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예술세계』로시단에나와30여년동안『꿈의가출』,『꿈의해후』,『꿈의회향』,『아지랑이만지장서』,『나귀일기』등다섯권의시집을선보였으며아시아시인작가협의회시예술상,녹야원문학상,이상화시인상을수상한김연대시인이여섯번째시집『봉숭아피면살아있나물어보고』를현대시세계시인선164번으로출간하였다.
김연대의시집『봉숭아피면살아있나물어보고』에실린시60편은낯익고흔하고질박하고애잔하다.그러나그의노래들은무언가결기에차있다.그결기는한번도맹세와약속을잊은적이없어오히려어리벙벙한해학적인얼굴로보이기도한다.
1부에실린시들은눈오고,비오고,꽃질때,눈비꽃다품고찾아오는시편들이다.그러나다르게말할수도있다.눈이안오고,비도안오고,꽃도안필때,눈,비,꽃다안고탱자나무울타리건너조밭지나서그는수수밭너머건너오는바람소리를낸다고.그바람소리에는,누구인지모르지만,아직땅에남아서별을올려다보듯속으로만부르는이름들이들어있다.
2부에서고향안동에돌아와살면서도시생활에비해너그럽고해학적인장면을보여주는가하면후회와자책감,성찰의시간을펼쳐지기도한다.그는어려서보던산이나지금의산이다름이없지만,그두산사이에이미지나간시간들이관통하고있어서탄식도하고슬슬눈치를보기도한다.자신에대한고백처럼.「더러더러살아가면서」에서그는“배은하고망덕하는사람을보면서”“그럴때마다자신도모르게그러고있지않나더러더러놀라기도하고돌아보기도한다”고적고있다.「늙은왕자」에서는그뒤늦은탄식을통해서만만날수있는밝고맑은늦가을햇살을마음속에차곡차곡주워담는다.
김연대시인의그리움은일상적인그리움에서단호하고결연한자세의결기로나아간다.만년이지나도드높은,그러나이름없어도얼굴없어도빛나는그리움의시들은3부에서수행과섬광의기세로몰아쳐나온다.시「벽암록」에서는지사처럼의연하고속깊은난초같은향기를품고생애를살고싶었던시인은「찔레꽃필무렵」에서는육이오때결혼하자마자군에가서죽은집안형들과평생혼자살다죽은이종누님과형수님생각을하다가그만찔레꽃도뻐꾸기도그의영혼이되는겹겹의정서를품는다.
4부의시들은앞서의정서들을결집해회향(廻向)의이정표를향한다.‘회향’이란지금까지의성취를제행무상(諸行無常)의세상에돌려바친다는의미가있다.어쩌랴.그의시는윤회와업장을넘어계절의순환을따라찾아온어머니의기다림으로이어지고,아들인지어머니인지구분도없고차별도없는두그리움은펑쏟아지는눈물로봄날을환하게비추고마는것을.
시인이자소설가문형렬은해설에서“지금울담밖에는사정없이봉숭아핀다.봉숭아피면살아있나,하고긴긴여름날,누구에게안부를물어보아야하나?명년봉숭아다시필때는또어떡하라는뜻인가?80여년,일생시를붙잡고어눌한구름처럼걸어온눌운세(訥雲世)김연대시인에게어눌하게나마되물어보고싶다”며시집출간의의미를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