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유 : 심병길 소설집

펑유 : 심병길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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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심병길

저자:심병길

대학동창회명부가도착했다.퇴적된시간이두툼했다.화석처럼굳어가는내가보였다.정리하는마음으로글을한편썼다.보령수필문학에서뽑아주었다.『에세이문학』에수필로등단했다.무언가허전했다.소설창작을들으며몇년을보냈다.일과가끝나고진료실에남아소설을쓰다보면눈깜짝할사이자정이되었다.깜깜한국도를달려집으로돌아오며,언젠가유난히도추웠던겨울,밤을새워골방에서소설을쓰던한청년을떠올렸다.화석에온기가돌았다.『한국소설』에「발우생활정보신문창업기」로등단했다.앞으로글을쓰게될지,쓴다면어떤글을쓰게될지,잘모르겠다.겨울밤을하얗게지새우던그청년이가는길을따라갈뿐이다.

목차

작가의말|아버지를찾아나선어린술꾼의일곱가지고백·5

발우생활정보신문창업기·11
함께캉캉춤을·35
펑유·61
그들만의세상·89
소설가P의하루·111
단독자·137
검객·173

해설|시간의중첩,팔림프세스트의글쓰기·김나정208

출판사 서평

소설줄거리

발우생활정보신문창업기
대기업홍보회사에다니다구조조정으로직장을잃고학원강사와편의점아르바이트등을전전하던나(권채윤)는고향에있는집이비게되자도피하듯발우면으로내려온다.무기력하게하루하루를보내던중대학국문과선배인김인호로부터연락을받는다.발우면에서생활정보신문사를운영하는김인호사장은발우역광장에서점을치고있는다람쥐도사에대한취재를부탁한다.

함께캉캉춤을
물리치료사수연은아무에게도알리지않고도피하듯지방의한병원으로내려오고그곳에서대학연극동아리선배고승태를만난다.대학시절존재감이라곤전혀없어별명이‘고스트’였던승태는여전히수줍은웃음만짓는다.수연은유난히무더웠던여름,최루탄이난무하던캠퍼스를떠올린다.무자비한진압으로주변은온통아수라장이다.길바닥에쓰러져있던수연을누군가일으켜세운다.수연은그의손에이끌려학교근처에있는파란대문의집으로들어선다.

펑유
영등포나이트클럽밤무대밴드에서기타를치며생활하던나는다방에서일하는영미를알게돼동거하는사이가된다.어렵게구한고가의명품기타를영미가갖고사라진후영미를찾아강원도의한소도시로내려온다.결국영미를찾지못하고그곳에일자리를구해허름한고시원에눌러앉는다.어느날고시원옥상에올라와보니한여자가나무상자에앉아있다.여자는지저분하고볼품없는개한마리를데리고있다.“평유!”여자가부르자개가귀찮은듯꼬리를살짝흔들었다.

그들만의세상
고기능자폐아준은12면체테라밍크스큐브를맞추고백과사전을사진찍듯통째로외운다.준이다니는유치원에는다운증후군은지,연약염색체증후군영훈이,뚜렛증후군이며과다행동장애를보이는솔이가있다.그들모두‘바깥세상’과구별된‘자신들만의세상’에서살아가고있다.심장이약한은지가수술을받기위해유치원을떠난다.아이들은세상과다른그들만의방식으로이별을준비한다.

소설가P의하루
다람쥐쳇바퀴돌듯단조로운삶을살아가던공무원P는어느날부터꿈을기록하기시작한다.그러자과거의사건과인물들은꿈과중첩되어예전과다른모습으로P의기억속에되살아난다.이러한내적인변화는P의일상에도영향을미치게되어급기야P는직장에처음으로지각을하게된다.그렇게시작된P의하루는예상치못한일탈로이어진다.

단독자
나는비행기추락사고로가족을모두잃고우울증과자책감으로세상과격리된채살아간다.나는외부적인관계부터스스로를고립시켜독립적인단독자로서의삶을살기로선택한다.그러나지금의고립이자신의의지가아닌우연한사건으로인함을알게되면서어떤인연의끈을만들어그것을스스로의의지로끊어버리기로결심한다.사고보상금으로구입한초고층호화아파트펜트하우스에고성능망원경을설치하고세상을관찰하던중한허름한건물옥상에서일광욕을하는여자를발견한다.그녀의등에새겨진나비문신을보며나는야릇한호기심을느낀다.

검객
김일남은인턴시절응급실에서최상도과장이위급한환자를소생시키는것을보고흉부외과를선택한다.최상도가집도하는수술에참여한일남은환자가의료사고로목숨을잃게되는것을보게되고,어떻게든책임을모면하려는최상도의비겁한모습에실망하여수술하는의사로서의꿈을접는다.시골에서작은병원을운영하며지내던일남에게한제약회사신입사원이찾아온다.인사차방문한그가일남은어디서본듯낯설지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