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우리사이에한참동안침묵이흘렀다.서먹해서주위를둘러보는데,거실통유리속동생의어깨가들썩였다.돌아서보니동생이울고있었다.마음이아팠다.나는속상하게해서미안하다고바로사과했다.동생도눈치없이굴어자신이더미안하다고,언니마음아프게하려고했던게아니었는데이렇게되었다며훌쩍였다.우린누가먼저랄것도없이서로의손등을토닥여주었다.얼마되지도않아풀어질일을가지고뭘했나싶으니동생한테면목이없었다.
눈물을흘려그랬는지말로풀어그랬는지동생과나는사이가전보다더좋아졌음을느꼈다.이래서소통이중요하다고들하나보다.우리는자주표현하기로했다.표현하다보면행동으로도옮겨지고느낌으로마음을읽을수있다고믿었다.
―「마음의온도가궁금해」중에서
빗소리와함께모두들둘러앉아손수만든꽃차를음미한다.만들때는힘들었지만차를마시고즐기는시간은신선놀음이따로없다.눈을지그시감으면그곳은또다른공간이되었다.나는어느집정원에마련된탁자위에투명유리찻잔을바라본다.누구집인지도모를그곳.나의찻잔에도장미꽃이피어난다.장미는넝쿨따라울타리를오르고햇살받은꽃은향기로빛난다.들릴듯말듯한음악소리가나의기분을한껏달뜨게한다.어느귀부인이이런호사를누릴까.골목을지나는사람들도흘끔거리며정원을들여다본다.가만히찻잔을들고의자등받이에기대천천히주위를관망한다.잘정돈된정원은온갖꽃들로가득하고,거기나비가날아오르고,어디선가선선한바람이불어온다.바람을느끼며눈을떴다.잠시동안의상상이너무나도행복했다.누구에게도말해주고싶지않은나만의비밀로간직하고싶은순간이었다.
―「꽃차이야기」중에서
그동안딸이선물로보내준생활용품들이장식장안에하나둘늘어갔다.저마다나비가장식돼있다.보석함,브로치,반지,목걸이,거울,책갈피,지갑등다양한나비문양들이볼수록마음을흐뭇하게한다.어쩌다가내가나비를좋아한다는소문이나는바람에친지들도나비와관련된물품을보면구입해선물로보내준다.덕분에나는나비용품수집가가되었다.여행할때나쇼핑할때나비가있는소품을만나면망설이지않고사게되는건오래된습관이다.
바다가보이는전망대카페에서차를마신다.그집찻잔에도예쁜나비가앉아있다.나는나비를보며활짝,꽃처럼웃는다.금방이라도나비가내게안길것만같다.공간의분위기와차향은마음까지편하게해준다.잔을드니받침에도꽃과나비가새겨졌다.순간나는,나비가되고싶다는생각을했다.함께앉은사람들이나비와나를번갈아바라보았다.
―「나비와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