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보내다 - 현대시세계 시인선 167

비를 보내다 - 현대시세계 시인선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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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과 생명과 세계가 지닌 신비와 그 섭리를 읽어내는 김수미의 시들
2018년 『작가와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바람시문학회 회장, 천안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영상대학교 교수와 4차 산업 관련 교육업체 강사로 활동 중인 김수미 시인이 데뷔 6년 만에 첫 시집 『나비를 보내다』를 현대시세계 시인선 167번으로 출간했다.
김수미의 첫 시집 『나비를 보내다』의 특징은 담백한 수채화와 같은 문체 속에 시인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정갈한 언어 속에서 자신과 이웃의 삶을 성찰하면서 얻은 인생의 신비와 세계의 양상이 맑고 깨끗하게 드러나고 있다. 시인이 주목하는 세계는 생명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무늬라든가, 심오한 인생의 비밀에 대해서 차분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태도로 접근한다. 시상의 전개 과정에서 결코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포석을 따르고 있어 억지스럽지 않으며 물 흐르는 듯한 순리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표제시 「나비를 보내다」는 시적 화자가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서 그것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경험을 시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목울대에 기르던 나비 한 마리”는 바로 그처럼 상실한 자신의 몸 일부를 지칭하기에 ‘나비’는 곧 이별과 상실이라는 삶의 이치를 체현하고 있는 대상이면서,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삶의 표상이기도 하다. 화자는 그러한 나비에 대해서 “눈 꼭 감고 울면서 보내고” “나는 이제 나비 없는 계절을 살아야지”, “나비의 흔적을 지워버려야지”라고 하면서 상실과 부재를 수용하면서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시 「몽돌해변」에서는 바닷가 몽돌들이 “서로 부딪치며 이 세상 것은 아닌 노래를 부른다”는 구절에서 ‘이 세상 것은 아닌 노래’란 세속의 때가 말끔하게 씻긴 맑은 노래이며, 이 세상을 초월해 있다는 점에서 신성한 노래라고 하겠다. “깎이고 부서지고 둥글어진 조각들은/ 어떻게 맞춰도 틈새가 넓다/ 틈새 사이로 바람 숭숭 드나들고”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래된 것들은 깎이고 부서지면서 둥글어져서 넓어진 틈새로 바람이 드나들면서 이 세상 것은 아닌 노래를 생성한다. 이 세상 것은 아닌 노래란 오래된 세월이 형성한 관용과 포용의 여유, 곧 다른 것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수용하며 감싸주는 포용력에서 생성된다. 그러니까 이 세상 것이 아닌 ‘초월적인 노래’란 곧 우리의 뜻과 의지 위에서 그것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어떤 큰 존재의 뜻이자 의지라고 하겠다.
김수미 시인은 무슨 거창한 담론을 논하려고 하지도 않고, 무슨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맑고 고운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정갈한 시심으로 삶과 생명과 세계가 지닌 신비와 그 섭리를 읽어내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초월적인 존재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그가 생성하는 이 세상 것은 아닌 노래를 듣는다. 이러한 노래는 시인이 삶을 긍정하고 상실과 결핍을 수용하는 힘이 된다.
박미라 시인은 “‘여기서 저기로’ ‘빛바랜 것들을 호명하며 떠’나는 것이 삶의 무늬 중 하나라고 할 때 ‘아무도 모르게 무릎도 끓어보고’ 사는 일이 김수미 시인의 경우뿐이겠는가? 얼룩지고 빛바랜 것들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추스르는 고단함을 ‘아름다웠다는 것은 얼마나 분명한 과거형인가’ 물으면서 다시 힘주어 일어서는 시인의 시선이 고요해서 더욱 가슴 저리다. 그저 ‘돌탑을 쌓는’ 자세로 ‘작아도 커도 모두 제자리가 있다’고 중얼거린다. 그가 얼마나 웅숭깊은 시간을 지나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후회하거니 주저앉지 않는 아름다운 자세가 시편 곳곳을 끌고 간다. 독자의 통점에 닿아 깊은 위로가 되는 아름다운 시인이 되길 바란다”며 첫 시집 출간을 축하했다.
저자

김수미

저자:김수미
이번생의첫출발이부산이어서일까?마음한쪽에서끝없이물결치는파랑에떠밀려여기까지왔다.
짐작도작정도없이만났던시(詩)라는뻘밭에스스로걸어들어가서백석대학교시전문가과정을수료하고2018년『작가와문학』신인상으로등단했다.지금은바람시문학회회장으로,천안문인협회회원으로글벗들과더불어살며4차산업관련교육업체를운영하며한국영상대학교와여러기관에서미래세계를가르치는교수로바쁘게산다.
그러나,바람직한삶의근본이라고생각하는시쓰기를첫번째로적어둔다.AI가시를쓰는세상이라지만나는AI에게시를가르치는시인이되겠다.

목차

시인의말·5

1부
맹지·13
힘의논리1·14
다시,봄·15
담석증·16
에스프레소·18
봄비속을걷다·19
초보농사꾼·20
칼집을내다·22
질주본능·23
내려가는길·24
뽕나무를베다·26
가방·27
새신을신고뛰어보자팔짝·28
잘풀리는집이라고?·30

2부
몽돌해변·33
엄마에게별빛이생겼다·34
겨울나비·36
나는너무캄캄해서·38
멍멍짖었다·40
장구벌레·42
빗길운전에관한소고(小考)·43
아침을여는문·44
자전거·46
강물의속도·47
잠깐이라고하자·48
가을·50
힘의논리2·51
늪·52

3부
독감·55
나비를보내다·56
칼·57
휘파람새·58
엄마는옳다·60
흐르는물을보면·61
우물에빠진물동이·62
조업·63
바람이지나간길·64
밴드붙이기·66
엄마도운다·67
횟집은춥다·68
하얀색속에숨다·69
풍경·70

4부
리셋(reset)·73
눈빛이빛나는세상으로가자·74
古인쇄박물관에활자가산다·76
두더지·77
방전·78
비도오고그러는거지·80
상처는비겁하다·82
천일염·84
꽃잎이날아왔다·85
옻순을이겨라·86
소화불량·87
돌탑을쌓는자세·88
뽑아봐야알수있다·90

해설성스러운존재에이르는길/황치복·91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나비를보내다>

목울대에기르던나비한마리
저만큼날려보내고눈꼭감고울면서보내고,

나는이제나비없는계절을살아야지
나비가앉았던목울대를쓰다듬으며
가끔씩헛기침도해보면서
나비가가져간
아침과저녁과노래와물맛따위나생각하면서
생각의끝자리에남은
나비의흔적을지워버려야지

아주가끔나비의길을따라나서서
팔랑팔랑손부채질을해보면
아득하기도해라
나비와나의시간들

날지않는나비의이름을잊은건
조금쓸쓸하거나아름다운선택이다

그렇다고내꽃밭이다지워진것은아니다

<강물의속도>

느림보강물에닿았다
흐르는듯멈춘듯은은하게빛나는강물곁에서
나도조용히흘러본다

도담삼봉을끌어안고흐르는강물
거울속풍경에기대보는데
모터보트가지나간다

숨쉴틈없이질주하는모터보트속도에
속절없이몸을여는강물
잠깐물보라솟구치더니금방잠잠해진다

어떤빠른속도가와서
갈라놓아도다시흔들리지않는
느림보강물처럼
나도오늘은조용히흘러본다

은은하게빛나거나보이지않는속도로흘러갈
눈부신속도를꿈꾼다

<몽돌해변>

오래된파도가있는
익숙한향기가있는
몽돌해변을걷는다

파도에부딪쳐흩어진조각들을맞추기에는
파도가너무높다

깎이고부서지고둥글어진조각들은
어떻게맞춰도틈새가넓다
틈새사이로바람숭숭드나들고
먼데서밀려온부서진것들이자꾸틈을벌려놓는다

서로부딪치며이세상것은아닌노래를부른다

그러니까오래된것들이란
견딜만큼견디고깎일만큼깎여서
제안깊숙이묻어두었던것들을무심히꺼내놓는것들이다

아름다웠다는것은얼마나분명한과거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