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버티기’보다 ‘견디기’라는 특성 잘 드러낸 박완호의 여덟 번째 시집
199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하고 〈김춘수시문학상〉, 〈시와시학 팔로우시인상〉을 수상한 박완호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문득 세상 전부가 되는 누군가처럼』을 출간했다.
박완호 시인은 아프고 진지한 눈으로 세상을 탐색한다. 무언가를 정한 목표 없이 탐색하는 자세는 뜻밖의 발견, 혹은 기대 이상의 진실과 마주쳐 새로운 차원을 전개하거나 현재 자신이 마주한 상황에 대한 사유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그는 물리적 자연인으로서의 관계와 일상을 구태여 시에 잘 끌어들이지 않는다. 「이사」, 「그림자 붉은」 등에서 생활 형태의 중대한 변화를 소재로 삼았고, 「굴욕」, 「비뇨기과 오전」 등의 작품에서는 자신의 소소한 문제를 꺼내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 또한 종적 변화를 포함한 횡적 변화의 징후라 볼 수 있다.
이번 시집에서 ‘새’가 제목에 등장하는 작품은 「새의 눈에 마지막으로 어린 황홀 같은」, 「새는」, 「새를 부르는 법」 등으로 빈도가 높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새’의 이미지나 상징이 사용된 경우, 혹은 나무나 돌처럼 정지된 사물과는 다른 이동과 초월의 이미지로 소환되는 경우 등을 고려하면 ‘새’는 ‘울음과 비행’이라는 두 가지 변별성으로 시인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완호 시인은 어느 선배의 인상 깊은 시집을 본 소회를 통해, “내가 겪어온 아픔은 나만의 아픔,/ 슬픔 또한 나만의 것이었음을/ 거듭거듭 깨닫는 것이다”(「너무 아프게 살아왔다, 는」)라고 고백한다. 이어 “한 공간에서도 좀처럼 겹치지 않던 우리의/ 크기 다른 발자국들, 나의 속 좁은 가난과/ 천둥 같은 그의 그리움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의 박자를 짚어가며 나는/ 내 조그만 그릇을 깨뜨리지 않으려 애쓴다”라고 자신의 속내를 밝힌다. 미뤄 짐작할 사정이야 많지만, ‘아프게 살아왔다는 말’은 이제 좀 넣어두고 “그 말을 함부로 꺼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또 다짐하며, 다시/ 한 편의 시를 꿈꾸기 시작하는 것이다”라는 자기 확신을 통해 박완호 시인은 어쩌면 통증을 견디며 즐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도 닿게 된다.
사실 ‘앓이’를 곧바로 고통과 연결할 수는 없다. 그것은 앓이가 통증을 수반하기는 하지만 대상이 분명한 감정의 상태를 통과해 존속할 수 있는가는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제가 애써 온 길을 문득 끊어 재귀한다는 점에서 통증을 고통으로 승화하는 나름의 놀라운 비법들을 보여준다.
이번 시집에서 압도적인 빈도와 질적 수월성을 보이는 작품들은 박완호 시인의 시관(詩觀), 시적 태도, 지향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그의 시는 ‘버티기’보다는 ‘견디기’라는 특성으로 더 잘 드러나는 데 있고, 인정하지 않는 것도 아니면서 시인은 언제나 같은 방식을 다시 시도하기 때문이다. “어제 쓴 시는 진작 망했고/ 방금 내 손을 떠나간 말들은/ 철 지난 연애처럼 서둘러 시들었다.” 웬만하면 ‘그만’을 외칠 순간에 시인은 “몰입해야 한다. 그저 쓰는 게 아니라/ 제대로 쓰기 위해서”라고 또 자기 자신을 다그친다. “너와 나를/ 더 힘껏 서로에게 밀어”냈을 때 그 사이, 틈, 간격으로 보편적 감응의 시가 무진장 들어서리라 힘껏 기대한다.
박완호 시인은 아프고 진지한 눈으로 세상을 탐색한다. 무언가를 정한 목표 없이 탐색하는 자세는 뜻밖의 발견, 혹은 기대 이상의 진실과 마주쳐 새로운 차원을 전개하거나 현재 자신이 마주한 상황에 대한 사유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그는 물리적 자연인으로서의 관계와 일상을 구태여 시에 잘 끌어들이지 않는다. 「이사」, 「그림자 붉은」 등에서 생활 형태의 중대한 변화를 소재로 삼았고, 「굴욕」, 「비뇨기과 오전」 등의 작품에서는 자신의 소소한 문제를 꺼내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 또한 종적 변화를 포함한 횡적 변화의 징후라 볼 수 있다.
이번 시집에서 ‘새’가 제목에 등장하는 작품은 「새의 눈에 마지막으로 어린 황홀 같은」, 「새는」, 「새를 부르는 법」 등으로 빈도가 높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새’의 이미지나 상징이 사용된 경우, 혹은 나무나 돌처럼 정지된 사물과는 다른 이동과 초월의 이미지로 소환되는 경우 등을 고려하면 ‘새’는 ‘울음과 비행’이라는 두 가지 변별성으로 시인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완호 시인은 어느 선배의 인상 깊은 시집을 본 소회를 통해, “내가 겪어온 아픔은 나만의 아픔,/ 슬픔 또한 나만의 것이었음을/ 거듭거듭 깨닫는 것이다”(「너무 아프게 살아왔다, 는」)라고 고백한다. 이어 “한 공간에서도 좀처럼 겹치지 않던 우리의/ 크기 다른 발자국들, 나의 속 좁은 가난과/ 천둥 같은 그의 그리움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의 박자를 짚어가며 나는/ 내 조그만 그릇을 깨뜨리지 않으려 애쓴다”라고 자신의 속내를 밝힌다. 미뤄 짐작할 사정이야 많지만, ‘아프게 살아왔다는 말’은 이제 좀 넣어두고 “그 말을 함부로 꺼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또 다짐하며, 다시/ 한 편의 시를 꿈꾸기 시작하는 것이다”라는 자기 확신을 통해 박완호 시인은 어쩌면 통증을 견디며 즐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도 닿게 된다.
사실 ‘앓이’를 곧바로 고통과 연결할 수는 없다. 그것은 앓이가 통증을 수반하기는 하지만 대상이 분명한 감정의 상태를 통과해 존속할 수 있는가는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는 특별한 이유 없이 제가 애써 온 길을 문득 끊어 재귀한다는 점에서 통증을 고통으로 승화하는 나름의 놀라운 비법들을 보여준다.
이번 시집에서 압도적인 빈도와 질적 수월성을 보이는 작품들은 박완호 시인의 시관(詩觀), 시적 태도, 지향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그의 시는 ‘버티기’보다는 ‘견디기’라는 특성으로 더 잘 드러나는 데 있고, 인정하지 않는 것도 아니면서 시인은 언제나 같은 방식을 다시 시도하기 때문이다. “어제 쓴 시는 진작 망했고/ 방금 내 손을 떠나간 말들은/ 철 지난 연애처럼 서둘러 시들었다.” 웬만하면 ‘그만’을 외칠 순간에 시인은 “몰입해야 한다. 그저 쓰는 게 아니라/ 제대로 쓰기 위해서”라고 또 자기 자신을 다그친다. “너와 나를/ 더 힘껏 서로에게 밀어”냈을 때 그 사이, 틈, 간격으로 보편적 감응의 시가 무진장 들어서리라 힘껏 기대한다.
문득 세상 전부가 되는 누군가처럼 (박완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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