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하고도 외로운 상상 (양장)

발칙하고도 외로운 상상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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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불안과 외로움과 대면해 스스로 빛나는 자신을 발견해내는 김경혜의 수필들
컴퓨터 잡지사 기자 생활을 했으며 결혼한 뒤 한동안 글과 멀어졌다가 2020년 『계간수필』로 등단, 다시 글을 쓰게 된 김경혜 작가가 첫 수필집 『발칙하고도 외로운 상상』을 출간했다.
한혜경 문학평론가(명지전문대 교수)는 해설에서 김경혜의 수필에 대해 “영혼의 무게를 생각하고, 빈 마음을 들여다보며, 마음 한켠의 불안을 응시하며 외로운 상상을 하는 작가를 따라가노라면, 깊디깊은 심해 밑바닥에 다다라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동안 외면해왔던 자신의 민낯을 만나게 한다”고 정의했다.
『발칙하고도 외로운 상상』은 각 장의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제1장 ‘영혼, 고요, 상상’, 제2장 ‘문득, 순간, 한때’, 제3장 ‘물들다, 기다리다, 만나다’, 제4장 ‘평범한, 아찔한, 눈부신’ 등 모두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들이다. 각 장마다 불안과 외로움을 응시하며 불확실한 세상에서 회의하다가 결국 그 끝에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글이 많다.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저서 『불안』에서 불안은 ‘현대의 야망의 하녀’라고 했다. 김경혜의 글에서도 불안은 빛무리처럼 작가를 둘러싸고 있다. 그런데 야망이 채워지지 않아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과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운전하다가 주유 경고등이 켜질 때(「길 위의 배」), 길을 찾지 못할 때(「길치인생」), 병증의 치료 시기를 놓친 것 같을 때(「설마와 어쩌면 사이」), 젊은 날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모든 게 불확실할 때(「시그널」) 등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불안을 그는 예민하게 감지한다. 그리고 골똘히 응시함으로써 삶을 돌아본다.
김경혜는 살면서 흔히 겪는 어리석음을 섬세하게 응시하며 내면의 불안과 외로움을 대면한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함부로 단정짓지 않으며 자신과 주변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스스로 빛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까지의 여정은 감동적이다. “길 위의 배”에서 주춤거리고 소슬하던 날들은 이제 “눈부실 날들”로 날아오른다. 심연에 가라앉아 있던 영혼이 수면 위로 눈부시게 솟아오른다.
“멈추어라, 고통의 순간이여. 살아가라, 눈부실 날들이여.”(「살아가라 눈부실 날들이여」) 불안과 외로움, 결핍의 시간을 지나 “내 안의 소란도 어느새 잠잠해지고 가슴 속에 희망의 빛이 번져가고 있음을” 깨닫는 지점에 도달한 이의 “황홀한 순간”, 아름답다고 할밖에!
김경혜 수필가는 “늘 목이 말랐다. 수필을 쓰며 알게 되었다. 내 안의 깊은 샘에서 스스로 길어 올린 물을 마셔야 갈증이 가시게 된다는 것을. 그 샘을 채우는 것도 결국 내 몫인 것을. 어느 때는 글이 손을 내밀어 나를 일으켜주었다,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라고. 가끔은 내 등을 쓰다듬어주었지만 무심히 지나치기도 했다. 내 안의 소리가 내게 먼저 다가오는 황홀한 순간을 만날 수 있기를. 목을 축일 만큼만이라도 생명수가 담겨지기를. 나는 오늘도 긴 두레박을 내리고 기다린다”고 「작가의 말」에서 첫 수필집의 출사표를 던졌다.
저자

김경혜

저자:김경혜
컴퓨터잡지사기자로근무했다.결혼을하며글과멀어졌다가『계간수필』로등단(2020년),비로소서가에마음한자락을얹어놓았다.대학방송국(UBS)선배가“너는글을써야겠다”고했던그말한마디가씨가되었다.운명이그렇게슬쩍다가섰다.
심한길치다.혼자어디론가훌쩍떠나지못한다.상상은그런내게때론대담하게,때론발칙하게글속에서살아보라며부추긴다.글이나길이나잘모르니자유롭다.상상속에서.어디든,어느때든떠날수있다,오히려.

목차


작가의말|이매혹적이고도쓸쓸한길위에·4

제1장영혼,고요,상상
길위의배·13
납작해진영혼을부풀리다·18
반은맞고반은틀리다·22
밴드번호28번·28
발칙하고도외로운상상·32
아주잠깐고요함에이르다·35
물끄러미,슬그머니·40
바람에들춰진말·44
어쩌면생겨날일들·49
하마터면·54

제2장문득,순간,한때
달이왜좋아·59
물속의돌·63
나무의마음·66
한때당신의그림자를사랑했습니다·69
무기여잘있거라·73
봄빛,순간·76
기대어졸다,문득·79
산그림자도외로워서·83
봄이한뼘더·87

제3장물들다,기다리다,만나다
밤의창문·93
빛을기다리며·97
홍시냄새·102
언어의표정·107
밀어(密語)·112
길치인생·115
별빛으로물들다·119
가을로가는또하나의문·123
빈자리·128
생명만한것이또있으랴·132

제4장평범한,아찔한,눈부신
시그널·139
서랍속의수저·143
어쩌자고내게·146
설마와어쩌면사이·150
젖은말을건네다·154
평범한날은평범하지않다·158
할머니의손·161
아찔한오후·165
살아가라,눈부실날들이여·170

해설|존재의심연에서빛으로/한혜경·174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발칙한상상을해본다.
마음을꺼내탈탈털어햇볕에말리면새털처럼가벼워지겠지.가벼워진마음에리셋할수있는능력도갖게해보는거야.이곳저곳날아다니며다른사람들은어떻게살고있는지실컷구경도하고.혹시사람들로둘러싸여즐거워하는이들에게서삶의힌트를얻을수도있지않을까.후회하고애태우는이들에게가장돌아가고픈시간으로다녀올수있도록해주면고마워들하겠지.어쩌다다른외로움을불러내얘기도들어주고,또어떤이의어깨에무겁게내려앉은한숨을털어내주어도좋겠군.
외로움은사람들사이에웅크리고있다가사이가멀어지면누군가에게달라붙는거였어.가만,나는과거의어느때로돌아가보고싶을까.
―「발칙하고도외로운상상」중에서

…우리집은늘조용했어.방마다누군가있었지만아무도없는것같았지.공유되던불안을,슬픔을힘들다고서로말로나누지못했던것같아.강요된적없으나침묵이답이었던곳.소리가들려올때는뭔가문제가생겼다는신호였지.그때의신호가엄마와딸들에게는긴장과불안이가까이올거라는알림이었다면,아버지에게는억눌렸던답답한감정이곧폭발할수도있다는자체경고음이었을까.아버지가큰소리를내면여자들이바삐움직이고,그소리가잦아들면다시온집안이고요속으로빠져들었어.불안과슬픔의배턴터치가일상화된시공간.그속에서우리는모두자신의삶을끌어안은채숨죽이며살아야했던거겠지.
―「바람에들춰진말」중에서

…요즘내사진의소재로선택되어집중관심대상이된감자를한참동안유심히바라본다.싹이나고감자로알이맺히기까지타는목마름을,비바람과땡볕을견뎌내고오지않는손길을기다리다때론꺾이기도썩기도하면서여기까지긴여정을통과해왔구나.감자의눈에눈길이머문다.독소와희망이공존하는혼돈의소우주.무심히보았던감자가사진으로담겨지니감자속에내가그득하다.감자바구니에빛이내린다.다시카메라를든다.
―「빛을기다리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