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인생 - 북인시선

들깨인생 - 북인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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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연의 섭리 깨우침이 인생의 본질과 허무의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시들
2007년 『창녕문학』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2013년 황우문학상을 받았던 윤세희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들깨인생』을 출간했다.
윤세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들깨인생』에 실린 시편들은 자연(세계), 인간(삶)에 대한 남다른 성찰을 통해 얻은 자신의 깨달음을 가까운 누군가에게 건네는 듯한 친숙한 표현 속에 담아낸 원숙한 인식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눈에 비친 인간은 자연 사물이 흘린 ‘땀의 결실을 가로채는 문외한’(「임자는 따로 있어」)이거나 ‘분수 모르’고 (「달맞이꽃」) ‘향기를 염치없이 맡’는 존재 등으로 표현되어 나타나는데, 그러한 자기 성찰과 반성은 ‘나’라는 한 개체를 넘어 인간 존재 및 문화, 자신이 발 딛고 살아가는 세계(현실)에 대한 반성과 통찰로 연결되고, 자연의 섭리에 대한 깨우침은 인생의 본질 및 허무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이 시집이 지닌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시인이 구사하는 독특한 언어의 결이라 할 수 있는데, 시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툭툭 건네는 일상적 구어체의 말투를 통해 ‘대상-화자’ 사이의 친밀감을 형성하고, 언어를 맘대로 다루지도 언어에 구애받지도 않는 어느 지점에서 언어와 함께 자유롭게 노는 시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윤세희 시인이 보여주는 자유로운 언어 구사는 인생의 숱한 고비를 넘어 ‘이곳’까지 다다른 한 인간 존재의 원숙함과 결합하여 삶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통찰과 깨달음을 드러내기에 가장 어울리는 형태로 형상화되어 나타난다.
생의 허무에 대한 통찰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을 다룬 ‘노인병동’ 연작시를 통해 한층 더 깊어진 형태로 나타나는데, 시인은 죽음 쪽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간 삶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노인병동의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궁극적 성찰의 태도를 보여주며, 인생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의 과정을 거쳐 죽음의 허무를 끌어안는 달관의 경지로 나아가는 진지한 사유의 깊이를 담아내고 있다.
성기각 시인은 “첫 시집 『청산에 살리라』부터 이번 시집 『들깨인생』에 이르기까지 윤세희 시인은 생명에 관한 서정으로 오로지하고 있다. 숨탄것에 자별하게 기운 이 시집 시편들은 우리가 에멜무지로 뇌까리는 생명 이미지와는 별쭝나게 다른 구석이 있다. 그것들은 마치 외과 의사가 꼬나잡은 메스처럼 우리 심장으로 뻗질러온다”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저자

윤세희

서울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했다.2007년『창녕문학』시부문신인상에당선하여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2013년황우문학상을받았다.시집으로『청산에살리라』,『작은성찰』,『한순간이꽃이어라』가있다.

목차

시인의말4

1부
어렵다·13
입춘대길·14
사랑도거리를두어야·16
발정난것들·18
돼지머리·20
삼겹살·22
돼지가사람을잡는다면·24
까불지마라·26
오리털소식·28
곰국·29
까마귀·30
거꾸로서다·31
엠알아이·32
부리와입술·34
격투기·36
빨래·38
거미·40
석가탑·42
혓바닥·44
삼대·46
이를뽑다·47
쓰레기까마귀·48
아버지란이름으로·49

2부
희한한일·53
들깨인생·54
장미아치를세우다·56
깐마늘·58
잡초를뽑다·59
임자는따로있어·60
어느봄날·62
개구리난장·64
달맞이꽃·65
목련·66
참기름·68
코스모스소녀·69
할미꽃·70
잡초·72
고춧가루·74
씨맺는계절·76
부용꽃·78
앞마당잔디밭·79
낙동강유채밭·80
가을산행·82
쑥부쟁이·83
판이벌어졌다·84
이야기꾼상·86

3부
모란동백·91
수구초심·92
풍뎅이·93
싹튼감자·94
노인병동1·96
노인병동2·98
노인병동3·100
노인병동4·101
노인병동5·102
지렁이·103
멸치1·104
멸치2·105
장수만세·106
잘려지는놈들·107
뼈대만남은물고기·108
2020봄·110
바이러스전쟁·111
플라나리아·112
참잘난놈·113
꽃이핀다는건·114
선암사매화나무·115
부럽다·116

해설생에대한통찰과허무의초월/박완호·117

출판사 서평

[표제시]

들깨인생
-
처음엔잎만보였어
어느날꽃대가올라오더니
작은꽃이피었더군
주판알튕기듯꽃들사이로
윙윙거리는꿀벌소리가지금도들려
-
가을이되고잎사귀가사윌무렵
꽃받침속을들여다보니
숨어있는알갱이들이
술래잡기하는아이들머리통처럼
올망졸망보이더군
금방튀어나올것같은눈빛은
얼마나반짝거리던지
-
마른가지툭툭털어내니
깨알들이후득후득떨어지는데
그것도물을주고키운열매라고
한톨도놓칠세라
코흘리개저금통털듯탈탈털었지
사실,깨털어보긴처음이거든
-
알맹이빠진쭉정이는
할일을다한삶그자체였어
찬바람불면
너도가고나도가야할길을
들깨는
한마디인사도없이앞서가는거야
-
쓴맛단맛다본고수(高手)처럼.
--

[대표시]

임자는따로있어
--
구기자를수확하러갔더니
담벼락한구석에
잘익은구기자열매가
가지런히놓여있다
-
날이면날마다담장위에서
갸우뚱기우뚱고개를젓던곤줄박이
이놈짓이분명한데
눈에띄지도않던작은꽃이
반짝이는열매로익어갈때까지
조잘대며같이놀던아이들
-
열매가익어갈때마다
애쓴다,힘내라,산파처럼
지켜주던앙증맞은친구들
-
친구끼리주고받은땀의결실을
문외한이가로채는게아니라고
이파리가볼품없다고
물을주는고생이싫다고
시큰둥하던인간이차지할열매가
결코아니라고
-
곤줄박이작은녀석이
나이든나를
까딱대며가르치고있다.
--

모란동백
--
친구가세상을떠났네
며칠전까지술잔을주고받던친구가
세상을떠나버렸네
-
벽에걸린영정사진너무생소해
꿈인지생시인지분간이안되어
애꿎은소주잔만홀짝거리는데
이세상호적에서사라진친구는
못박힌눈길로나를내려다보고
산다는게뭔지헷갈리게하네
-
갈지자로취해친구를끌어내려
술잔을권하고다시받는데
바람도없고이름도없는봄날그는
생전에즐겨불렀던‘모란동백’처럼
어느나무그늘아래잠들기위해
떠나가버렸나
-
떨어진꽃잎아직시들지않았는데
지가무슨모란?동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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