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바다를 찾을 때는 (이우림 시집)

여자가 바다를 찾을 때는 (이우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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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바다라는 원초적 기억이 여성의 몸으로 현전하는 실존의 현상학을 쓰다
1995년 『시와 시인』으로 시, 2012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했다. 2020 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된 『당신에게 가는 길을 익히고 있다』 등 시집 세 권과 포토에세이 『찔레꽃을 올리다』를 출간한 이우림 시인이 시집 『여자가 바다를 찾을 때는』을 현대시세계 시인선 148번으로 출간했다.
이우림의 시집 『여자가 바다를 찾을 때는』은 서정시가 자칫 놓칠 수 있는 현실감각이 잘 내면화됐다. 시인은 일상적 시공간에서의 익숙한 사물들을 잘 다루어 시적 리얼리티를 확보한다. 이우림의 시어들은 한결같이 끊어진 뿌리로 끌린 자국을 남겨놓는다. 아리고 슬프면서 어딘지 비장한 그 궤적들을 지켜볼 때마다 고갱의 헐벗은 타히티 원주민이 떠오른다. 문명인들이 보기에 부박해보였을 그들로써 예수의 형상화까지 시도했던 고갱과 마찬가지로 분명 이우림도 빛을 갈구하는 듯하다. 바다의 이미지는 헐벗은 영혼이 궁극에 정착할 이상향의 감각을 되돌려준다. 즉 이별한 대상들이 불려와 모여드는 장소로 바다가 나타나고 있다.
표제시 「여자가 바다를 찾을 때는」에서의 바다가 기억 행위 즉 의식 작용의 소산물이란 점이 그 사실을 더 잘 드러낸다. 상상 작용은 바다 찾기의 실천적 행위를 유보함으로써 현실 속 바다가 이데아일지 모를 착각을 강화한다. 언제가 될지 모를 바다 찾기의 여정은 그 바다가 이데아의 유예 상태까지 모방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바다의 실재는 항시 이데아의 희망을 배반하며 화자에게 좌절을 맛보게 한다. 즉 “깨가 쏟아지게/ 파도와 사랑”(「정자마을에서」)한 환희와 “수평선에 콱 빠져버릴”(「여자」) 실증적 슬픔을 동시에 안긴다.
바다는 달콤한 추억과 동시에 쓰라린 비애를 불러일으킨다. 나와 너의 쉽사리 가까워질 수 없는 존재의 아이러니가 바다를 통해 드러난다. 그 바다를 갈구하는 화자의 마음은 달리 말해 탈-슬픔의 상태, 혹은 슬픔의 순수성을 찾으려는 열망이다. 즉 통증이 부재한 슬픔을 말하는 것이다. 슬픔의 이런 아주 깨끗한 상태는 타자의 슬픔에 귀기울일 때 가능하다. 그 타자가 다시 나의 슬픔에 반응해 이른바 슬픔 공유의 장이 형성될 때, 즉 가학적 위선의 사랑에 저항할 때 궁극의 서정시가 가능하리라. 그렇기에 이우림은 존재/자유의 시어들을 풀어놓는다. 마음껏 타자에게로 향해 날아갈 수 있는 제자리 찾기의 미의식을 시도한다.
이우림의 시들은 아프고 다친 존재자들의 불안한 비행으로 한창이다. 일상에서 누구라도 금방 마주칠 법한 시적 대상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낭만적 운율이 불러일으킬지 모를 작위성을 봉쇄한다. 즉 세계의 원형을 슬픔에서 찾고 있되 현실과 환부의 이미지를 분리시키려 함이다. 눈 가리는 통증의 감각을 비우고 실증적 그리움과 보편적 슬픔 찾기를 형상화한다. 달리 말하자면 내부로부터 샘솟는 슬픔과 바깥의 슬픔을 조응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이우림의 시세계에 나타난 제자리 찾기의 미의식이 존재 전환의 미학에 그치지 않는단 것을 발견한다.
이우림의 시집 『여자가 바다를 찾을 때는』은 파편화된 채 흩어진 준거 대상에서 상호 신체성을 감득하는 과정의 산물이기도 하다. “내 몸의 지퍼를 열고 아이를 꺼”(「아이와 지퍼」)내기 위해 “기억 저만치 빠져나갔다가 되돌아오는 통통배 한 척”(「여자가 바다를 찾을 때는」)까지 더듬어내는 관계의 수사학이다. 그녀의 시편은 여성의 몸으로 겪은 가소성을 선택하기보다 오히려 “피 흘리는 내 유방에선/ 해삼이 자랐다”(「그 바닷가에서」)고 믿는 몸과 세계가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생성의 기능에 주목한다. 이같이 그녀의 시의식은 “달팽이”의 운동을 자기화한다는 점에서는 경험 이전의 것이지만, “그의 책상 귀퉁이에 있는 지구본”(「배추밭 속의 달팽이」)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획득된다는 점에서는 실재적인 것이다. 따라서 이우림의 시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다라는 원초적 기억이 여성의 몸으로 현전하는 실존의 현상학’이다.
저자

이우림

1995년『시와시인』시,2012년『문학과의식』수필로등단하여활동하고있다.시집『상형문자로걷다』,『허름한개』,『당신에게가는길을익히고있다』(2020문학나눔우수문학도서선정),포토에세이『찔레꽃을올리다』를출간했다.(사)한국문인협회고양지부회장을역임했다.

목차

1부
서리꽃피는날·13
남겨둠의의미·14
뚝배기·15
가을무청·16
봉숭아꽃과아주까리·18
김장을하며·20
단풍나무·22
10월·23
공원에서·24
아까시1·26
아까시2·27
그군부대앞에서·28
가뭄·29
텃밭이야기1·30
텃밭이야기2·31
텃밭이야기3·32

2부
소나기·35
봄바람·36
여자가바다를찾을때는·37
선녀·38
그여자의바다·39
물방울무늬·40
낙엽·41
폭설·42
바람에게묻는다·43
서삼릉엔등굽은떡갈나무가서있다·44
도라산역지나봉동역그리고또,·45
隱仙폭포·46
망월동에서·47
수양버들·48
가을·49
비와개구리·50

3부
서포리에서·53
토요일엔하나보단둘·54
관계·55
흐름이라는것·56
여자·57
어둠속에서·58
밤에부친다·59
비·60
머리앓이·61
은행나무집가는길·62
이숙경·63
세기말에내리는눈에관하여·64
산부인과앞에서·65
벽·66
그바닷가에서·67
아이와지퍼·68

4부
용산역에서·71
포클레인의손·72
달빛연가·74
항아리와후리지아·75
황태·76
정자마을에서·77
아이에게·78
그립다,친구야·80
대중목욕탕에서·81
갈증·82
성일요일아침·84
동학사·85
배추밭속의달팽이·86
전야·88
여행기·90
서오릉에서·92

해설근원과죽음의경계에서서/김선주·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