문학상에 단편 「산천어」로 입상할 정도로 20여 년 전부터 이미 작가로 활동했다.

임선희 작가의 표제작 「구름그림자 흐르는 강」은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최초 발아는 아버지의 이른 죽음인데, 한 장의 사진 속 모습 외에는 대면한 적 없었다. 전사한 그가 살아 있을지 모른다. 아니, 살아 있을 거라고 단정했다. 그 계기는 TV에서 본 영상이다. 남과 북에서 헤어져 살던 부자가 만난다. 아버지가 전장에서 죽은 줄 알고 살아왔던 아들. 자식이 태어난 줄 알지 못했던 아버지, 두 사람의 상봉은 가슴을 뜨겁게 했다. 한번이라도 아버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하는 염원을 그리던 언젠가, 나는 몇 조각의 유골로 돌아온 아버지와 딸의 만남에 대해 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봐달라고 아우성치는 또 다른 씨앗들. 나는 그것들의 정체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

임선희

방송통신대국어국문과졸업.계명대대학원문예창작과중퇴.
2001년한국교육신문사주최교원문학상「산천어」소설부문입상.
2018년『대구문학』단편「기차를기다리는시간」신인상수상.

목차

작가의말|흔들리며살아온사람들을위해·4

기차를기다리는시간·9
바람부는날·33
쎄이굿바이·57
구름그림자흐르는강·79
하얀단풍·139
푸른서커스·163
산천어·187

해설|일상의너머집을꿈꾸다·황현희·209

출판사 서평

해설을쓴한현희평론가는“임선희소설은여성서사이다”라고정의한다.“여성이이야기의주인공이자사건의주체이며여성의시각에서사건을바라본다.삶의중심에서빗겨간주변성이중심을간파하는예리하고도따뜻한시선이되어진정한주체가누구인지를되묻는다.타자의시선으로파편화(규정)되는삶에서벗어나주체에대한물음을던지는자는여성이다”라고말한다.

남성이서사를이끌어가는주체(「구름그림자흐르는강」)일때조차서사의축에는여성의목소리와삶이있다.역사성과일상성속의삶과죽음은여성주체를비극적상황으로몰고가거나실존의위기를겪게한다.죽음,이별,이혼,성폭력이라는영혼의죽음이후행방불명등의사건을여성은겪는다.이러한위기속에서여성은주체적인자기자신으로일어서고자한다.주인공세화는‘정숙한여성’이라는프레임에만갇힌존재가아니다.타인의호명에수동적으로반응하는존재가아닌자신의욕망과의지에따라삶을살았던주체적존재이다.

임선희소설은소재면에서‘집’이라는공통분모를가지고있다.「산천어」는집을떠난자가끊임없이집으로회귀하는모습을보이며,「기차를기다리는시간」,「쎄이굿바이」는자기만의집을짓고자하는모습을보인다.「바람부는날」은아버지의부재로인해흔들리는집의이야기이다.또주제면에서는‘기다림’이라는공통점이있다.「산천어」는집과동생에대한기억을통해동생이또다른모습으로살아돌아오기를기다린다.나머지작품역시주인공들은누군가를하염없이기다린다.「구름그림자흐르는강」은죽은자의집인‘헛묘’에같이들어갈아내와의만남을기다린다.집은모두흔들린다.단절된삶의서사는집을불안하고불편한처소로만든다.모두누군가를기다리고,무언가를기다리지만기다림은미완성으로끝날것이다.불안은실존의조건이고,삶의방식이다.흔들리는집은기억의또다른은유다.하여일상의너머에는나만의집이있다.나의기억과욕망,의지로지은실존의집이있다.타자의거울상(像)이아닌나자신의무의식과의식을온전히간직한집,그집에그녀들이산다.

하창수소설가는임선희작가의첫소설집“『구름그림자흐르는강』에수록된일곱개의단편에는누구도주지않아스스로온기를찾아갈수밖에없는여성들,그들의혼신이담겨있다.작가의경험이라는문학적미덕에더하여말[馬]이화자로등장하는「푸른서커스」와죽은자의유골이서술의주체가된표제작「구름그림자흐르는강」은‘객관적시선’의새로운가능성을보여준다.전편에걸친단문들의숨찬질주와처연히가라앉은비애가조화로읽힐수있다면,임선희의소설집『구름그림자흐르는강』은지난시대의의미있는극복에값할것이다”라는추천사를썼다.

〈소설줄거리〉

기차를기다리는시간
남편이데려온사촌누나의아이를당분간맡기로한다.장마가시작되고,사촌은연락이없고,거실의누수는계속된다.옥상바닥에페인트를쏟아붓고방수작업을하는날,거실에서깜박잠이들었는데,옥상에서들려오는아이의신음소리에깨어나다락방으로간다.옥상으로발을내딛으려다말고문을닫는다.난아무짓도하지않았어,라고한다.여자는집을나선다.

바람부는날
아홉살의연이는화물열차가부려놓은통나무더미에달라붙어소나무껍질을벗긴다.농속구석에있던해묵은군복을염색해입으려는사람들로인해일감이늘어난가게,그곳에서일하는고모는남의자전거뒤에매달리어강둑을달리는것을좋아한다.폐앓이가심한어머니는유산한적있는고모뒤를그림자처럼따라다니라고하지만연이는고모를자꾸놓치고만다.

쎄이굿바이
남자를버린적이있는여자가남편으로부터이별통고를받는다.전남편이왜버려져야하느냐고물었을때그땐알지못했다.버리는자는말이필요하지않다는것을.버리는거야한번이어렵지두번은쉬워,누군가를버린자가누군가에게버려지는것은얼마나공평한가,라고스스로에게말한다.남편이데생한여자의얼굴에‘Goodbye’라고쓴액자를남편근무지의닫힌셔터밑으로밀어넣는다.

구름그림자흐르는강
한강교폭파1주일후,안동교의폭파로인한7일간의비극적사건이대서사의주축이다.죽은지64년만에발굴된전사자유골.한줄기빛으로생명을부여받고현재라는시공속으로건너와딸을만난다.끊어진안동대교로인해도시에갇힌시민과가족.아내세화의몸이격전지처럼표현되는참혹함.여성의몸은전쟁사이기도하다.

하얀단풍
하얀단풍은‘참회나무’의다른이름이다.노모의치매기가시작될무렵오빠를찾으러산사로향한다.향하나를사른오빠가다시는찾지마라고말한다.자신의말한마디로큰댁이목을매었다고하는노모는전처아들이남들처럼사는게참회의길이라고믿는다.노모가눈을감자,배고파하던노모에게잘못한일만떠오른다.이리살아뭐해.그만가라고외치던여자의눈앞에잎하나없는참회나무가아른거린다.

푸른서커스
연극배우인그는자신의명예만이중요했기에아내와아들을숨기고,보내준돈으로자신의역할을다했다고여긴다.다리가불편한아들은자신의명예를손상시키는장애물이다.아내가마천루옥탑에서지폐를뿌려도로가마비되어그의위선이드러나고,기자회견장에서자신의잘못을인정하나그마저위선….

산천어
주검이되어돌아온동생을가슴에묻고,깊은산골로자청해온채선생.그곳에서동생을닮은알찬을만난다.바지에변을누고오줌을지리는알찬과눈동자가뒤집어진채사지를떨며간질을앓는동생은너무닮았다.알찬이사라지기를바라면서도사라짐을두려워하는채선생.채선생은플라나리아나산천어가살수있는청정일급수같은환경이되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