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중층적인 존재와의 안부의 유통을 감개 깊게 보여주는 최지안의 시들
2021년 남구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지안 시인이 『수요일의 브런치』를 현대시세계 시인선 155번으로 출간했다. 최지안 시인은 이미 수필가로 활동 중이며 2017년 매원수필문학상을 수상했고 수필집 『행복해지고 싶은 날 팬케이크를 굽는다』, 『이제야 비로소 누군가의 저녁이 되었다』(2019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을 출간했다.
최지안의 시집 『수요일의 브런치』의 시편들에서 가장 주목하게 되는 것은 감각과 사유의 빛이다. 그래서 이 한 권의 시집은 계절마다 꽃이 바뀌며 피는 화원 같고, “파도의 목소리”(「너에게」)가 들려오는 해변 같다. 단 두 개의 시구를 예로 들어보자면, “여름은 냇물을 어루만지다 물러갔어요, 당신은 풀벌레 소리를 내며 가을 숲에서 울었어요”(「겨울엔 칠월을 데려갈게요」)라고 노래할 때 우리는 여태껏 봉한 상태로 있던 그 무엇이, 그 어떤 빛이 문득 개봉되는 듯한 산뜻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시인의 작품들에는 ‘당신’이라는 시어가 자주 등장한다. 당신이라는 존재는 “물결무늬로 말라버린 압화”(「꽃의 지문」) 속에, 즉 옛 시간 속에 있기도 하지만, “아름답고 슬픈 고리”(「아름다운 고리들」)로 시적 화자 혹은 다른 생명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지금 여기에 살고 있거나 다가올 미래에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도 표현된다. 시인의 이번 시집은 이 중층적인 존재와의 안부의 유통을 감개 깊게 보여준다.
시 「꽃의 지문」은 “생채기 하나 없이 오는 아침”을 온몸으로 맞이해야 했던 처절한 생의 기록이다. 이는 “남루한 생을 야금야금 집어먹으렴 아니 삼켜버렸으면”(「덫」), “통장 잔고가 줄 듯 심장의 말도 줄었습니다”(「그것을 기러기라고 부르겠습니다만」), “오늘도 삼겹살에 매여 있네요”(「왕년」), “기다리면 밀린 명세서도 밀려버릴까요”(「유성이 쏟아지면」), “새들도 나무에 방세를 주었을까”(「물까치」), “빚쟁이 같은 오후/ 포개진 봉투들이 손 벌리고 있어서”(「청구서」) 등에서 보듯, 비슷한 시기에 쓴 시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즉 “해고 통지를 받던 봄”과 같은 월급생활자의 각박한 삶을 의도적으로 드러낸다. 그럼에도 시인은 과거의 회상이나 현재의 삶을 그대로 진술하는 대신 사물을 통해 우회한다.
이 시에서 ‘꽃’이라는 사물을 자주 등장시키지만, 실제 시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물의 이미지’다. ‘물결’에서 ‘우물’로, ‘물일’에서 ‘눈물로’ 이어지는 물의 이미지는 자칫 건조할 수 있는 시의 정조를 축축한 시의 내면으로 인도한다. 꽃과 물의 이미지는 ‘무늬’와 ‘잎맥’, ‘압화’와 결합해 기억을 “가슴에 눌러 찍은 지문”처럼 선명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넘어질 때마다” 몸에 남은 무늬는 상처이고, 당연히 ‘넘어진다’와 ‘생겼다’는 술어 의미망은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에 가닿게 한다. 굽이치는 물결은 “제 발로 돌아왔다 나갔다”(이하 「짐승」) 하는 짐승 같은 날들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말이 말을 삼키고 되새김”하거나 생이 소용돌이치는 날이면 저녁 신작로에서 “나를 업고 가던” 수박 향이 나던 언니의 등이 생각나고, 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던 밤”이나 “구급차를 타던 날”과 함께 “해독 못한 채 남”겨둔다. 책갈피에 끼워놓은 압화처럼 어떤 기억은 끄집어내면 부서질 수 있다.
최지안의 시집 『수요일의 브런치』의 시편들에서 가장 주목하게 되는 것은 감각과 사유의 빛이다. 그래서 이 한 권의 시집은 계절마다 꽃이 바뀌며 피는 화원 같고, “파도의 목소리”(「너에게」)가 들려오는 해변 같다. 단 두 개의 시구를 예로 들어보자면, “여름은 냇물을 어루만지다 물러갔어요, 당신은 풀벌레 소리를 내며 가을 숲에서 울었어요”(「겨울엔 칠월을 데려갈게요」)라고 노래할 때 우리는 여태껏 봉한 상태로 있던 그 무엇이, 그 어떤 빛이 문득 개봉되는 듯한 산뜻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시인의 작품들에는 ‘당신’이라는 시어가 자주 등장한다. 당신이라는 존재는 “물결무늬로 말라버린 압화”(「꽃의 지문」) 속에, 즉 옛 시간 속에 있기도 하지만, “아름답고 슬픈 고리”(「아름다운 고리들」)로 시적 화자 혹은 다른 생명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지금 여기에 살고 있거나 다가올 미래에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도 표현된다. 시인의 이번 시집은 이 중층적인 존재와의 안부의 유통을 감개 깊게 보여준다.
시 「꽃의 지문」은 “생채기 하나 없이 오는 아침”을 온몸으로 맞이해야 했던 처절한 생의 기록이다. 이는 “남루한 생을 야금야금 집어먹으렴 아니 삼켜버렸으면”(「덫」), “통장 잔고가 줄 듯 심장의 말도 줄었습니다”(「그것을 기러기라고 부르겠습니다만」), “오늘도 삼겹살에 매여 있네요”(「왕년」), “기다리면 밀린 명세서도 밀려버릴까요”(「유성이 쏟아지면」), “새들도 나무에 방세를 주었을까”(「물까치」), “빚쟁이 같은 오후/ 포개진 봉투들이 손 벌리고 있어서”(「청구서」) 등에서 보듯, 비슷한 시기에 쓴 시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즉 “해고 통지를 받던 봄”과 같은 월급생활자의 각박한 삶을 의도적으로 드러낸다. 그럼에도 시인은 과거의 회상이나 현재의 삶을 그대로 진술하는 대신 사물을 통해 우회한다.
이 시에서 ‘꽃’이라는 사물을 자주 등장시키지만, 실제 시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물의 이미지’다. ‘물결’에서 ‘우물’로, ‘물일’에서 ‘눈물로’ 이어지는 물의 이미지는 자칫 건조할 수 있는 시의 정조를 축축한 시의 내면으로 인도한다. 꽃과 물의 이미지는 ‘무늬’와 ‘잎맥’, ‘압화’와 결합해 기억을 “가슴에 눌러 찍은 지문”처럼 선명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넘어질 때마다” 몸에 남은 무늬는 상처이고, 당연히 ‘넘어진다’와 ‘생겼다’는 술어 의미망은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에 가닿게 한다. 굽이치는 물결은 “제 발로 돌아왔다 나갔다”(이하 「짐승」) 하는 짐승 같은 날들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말이 말을 삼키고 되새김”하거나 생이 소용돌이치는 날이면 저녁 신작로에서 “나를 업고 가던” 수박 향이 나던 언니의 등이 생각나고, 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던 밤”이나 “구급차를 타던 날”과 함께 “해독 못한 채 남”겨둔다. 책갈피에 끼워놓은 압화처럼 어떤 기억은 끄집어내면 부서질 수 있다.
수요일의 브런치 (최지안 시집)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