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왜 물고기의 눈이 되었을까 (김미외 시집)

달은 왜 물고기의 눈이 되었을까 (김미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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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가시적 세계 이면에 자리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한 김미외의 시들
『예술세계』로 등단했고 청송시인회(청시), 시작 동인으로 활동하며 시집 『둥근 세상의 춤을 추겠습니다』 『기억나무에 남아 있는 시간들』을 선보였던 김미외 시인이 시집 『달은 왜 물고기의 눈이 되었을까』를 현대시세계 시인선 178번으로 출간했다.
김미외의 시집 『달은 왜 물고기의 눈이 되었을까』에는 다양한 시적 고뇌들이 자리잡고 있다. 시인이라는 업은 생각하고 고뇌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시쓰기의 괴로움과 즐거움 모두 여기에서 비롯할 터이다. 이 시집을 규율하는 가장 압도적인 시어 혹은 시적 포즈는 ‘유목’이다.
시 「사막의 배」에서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시적 화자의 표상으로 연결된다. 그랬을 때 낙타의 눈에 어린 ‘고요하고 슬픈 바다’란 시적 화자가 바라본 세계의 형상이 된다. 작아진 낙타의 ‘혹’과 자신의 가슴에 생긴 ‘융기된 침묵의 혹’은 동일한 상처의 기원을 가지는 셈이다. 나아가 ‘융기된 침묵의 혹’이야말로 시의 저장소라 할 수 있으며 시적 화자에게는 상처인 동시에 생명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떠도는 것이 생명의 근원이 된다는 강렬한 의식을 「유목일기」가 보여준다. “피안에 도달하다” 혹은 “깨달음의 언덕으로 건너간다”는 의미를 가진 ‘바라밀다’라는 불교의 대승적 수행법에 대한 언어유희를 통해 시적 화자의 입장에서 유목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바라밀다’와 ‘바람일다’의 공통점은 정착 혹은 고정이 아닌 이동 혹은 떠남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런 유목적 사유는 이 시대의 문명에 대한 비판적 사고로 확산된다. 「몽유액정도(夢遊液晶圖)」, 「화면공유」 등이 그러한 작품으로 현실 속에 펼쳐진 문명 가운데 유목의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시간의 빈 형식 사이를 누비”(「몽유액정도(夢遊液晶圖)」)는 현대인의 유목에 대한 탐구는 앞으로의 시적 과제가 될 것이다.
시인이라면 시적 자의식을 메타적 관점에서 시쓰기로 드러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렬한 시의식 저편에 도사린 수많은 사유의 흔적을 읽는다는 것은 시인의 내면적 고뇌를 읽는다는 말과 등가의 의미를 가질 터이다. 김미외 시집의 표제시 「달은 왜 물고기의 눈이 되었을까」는 밤하늘의 구름과 달이란 구체적 형상을 통해 마치 불교적 간화선(看話禪) 같은 물음을 던지고 있다. 시인에게 시가 탐구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시란 아름다운 그 무엇이라기보다는 가시적 세계 이면에 자리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자신도 정확히 알지 못했던 “내게 숨겨진 말”(「주상절리라는 말」)이 시적 탐구의 대상이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그리고 그것을 형상화하는 능력이야말로 시인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것일 터이다.
저자

김미외

저자:김미외
『예술세계』로등단했으며청송시인회(청시),시작동인으로활동중이다.시집『둥근세상의춤을추겠습니다』『기억나무에남아있는시간들』등세권과공저『겨울나무로서다』외다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
육각형의우주를떠돈다·13
유목민의첫소리·14
퐁퐁토피아에서·16
몽유액정도(夢遊液晶圖)·17
화면공유·18
일곱시의이분법·20
추월하고추월하다보면·22
네버랜드의새벽·23
사막의배·24
물의DNA·25
흔들린다는말·26
추상화저알수없는휴식의여정·27
더블클립집게와두께·28
당신은평균입니까·29
유목일기·30

2부
주상절리라는말·33
동해밤바다에장미꽃이피었다·34
달은왜물고기의눈이되었을까·35
그러고도하염없이당신을생각하던날에·36
추억의느린그림자같은향기의너에게·38
흠뻑·39
갈매기·40
꽃마중이라는꽃샘바람·41
봄·42
유채의사월·43
선암사별빛·44
아카시아꽃등불·46
배롱꽃·47
간단없이피기·48
먼나무를바라보며생각한다·49

3부
달을바라보며옥수수를먹고싶다·53
하얀호흡·54
묵은달·55
마늘할머니·56
칼국수를기다리며·58
묵은간장·60
라이트스탠다드참치통조림·61
떡메가고요하네·62
청국장·64
참가까워요·66
수남이네도마는어찌되었을까·67
빛깔이좀흐리면어때·68
당신은무슨띱니까·69
신발의힘·70
발·71

4부
그날이그날인듯·75
두루마리휴지·76
청소생각·77
툭에대하여·78
기우제·79
몫·80
모퉁이의가로등이잠들던밤·81
붉은빛·82
버려진풍경속으로·83
잠든길에몸을누이며·84
푸르러지기·85
우화(羽化)·86
볼펜서한·88
괴테와의하루·90
기분좋은길·91

해설당신을향한유목그리고환상통/우대식·92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달은왜물고기의눈이되었을까>

구름은떼지어흐르다
보름달앞에머물렀을뿐인데
눈을가진물고기가되었다
밤의고요를깨우고싶어
움찔되던속마음들킨것처럼
잠언저리돌던눈이
환한빛에껌뻑거리며뒤척인다
텀벙
별의뒷모습에출렁이고싶다고느꼈던순간
절벽아래로뚝떨어지고마는
빗방울의슬픔이생각나서
하늘은구름에게눈을주었을까
바다에풀어놓은푸른중얼거림건져
내일의새벽노을에철썩여보라고
시야를밝힌것일까
말랑하고푸근한파도가수런거리고
둥실둥실물고기지느러미가출렁인다
밤길이환하다

<사막의배>

어느날TV에서사막을횡단하는낙타를보았지요
서두름없이게으름없이걷던낙타의눈엔
고요하고슬픈바다가일렁이고
허술한눈빛아래
켜켜이쌓여지워지지않는눈물의하얀얼룩
퍽퍽한모래알갱이밟고지나온세월이오래인듯
혹은아주작아져있었지요
작아진혹을보며
물을찾아떠나는낙타처럼
뿔을갖고도망친낙타처럼
고비산맥달리던어제와
진주를싣고아부다비향해걷던어제와
카라바시에두고온실패없는어제라는
차가워진심장의옛말을따라갑니다
무심한듯뜨거운햇빛에안겨
그늘만드는그를바라보며
가슴에손을얹으니
융기된침묵의혹이만져집니다
자오선오가며생을떠도는낙타가
내안에있습니다
--

칼국수를기다리며
--
추석장을보다경동시장홍두깨칼국수집
차례기다리는사람들틈에끼여줄을섰다가
겨우자리잡고앉아칼국수를기다리는중이다
밖의줄은줄어들지않고길어진다
오래된고객들
허연머리카락에듬성듬성이가남아있는할아버지
꽃무늬모자를쓰고지팡이에줄어든몸기댄할머니
헐렁한초로의남정네
그속에앉아서로바라보는모두
어떻게살아냈을까
홍두깨에밀리는밀가루반죽처럼
눌리면눌리는대로납작엎드렸다가
밀면밀리는대로늘어났다가
접히고접혀서설컹설컹칼에썰려
뜨거운멸치맛국물에익은칼국수처럼
등이굽도록칼국수면을민주인장처럼
어제와같은오늘을살았겠지
난생처음본사람과마주앉아
이마에흐르는땀을닦으며
고춧가루묻히며잘먹었다고일어나
주인이고맙다며덕담주고받는시간
아무튼살아가는일이고단하고
허기질때면다시올일이다
언제든언제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