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는 구우면 더 맛있다 - 현대시세계 시인선 157

멜로는 구우면 더 맛있다 - 현대시세계 시인선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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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위기와 견딤과 극복의 시간을 통해 치유로 이어지는 서순남의 시들
월간 『시문학』 등단한 후 시문학문인회, 한국문인협회. 시수마 회원으로 활동하며 첫 시집으로 『인천역 3번 출구』를 출간했던 서순남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멜로는 구우면 더 맛있다』를 현대시세계 시인선 157번으로 출간했다.
서순남 시인의 첫 시집 『인천역 3번 출구』는 인천의 역사가 있는 지명을 소환하며 장소성으로써 공간 의식이 두드러진 시편들이 많았다. 그래서 인천 지역을 새로운 인식으로 바라보게 했다면, 이번 시집 『멜로는 구우면 더 맛있다』에서는 시간 의식이 비중을 두고 있다. 쌓인 경험의 시간은 마침내 지혜가 되고 약이 되어 숱한 상처를 다독이게 하고, 위기와 견딤과 극복의 시간을 통해 의식의 흐름은 치유로 이어진다.
서순남의 시를 읽으며 희로애락의 인생이 유비된다. 살아온 내력으로부터 마음을 다스리며 심금을 울린다. 생각을 전개하는 방법이 시인마다 다른데 서순남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멜로는 구우면 더 맛있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시 제목과 말을 아끼는 화자이다.
「따뜻하다고 했을 뿐인데 꽃이 피기 시작했다」,「휘어진 언어들이 손목에서 견딘다」, 「봄, 모든 오류를 존중한다」, 「가령이라는 말 언제나 별도공지였다」 등등 내용을 아우르는 제목에 그만큼 주의를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생활에서 고이는 사유의 결이 섬세하고 연륜이 쌓여 있다. 택하는 단어로도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데 「조연배우」, 「단역배우」에서 보듯 화자는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서기보다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주목받고 중심에 서고 싶어한다. 하지만 모두가 중앙만을 지향할 때 우려가 생긴다. 중심이 된 사람은 권력을 휘두르게 되고 상대적으로 소외가 따를 수 있어 그렇다. 시 「서랍」에서 “언젠가 받았던 소포에 붙었던 그 사람 주소 어느 하나 확장을 꿈꾸지 않는 서랍을 다그치지 않는다 하루를 그냥 보낼지라도”를 보아도 화자는 목소리를 높여 주장하지 않는다. “굽히고 살다보니/ 마음까지 굽어가는 포구// 바다의 이명 당겼다 눕히며/ 오랜 시간 눌러 담은 갯내”(「경계와 관심 사이」)에서도 수굿한 자세다.
표제시 「멜로는 구우면 더 맛있다」는 폭신한 촉감을 자랑하는 마시멜로 사탕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연상된다. 통속적이고 감상적인 멜로드라마도 연상된다. 화자는 “꽉 낀 목폴라 같았던 하루” 즉 답답한 날에 쉬고 싶어 “포장마차”를 찾는다. 포장마차는 서민적이며 여기서 화자는 위안을 얻는다. “꽉 낀 폭몰라”를 감정노동으로 읽어도 무리가 없겠다. 이 시에서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마지막 연이다. “늦게 피는 꽃도 꽃이”라서 “꽂힌다”는 대목에 방점이 찍힌다. 언제 피든 어디서 피든 모두 꽃이다. 사람의 선입견이 작용하여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만 실은 봄에 핀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고 늦게 핀다고 초조할 일도 아니다. 일찍 피어 먼저 시들 수 있고 나중에 피어 오래 유지할 수도 있다.
서순남 시인은 절제된 언어와 시의 표현 구조 속에 그리움과 아쉬움과 열정의 시간 의식을 담고 새로운 시 세계를 이루는 중이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군상이 일상의 구체적 경황 속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저자

서순남

경산에서출생했다.월간『시문학』등단했다.
시문학문인회,한국문인협회.시수마회원으로활동중이다.
시집으로『인천역3번출구』가있다.

목차

1부봄,모든오류를존중한다
덩그러니·13
예기치않은특종·14
시(詩)·16
따뜻하다고했을뿐인데꽃이피기시작했다·17
CCTV·18
선암사뒤뜰에내리던·19
봄,모든오류를존중한다·20
시간에감기는법·21
탄력밴드·22
바코드를읽어내다·23
접두사·24
탄수화물중독·26
발꿈치용쿠션패드·27
지는꽃·28
명함을받았다·30

2부가령이라는말언제나별도공지였다
부재(不在)·33
토요일혜화동에가면·34
서랍·36
꽃멀미·37
기분전환필요한월요일12시처럼·38
감나무집이야기·40
청명·41
경계와관심사이·42
얇게저며진바람·44
물들고싶은날·45
가령이라는말언제나별도공지였다·46
가정의달·48
명자나무·49
멈추지않고걷는이유·50
문밖의마디들·51

3부시내버스에입술을두고내렸다
자기가업고오는것이뭔지도모르고·55
시내버스에입술을두고내렸다·56
오프닝멘트·57
멜로는구우면더맛있다·58
사랑·60
다시·61
봄·62
너에게가는길·63
창밖에화분먼저내놓고·64
꿈에보았다·65
간이역철길에남은·66
날마다말랑·68
맨처음발자국남긴아이같은·69
사과를깎는다·70
마음이보인다·71

4부이쁜여자는참피곤해
혼자울지않는다·75
휘어진언어들이손목에서견딘다·76
입동·77
중년부부·78
관절염앓는계절·80
광자경자정자순자학자후자·81
조연배우·82
가을은첫사랑보다짧을거야·83
혼인비행·84
이쁜여자는참피곤해·85
젖냄새·86
거절은메뉴에넣지않겠다·87
김장하는날·88
단역배우·89
들려줄얘기가많은날·90

해설시간이라는약의치유/박수빈·91

출판사 서평

[표제시]

멜로는구우면더맛있다
--
어제까지디뎌놓은
꿈한칸
-
해진설명서같은구두
다시발끼워넣는아침
-
풀어진걸못견디는
귀퉁이까지각맞춘
얼굴요리조리바꾼다
-
보내지못한숫자
탁자마다수북하고
-
꽉낀목폴라같았던하루
찾아든포장마차
온전과완전을찾아헤매어본
낯선등끼리토닥이는위안
-
찬물에오래있었던사람처럼
열은좀체떨어지지않았다
-
늦게피는꽃도꽃이다
꽃이다
꽂힌다
--

[대표시]

접두사
--
꽃좋아하던엄마
흰국화들과이틀환하게웃고는
단풍너울대는산길
앞장서오르신다
-
어린이날달성공원
온가족첫나들이
그때나지금이나
나는여전히빈손
-
말이어눌하다며간병인에게수화기넘기던날
바로달려갔어야했는데
-
겨우삼베옷한벌입혀
뒤늦은마음
회심곡에섞는다
-
흰날개훨훨
새색시마음으로날아
-
새집은편안한지
당신무릎에다시봄은왔는지
-
꿈에서도묻지못하는안부
-
내목소리에내가
놀랄때많은요즘
몸뚱어리몸짓구석구석
엄마맥이들었다
--

이쁜여자는참피곤해
--
사람들이먹는벌건국밥사이로
많은말씹혀넘어갔다
-
개망초하얗게서러운날
남겨진새한마리
허공을가위질하는데
-
산이간곳을
아무도궁금해하지않았다
-
창가침상에서
갈수있을때까지내려온
조용한응시
-
헐렁헐렁겉도는약속이
이쁜여자는참피곤해
-
빨래마르는소리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