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게 걸어서 빛이 되는 (조성림 시집)

고독하게 걸어서 빛이 되는 (조성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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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과 죽음에 대한 조용한 울림을 들려주는 철학적 기록인 조성림의 시들
조성림 시인의 시집 『고독하게 걸어서 빛이 되는』은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집이면서 동시에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기록이다. 이는 한 시인이 평생 동안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며 얻은 사유의 결산에 가깝다. 그의 시는 격렬한 외침 대신 조용한 울림을 남긴다. 그 울림은 오래된 나무 아래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처럼 크지 않지만 오래 마음속에 남는다.
시인에게 유랑은 그리움의 유전자다. 조성림 시인의 『고독하게 걸어서 빛이 되는』은 유랑의 거처이다. 유랑은 ‘씨앗과 새싹의 원형질’이며, ‘원초적 진실을 찾아가는 순진무구의 길’이다. 유랑에서 돌아오면 그는 ‘신전’에 엎드려 시를 쓴다. 시인의 새벽은 신전이다. 새벽은 ‘자연의 영과 혼’이 시의 영역에 드는 시간이다. “다 저녁인데// 어미 소가 혀로/ 아뜩하게 귀여운지/ 어린 제 송아지 등을/ 핥고/ 핥고/ 끊임없이 핥아주고 있다// 아, 이 얼마나/ 찬란한 어스름인가(「귀한 일」 전문)”.
또 조성림 시인의 시는 ‘삶을 거름으로 하여 내 안에서 힘겹게 또다시 꽃을 피우는 일’이다. 꽃이 되는 것들에게 그는 헌신과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한 생이 오고 또 한 생이 저문다 해도 그대에게 옷을 지어주고 싶네(「격포사랑」 부분)”, “붉은 네 뺨을 어이 만지랴// 흐르는 네 물방울을 어이 만지랴(「배롱나무 꽃」 부분)”라고 드러낸다.
조성림의 시는 연민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시는 욕망하고도 욕망하지 않는 반계리 은행나무와 ‘고독하게 걸어서 빛이 되는 그대라는 문장이 있고, 곡진하게 기다리고 서러운 것들이 모여야 꽃이 되는 벌개미취와 상처가 상처에게 들어가 별빛을 나누는 파치와 너무 커서 삼키지 못하는 왜가리를 통해 함께 나눌 수 있는 솔직한 우리 삶의 이야기이자 고백서이다.
특히 조성림의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주제는 ‘삶의 유한성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다. “내 몸도 나는 아직 잘 모르고/ 심지어는 낯설기까지 하다(「병원」 부분)”. 이 구절은 존재의 근본적인 불안을 표현한다. 인간은 자신의 몸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러한 인식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또렷해진다. 시인은 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삶이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죽음」이라는 시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죽음보다 큰 선생이 어디 있으랴”. 이 문장은 이 시집의 중심을 이루는 구절이다. 죽음은 단순한 끝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게 만드는 스승이라는 인식이 드러난다. 이러한 태도는 자연 속에서 삶과 죽음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는 동양적 사유와도 연결된다. 인간의 삶은 자연의 일부이며, 죽음 역시 그 흐름 속에 포함된다는 인식이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조성림의 시는 언어의 급진적 해체나 형식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미학을 추구하기보다는, 전통적 서정의 방식 속에서 삶의 깊이를 탐색하는 데 집중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그의 시를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의 시는 화려한 기교보다 오랜 시간 축적된 사유의 힘으로 독자를 설득한다.
저자

조성림

1955년 강원 춘천에서 태어났다. 강원대에서 수학을 전공하여 홍천여중 교장 역임했다. 2001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으로 『지상의 편지』, 『세월 정류장』, 『천안행』, 『겨울노래』(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눈보라 속을 걸어가는 악기』, 『붉은 가슴』(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 『그늘의 기원』(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 및 문학나눔 도서 선정), 『멧새가 와서 사랑처럼 울었다』(강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사랑 없이 어찌 모과나무에 모과꽃이 피랴』(춘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시선집으로 『낙타를 타고 소금 바다를 건너다』를 출간했다. 2006년 춘천문학상, 2025년 강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춘천문인협회 회장 역임,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강원문인협회 춘천문인협회 회원이다.

목차

시인의 말 · 5

1부 그대라는 문장
초당 · 13
매우梅雨 · 14
명리학 · 15
부귀리 · 16
반계리 은행나무 · 18
소송 · 20
천안행 3 · 21
나무 시인 2 · 22
격포 사랑 · 23
무화과에도 사랑이 · 24
신전 · 26
그대라는 문장 · 28
두곡마을 · 30
봄바다 · 32
화양연화 · 34

2부 선자령 눈에 갇히다
귀한 일 · 37
승방골 · 38
복국 · 39
목련 · 40
겨울 기도 · 42
가야국 · 44
선자령 눈에 갇히다 · 46
선사시대 유적에서의 하루 · 48
매영성에 매화꽃 터지다 · 49
동시집이 오시다 · 50
삶 · 51
주름 · 52
천금 · 54
아리아 · 55
벌개미취꽃 · 56

3부 탁월한 선택
몽블랑 · 59
나무늘보 · 60
탁월한 선택 · 61
내력 · 62
거울 · 64
구름 · 66
호반새 · 68
갈대 · 70
이야기는 힘이 세다 · 72
꽃무릇 · 73
자리 · 74
병원 · 76
사발 · 78
색소폰 · 80
강 · 82

4부 울지 말아라
파치 · 85
파도 · 86
격세지감 · 87
울지 말아라 · 88
죽음 · 90
초대 · 91
마로니에 베어지다 · 92
경칩 무렵 · 94
새것 · 96
김화 · 98
눈길 · 100
푸른 기억 · 102
겨울 날개 · 104
배롱나무꽃 · 105
벽시계 · 106

해설 자연의 서정에서 존재의 사유로 / 전윤호 ·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