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강요하지않고사람을울릴줄아는기술의소유자강미정시인
1994년월간시전문지『시문학』으로등단한강미정시인이2008년에출간한네번째시집『그사이에대해생각할때』이후16년만에다섯번째시집『검은잉크로쓴분홍』을현대시세계시인선162번으로출간했다.
강미정의시집『검은잉크로쓴분홍』에가장자주반복되는단어가있다면,그것은눈물혹은울음의유사어들이다.강미정은젖은눈으로세계를본다.그녀는복잡다단한세계를눈물로약호화한다.그녀의젖은눈은주로가난한것,힘든것,죽어가는것,슬픈것,불쌍한것들의뒷모습을향해있다.그녀는그런세상의슬픈뒤꼭지를보고운다.진짜울음은슬픔으로그치지않는다.진정한울음은사유이고통로이며대안이다.진짜울음은진실이고사랑이기때문이다.그녀의눈물이넘칠때사랑이넘치며세계에대한진정성이넘친다.눈물은크다.눈물은모든것을안기때문이다.젖은눈은깊다.젖은눈은사랑이기때문이다.
강미정시인이젖은눈으로세상을읽을때,독자들은그시선에서순도높은사랑의영혼을읽는다.슬픔도힘이세다,는말은이럴때하는것이다.시인의젖은눈이빛나는것은그것이타자에대한큰사랑에서비롯된것이기때문이다.반면에자기설움의눈물은타자의외부에머물뿐이다.그것은사랑이없으므로속이없는울림과같다.시인이타자의고통을자신의것으로느낄수있는것은보편적아픔에매우민감한안테나를가지고있기때문이다.
강미정의시속에선서툰흔적을찾아보기힘들다.그녀의문장은오랜수련끝에잘닦인무인의솜씨처럼단호하며자연스럽고매끄럽다.그녀는젖은눈으로세상을읽되감상에빠지지않고,인간과세계의고통을이야기하되과장하지않는다.눈물의코드로세계를읽으면서도그는비개성의시학(thepoeticsofimpersonality)을실천하듯센티멘털리즘과거리를둔다.그녀는슬픔을강요하지않으면서도사람을울릴줄아는기술의소유자이다.
시「벚나무흰치마」가돋보이는이유는그것이상투적인구도에서멀찍이떨어져있기때문이다.가장화려한봄꽃의하나인벚꽃은통상약동하는젊음과절정에이른아름다움을상징한다.그러나시인이뽀얗게아름다운“벚나무그늘속”에배치한것은아름다운청춘들이아니라역설적이게도인생의종점에와있는“할머니네분”이다.이들은“와그르르쟁강,놋요강굴러가는소리”로축제처럼떠들며벚나무의화려함을절정으로이끈다.
강미정시인은더도아니고덜도아니고산다는것은“아무것도아닌것이되어가는”(「기꺼이다른것이되어가고있는중」)일이라고말한다.그러므로그녀는시속에거대서사나환상의세계가들어올자리를만들지않으며,대신삶에서쪼개져나온소소한하루들이오글거리도록한다.아버지와엄마로부터생겨난피붙이들과낯모르는사람의식솔들까지안부를챙기고섬겨서시집에살게한다.
그녀의감성과상상력이예민하게반응하는것들은이토록사소한생활,새들한감정이지만,시로빚어진그것은무한히자라나는삶의모습들이라는점에서아릿하게따뜻하고갸륵하다.또한천성적으로그녀는약하고버려진것들을거두어마음으로먹이고입히는사람인데,이런태도는시의어조와어법에그대로스며사랑하라는속삭임이시의저뒤편에서들려온다.문면에드러나지않아도“얼얼하게아리고맵고뜨거운”(「에∼한말을얻다」)삶을쓰다듬는그녀의손길도곳곳에서느껴진다.무엇보다묵묵한견딤의시간을누군가와나누고싶다면,한사람이다른이를위해해낸최대의선량을보고싶다면이시집이그대답을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