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풍시인의시집『수녀원으로이사온남자』는올해초첫시집『기산리개울물소리』를선보인지반년조금지난시점에출간하는두번째시집이다.첫시집『기산리개울물소리』가사람살이의구체적양상,즉질곡(桎梏)과성취로요약되는체험을간결한시어와생생한이미지로형상화하여자신의오늘시작에의열중과시인으로서의자기정위(定位)가결코허명(虛名)에매달리는처세가아님을웅변적으로보여주었다면,두번째시집『수녀원으로이사온남자』에서는시인으로서의정체성이며자신의삶의전과정에시가어떻게관여하고있는가하는문제를보여주고있다.
안기풍시인은시집첫머리「시인의말」에서어느날“따르릉따르릉/수녀님에게서걸려온전화한통//‘수녀원살생각없는지요?’//아담한이층집/잘가꾼소나무들과정원/내가살고싶었던꿈속의집//성모마리아의뜻인가/우주만물을만드신하나님의뜻인가/이곳에서시를쓰기시작했다//운명이다”라고말했다.이글은짧지만강렬한「시(詩)」라는작품,“사막의모래알/같았던내인생//한줄기오로라같은너/너는내운명”(전문)이라는시적화자에게다가온시가가진절대성을극명하게보여준다.
안기풍시인의생각은시를통해세계의모든것을드러내고싶다는욕망을보여준다.더불어시적화자에게시는궁극적인의식의변화를선사한다.“사막의모래알”이란시적화자의파편화된삶의현장일터이다.파편화된채나뒹굴던모래알같던삶의실체를하나하나꿸수있는도구가시(詩)였던셈이다.“한줄기오로라”라는것은결국혼돈의세계에서솟아난희망이며기쁨의실체인것이다.이러한사고는시를통해세계의모든것을드러내고싶은욕망을보여준다.더불어시적화자에게시는궁극적인의식의변화를선사한다.
시가선사한의식의변화는“자유”이다.대개형식이나틀은우리의의식을억압하게마련이고더러그틀안에서신음하는경우를종종마주하게되는데시적화자는시에서“자유”를찾았다고당당히선언하고있다.새장을나온새의형국으로시를만나자유로의비상을실현하고있다는사실은시안에서느끼는걸림없는자유,시를쓰면서느끼는무한한상상의자유등이다.
바로전2023년초에첫시집을발행했다는사실은‘시에들린’시인의현재상황을분명하게보여준다.마치귀신에들린자가끝없이내뱉는말처럼시에들린시적화자는시라는방언을쉼없이쏟아내는것이다.“혼자걷는인생길/시(詩)가있어외롭지않다”(「인생길」부분)라는발화에서느끼는진정성도앞에말한시에들림에서비롯될터이다.
안기풍시인은대교약졸(大巧若拙)의문체로일상과주변의서사를쉬운말로풀고있는이시집은덕분에가독성이매우뛰어나다.실제사람살이라는것의조잔함과일상의기쁨을직관적언어로풀어내어독자들에게어렵지않게다가가고있다.아마도안기풍시인은기산리별천지에자신만의유토피아를건설하고절벽같은길을넘나들며소풍을다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