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음을 쥐고 있는 뜨거운 손끝 - 현대시세계 시인선 158

붉음을 쥐고 있는 뜨거운 손끝 - 현대시세계 시인선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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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성임

서울에서태어났다.
한국방송통신대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
2013년『시에』로등단했다.
2015년첫시집『만개의골목』을출간했다.

목차


1부
바람의공양·13
달리고싶다·14
저녁의위치·15
분위기가그랬다·16
쉼표·17
11시59분에대하여·18
비오는저녁의그리움·19
경복궁별빛야행·20
시간의진심·22
슬픔을만나다·23
포맷or백업·24
버킷리스트·26
치열과희열·27
같은또다른·28
카페신양리·29

2부
작은빛마저간절했던날들·33
아스팔트의살인·34
순간이우울한하루가되었다·35
초원의전설·36
지금은동굴탐험중·37
수향마을·38
부팅·40
퇴직·42
달력1·43
달력2·44
고독사·45
메모리·46
갱년기·47
경계·48
기운내·50

3부
건너편여자·53
숲을걷다·54
어둠이오기전의저녁·56
당신의사랑은알수없어요·58
논골담길·59
이모·60
김택진할아버지의명언·62
힘든말·63
경로이탈·64
사는방식·66
꽃물·67
몰운대·68
돌아가고싶은곳·69
작은행복·70
바늘꽃·71

4부
남영역에서·75
공범·76
계절의기억·77
조우·78
두부·79
흑백사진·80
회전초밥·82
애국가·83
어느기관사이야기·84
폐허·85
여름의민낯·86
그림을그린이·87
지하철악사·88
바람이불면·89
처음으로돌아간다면·90

해설‘시간의상자’엿보기/김정수·91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그림을그린이>

가을날그림한점
몇해동안오롯이그곳에걸려있었다
마지막해가머물다사라진들판은
잠시핏빛으로물들었고
다시드러난풍경은명암이엇갈리고있다
문지르며만들어내던파스텔
붉음과어둠을쥐고있는손끝이뜨거웠다

작은집에불이켜졌다
그림을그린이가창밖을바라보고있다
어둠을밀어내는빛
소파에앉아
나의그림속에살고있는나를만났다

<시간의진심>

시어를찾으러마트에갔다
이른시간이라아직문이열리지않았다
엊그제시어는진열대에놓여있었다
잊지않으려몇번이고외웠는데
순간아득한벼랑으로떨어졌다

마트문앞에서서성이고있는데
오랜만에만난지인
반가워서카페에서신나게수다를떨고집으로돌아왔다
잠을자면서도개운하지않은생각
순간시어를두고왔다는게생각났다
다시시어를찾으러갔다
요즘암흑같은나의머릿속에단비같이눈에띄던큰글자는
진열장어디에도없다
몇번이고진열대를이잡듯뒤졌다
막포기하고돌아서는순간7㎝나될까
작은젓갈병이눈에들어왔다
오징어젓갈,낙지젓갈상표보다더작은회사상호의부제목
숙성된젓갈처럼나에게진심을반쯤내어준상표
누군가발효된시간을진심으로꾹꾹담아두었다

<저녁의위치>

저녁은늘뒤를따라오고있었다

골목에서술래잡기를할때도
밥먹으라고부를때도
5학년때처음엄마의피가붉은색이아닌
검은색이라느꼈을때도
대문앞에서쪼그려앉아
병원에서늦도록돌아오지않는
엄마를기다리던날에도

아직엄마가많이필요한데
사춘기가다지나가도록
저녁없는밤으로연결되었다

첫아이를낳던여름날저녁
홀로긴터널을빠져나올때도
저녁이뒤를따라오고있었다

하나둘가족이돌아오고
어느틈엔가나는
뒤를따라가는저녁이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