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새 한 마리

나를 닮은 새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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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노년의 일상과 고독을 희망으로 바꾸는 유문자의 『나를 닮은 새 한 마리』
2007년 1월 격월간 수필전문지 『에세이스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여 2019년 10월 첫 수필집 『장미가 쏟아지는 밤』을 선보였던 유문자 수필가가 4년 만에 두 번째 수필집 『나를 닮은 새 한 마리』를 출간했다.
유문자의 두 번째 수필집은 첫 수필집에서 선보였던 ‘고독(孤獨)’을 뛰어넘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물론 평소 무심하게 지나쳤던 사물들과의 소통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관찰하고 대화하며 들여다봄으로써 친근하게 그려나간다. 유문자는 고독 안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과 그것과 어떻게 호흡하는지를 알고 있는 작가이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세계와 마주하고 갈등하면서 늘 희망을 보려고 했다.
저자

유문자

대전에서태어났다.대전여자중학교와대전사범학교를졸업했다.서울언주초등학교외31년동안초등학교에서교직생활을했고1996년8월말에명예퇴직했다.2004년봄,동아문화센터고임선희선생님강좌에서수필공부를했다.2007년1월격월간『에세이스트』로등단했으나개인사정으로몇년간글을쓰지않았다.2017년7월『한국산문』에서임헌영교수의인문학강의를들었고한국산문작가협회회원이되었다.첫수필집『장미가쏟아지는밤』을펴냈다.

목차

책을펴내며|다시한권으로엮는‘내가걸어온삶의궤적·4

제1장뭉클한순간
도장‥13|가을이야기‥16|거울앞에서‥20|뭉클한순간‥24
행운의여신은살며시‥29|여느때와비슷한어느날저녁‥34
나의달력‥39|혼자앉는식탁‥43|대[竹]처럼때론구리처럼‥47
오랜친구와하루를보낸다는건‥51

제2장숟가락이야기
나를닮은새한마리‥57|미술과문학의브로맨스(Bromance)‥61
어느가을날의소고(小考)‥68|누가가르쳐주었을까‥71
완두콩까는노파‥75|숟가락이야기‥79|코타키나발루에서‥84
훈민정음윷놀이‥89|운수좋은날‥93

제3장재가되다
저무는숲속에서‥99|재가되다‥102|운명이있는걸까?‥107
한올철학‥112|시장풍경‥117|우산‥120
아라크네의후예(後裔)‥123|만남‥127
서인희씨처럼그렇게‥132|나의무명지(無名指)‥136

제4장늙음은도둑고양이처럼
얼룩‥143|왼손가위‥147|파랑색연필‥152|품위있는그녀‥155
구두‥159|도토리묵‥162|늙음은도둑고양이처럼‥166
내가기억하는한가지‥170|베개‥175

제5장혼자산다는것에대하여
반려묘단상(斷想)‥181|봄날은간다‥186|파꽃‥191
혼자산다는것에대하여‥194|길위에서‥198
깊어가는시월의밤‥203|감자‥207|인생이모작‥211
6월,전환점에서다‥215|물에서‥220

출판사 서평

표제작「나를닮은새한마리」는“엷은황토색비단천에옛날수실로수를놓은(두폭의)가리개”를거론하면서글을시작한다.“조선말기어느궁녀의작품”인데두폭중왼편에는살짝굽은소나무한그루가자리를차지했고오른편나무꼭대기쪽솔잎이다보록한데그솔잎위에날개를접은매[鷹]한마리가앉아있다”고묘사했다.그런데왜궁녀는매를수놓았을까의문을갖는다.

늦은밤읽던책을덮고작가는환상에빠진다.“그러고보면매는궁녀인듯도하고,궁녀가은애하는왕인것도같다.그리고어찌보면한세상있는듯없는듯자신을드러내지않고살아가는나를보는것도같다.(…)지금나는꿈을꾸는가?꿈을꾸고있다는것을어렴풋이알면서꿈은이어진다.‘자각몽(自覺夢)’이다.(…)안개가서서히걷히면서새로운바람이불어온다.숲도얼굴을바꾸었다.바람의방향도달라졌다.이리저리다니던바람은나뭇가지끝에서머문다.(…)가리개유리가들썩인다.매가날개를퍼덕인다.그매가바람을탄다.매야,그바람을타고저푸르른하늘을힘차게날자꾸나”라며맺는결미는한마리매를통해유문자작가의비상(飛上)을엿볼수있는장면이다.고독(孤獨)을이처럼잘표현한작품이있을까싶을만큼뭉클하다.

또다른작품「미술과문학의브로맨스(Bromance)」는얼핏보면일상적인전람회관람글로읽힐수있지만그것은배경일뿐,작가는‘친구와함께한전람회’에초점을둔다.“우렛소리와함께쏟아지는빗소리로잠이깼다.사흘전,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기획전인‘미술과문학의만남’을국립현대미술관홈페이지에운좋게예약할수있었다.(…)친구와덕수궁대한문앞에서11시40분에만나티켓을끊고입구에서열체크한후,전시장인석조전으로들어갔다”로시작되는작품은예술가들의우정어린전시를소개한다.젊어서는일하느라바빴지만이제는오랜친구,‘선천성우정’을만나면여든나이도금방잊게된다.친구도나도다르지않기에어떤말필요없이같은보폭으로길을걷는다.그나마건강한몸으로오랜친구와정갈한고궁(古宮)땅을밟는것도어디에비할수없는기쁨이었다.유문자작가의고독은친구와의우정을고민하는사유의공간에서도멈추지않고뚜벅거리며걸음을옮겨놓는다.

유문자작가의언니를사랑하는마음이간절하게담긴「재가되다」는,살았을적동생들을살뜰하게챙겼던큰언니를추억하는장면과함께,작가의첫책이나왔을때언니한테가져갔던날을회상한다.작가의언니는동생이다녀간다음날중환자실로옮겨졌고20여일만에돌아가셨다.“가족묘(家族墓)는직사각형의대리석상판밑으로작은유리문이있고그속에는이미항아리한개가놓여있었다.십여년전에돌아가신형부의재가담긴항아리다.그옆빈자리에언니를모셨다.문득인생은아무것도아니라는생각이들었다.언니의생도나의생도모양만다를뿐결국은같은것이었다.우리의삶이한장의사진처럼정지되어보였다.이세상은다음세상으로가는임시거처일뿐인데우리는무엇을위해그리도아등바등하며살았는지모르겠다.”고말하는작가의독백이평생을외롭게걸어온이의회한으로들리는듯하다.

유문자의첫수필집해설을쓴한복용문학평론가이자수필가는“시대가바뀌고환경도바뀌고문화마저도변한지오래되었다.백세시대에살고있는우리는이시점에서‘어떻게살것인가?’를두고고민한다.작가유문자의수필집은그해답을작품골목마다배치해친절하게보여준다.유문자의두번째수필집『나를닮은새한마리』는이시대를살아가는노년의일상이담담하게서술되었다.더는‘신파적’이지않은,나이를잊은한작가의살아있는도전으로읽힌다.이런저런이유로홀로살아가는노인들의이야기를대변하는작가의너른정원을보는듯”하다면서“표제작인「나를닮은새한마리」와「혼자앉는식탁」,「여느때와비슷한어느날저녁」등은,한시대를살아가는누군가의이야기와닮았다.작가의시간도다르지않기에더가까이느껴진다.공감은최고의위로가된다.혼자이지만혼자가아닌시간,그시간안에있는유문자작가의표현법은남다르다.문학을통해이겨낼수있는여러가지를작품으로보여주면서그가걸어가는시간의길위에유문자만이만들수있는이야기를올려놓으며그의철학을읽어본다”고추천사를써주었다.

책속에서

●눈이감긴다.보던책을덮는다.고개를돌려무심히가리개속매를바라본다.긴봄,해가점점엷어지고산그림자가드리웠다.어미가가장한가한때이다.만고풍상을함께한소나무둥치에앉아서어미새는무슨생각을하는걸까.물고기비늘처럼촘촘한매의깃털은바늘처럼뾰족한솔잎과모양만다를뿐같은색이다.보호색이다.지엄한구중궁궐에서있는듯없는듯살아가는궁녀의호신습성일까,아니면발톱을감춘매를위한배려일까?
그러고보면매는궁녀인듯도하고,궁녀가은애하는왕인것도같다.그리고어찌보면한세상있는듯없는듯자신을드러내지않고살아가는나를보는것도같다.
지금나는꿈을꾸는가?꿈을꾸고있다는것을어렴풋이알면서꿈은이어진다.‘자각몽(自覺夢)’이다.
안개가서서히걷히면서새로운바람이불어온다.숲도얼굴을바꾸었다.바람의방향도달라졌다.이리저리다니던바람은나뭇가지끝에서머문다.
가리개유리가들썩인다.매가날개를퍼덕인다.그매가바람을탄다.매야,그바람을타고저푸르른하늘을힘차게날자꾸나.
―「나를닮은새한마리」중에서

●밥해먹기귀찮을땐음식점에가서사먹어도좋으련만그동안나는너무먹는걸소홀히했다.혼자밥먹는거흉도아닌세상인데공연히위축되어그러지도못한것이다.게다가코로나19로여러해이어온수영도못하고,친구들도만나지못하면서생활이많이단조로워졌다.
혼자살면이번처럼갑자기다치거나아플때가문제다.내가건강해야바쁘게사는자식들걱정안시키고나도하고싶은일하면서글도쓰고노후를즐길수있을텐데,이번일은잘챙겨먹고건강에신경쓰라는신호같았다.
아침에일어나면의무적으로스트레칭과맨손체조를하고제때식사를챙기려고한다.식품을섭취할때는영양에도신경을쓴다.휴대폰은항상눈에잘띄는곳에둔다.
그날밤불현듯걸려온H선생의전화는나에게크나큰위안이었다.뜻밖의연락도반가웠지만생각지도못한흰죽처방은어떤의사의치료보다도훌륭했다.요즘에나는종종흰죽을끓인다.소화력이약해지기도했지만오랜만에흰죽맛을제대로느낀때문이다.입맛없고심심할때간장으로간을해먹는흰죽이나에게별미가되었다.
―「혼자앉는식탁」중에서

●쳇바퀴돌듯무의미한습관적반복은삶을무료하게하지만,체험을통한긍정적인반복은인격을완성시킨다.오늘만난그노인도지하철을이용해젊은이들의업무를도와심부름을해주고틈틈이요양사일을하다보니하는일이있어늙을새가없다고했다.밝고당당한그의삶은은퇴하기에는너무젊은2Y2R(Tooyoungtoretire)세대다.
나이가든사람들은해보지않은것에아쉬움이남는다고한다.퇴직후한동안나는특별한희망이없었다.뒤늦게나마접한문학의길은내가가장잘선택한일이다.
칸트도“할일이있고희망이있으면행복한사람”이라고했다.거미몸에서줄이나오듯글이술술나오는것은아니지만,글밭에서보고듣고생각하며뒹굴다가완성작이한편두편쌓일때나는성취감을느낀다.누구말마따나나의이런행위가쓰고버리는볼펜이아니라지식잉크를충전하는만년필이라생각하면그저행복할따름이다.나또한문학동네에서노닐며은퇴(retire)하지말고타이어를갈아끼우면서(re-tire)인생마일리지를쌓아가고싶다.
유지필성(有志必成),뜻이있으면반드시이루어진다고했다.할수있다는의지만있으면,상상만으로도시공은물론,세상어느곳이든오갈수있는일이지금내가하고있는문학이다.모든것이그러하듯그것에닿아야만내것이된다.체력이문제이기는하나욕심만조금내려놓는다면하나하나천천히못이룰일도아니다.더디더라도그러고싶다.
―「인생이모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