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와 소음 (반양장)

메아리와 소음 (반양장)

$17.00
Description
여러 빛깔의 감성과 사유를 언어로 담아낸 수필나무문학회 수필들
수필나무문학회는 한복용 수필가가 강의 중인 서울 도봉문화원 수필강좌에서 수필을 공부한 수필가와 수필가 지망생들이 2023년 8월 모임을 결성하고 카페를 개설하며 시작했다. 그렇게 2년 동안 함께 공부하며 완성한 작품을 선별해 수필가 회원 15명과 한복용 자문 포함, 16명이 각 3편씩 48작품을 선보이는 수필집이다.
수필나무문학회 동인집 『메아리와 소음』은 회원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바라본 삶의 조각들을 모아 한 권으로 엮은 수필집이다. 여러 빛깔의 감성과 사유가 담긴 우리 배움의 결과물이다. 수록된 수필들은 서로의 보편적인 감정을 공유하며 각자의 경험과 생각, 감정을 솔직한 언어로 풀어냈다. 그 속에 삶의 다양한 모습과 감정을 담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공통으로 각자 회원인 ‘나’가 있다. 이것이 수필이 가진 가치다. 작가의 실제 경험과 사색을 바탕으로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사랑과 이별, 희망과 절망, 성장과 후회, 그리고 그 모든 순간 속에서 깨달은 것들이 이 책 속에 진솔함으로 녹아 있다.
수필나무문학회 회장 변해진 수필가는 “우리는 한복용 선생님과 함께 많은 시간 수필문학을 배웠습니다. 그러고 일 년 전 코이(Koi)의 법칙을 교훈으로 배움이라는 어항을 벗어나 넓은 강으로 나서는 디딤돌로 ‘수필나무문학회’를 결성했습니다”라며 문학회 결성의 의미를 앞세우며 “수필문학에 관하여 경험하지 못한 일이 많은 것과 같이 배울 것도 아직 많습니다. 그러나 알고자 하는 노력이 경험과 지식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우리가 문학을 이해하고 배우려는 것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며 더 나아가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욱 깊이 있는 인간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수필나무문학회’는 우리가 넓은 강으로 바다로 헤엄쳐 나가 더 나은 문인으로 성장해가는 튼튼한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라는 발간사를 남겼다.
수필나무문학회의 이야기는 하나의 아름다운 ‘수필나무’이다. 나무가 자라나 큰 그늘을 만들어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휴식처를 내어주듯 수필나무문학회가 키워내는 ‘수필나무’가 자라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휴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수필나무문학회

저자:수필나무문학회
한복용수필가자문
강명숙/강정석/김길자/김삼진/나선자
박칠희/박효진/변해진/양정자/이경숙
이재숙/이지현/이혜경/이은조/최정란

수필나무카페:cafe.daum.net/dobongessay

목차


책을펴내며|여러빛깔의감성과사유담은수필나무·5

강명숙
숲의소리·12|터치에서포옹으로·16|팬티와여선생·20

강정석
심폐소생술·26|베트남수석이야기·30|그는즐겁다·36

김길자
청결결벽증·44|닥터J·48|모차르트의아다지오·52

김삼진
낭만각서와출사표·56|30년만에만나는나·62|장가타령·66

나선자
나비와나·72|아름다운사제동행·75|의자·80

박칠희
나의꿈이피어난곳·86|세월이스승이다·91|나왔어요·96

박효진
엄마의일기장·102|JM탈출기·107|흉터·112

변해진
사진의생명미학·118|메아리와소음·123|죽음의색,그숭고함·127

양정자
그해여름방학·132|흔들리던등불·139|거북이가살아났다·143

이경숙
그날의사진·148|엄마와달력·152|헌책방을찾아서·156

이재숙
당신이살아야하는이유·162|함께가는길·167|봄은벚꽃향기에실려·172

이지현
마음이쌓이다·178|습관처럼화내는대신·183|우황청심원·188

이혜경
또오월입니다·194|슬픔의속도·199|겨울이야기·203

이은조
그래도내편·210|시어머니와감주·215|김장김치·221

최정란
초인적인힘·228|물을좋아하지는않았는데·231|엄마의어린시절·237

한복용
덕(德)은가르쳐지지않는다·244|그게뭐라고·249|신고왕·253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가끔사람은일탈을꿈꾸지.그러나속옷하나평소의취향을넘어서는것도쉽지않아.관습의옷을입고살고있는것처럼.그진부함으로부터의해방은그너머를그리워하는용기가필요해.시작이반이라고,한걸음건너뛰면별일이아무일도아닌게되거나엄청난반향을일으키지.내속의나를꺼내놓기도해.나라고알고있던것에정면으로맞서는낯섦을만날수도있어.그리고또다른자기안의색깔을들여다보는풍요로워지는기분,자신이입고있는세상에대한개안(開眼)까지.변화의시작이야.물론어떤변화일지는처음에는가늠이안될걸.어디로튀게될지도몰라.무엇이든아주작은것에서비롯돼.보이는대로만보지않기를.그너머를그릴수없을때조차도전하는것이무의미하다고단정짓지말아.한걸음떼기도어려웠던자신이이미다른한세상을가슴에들인것이니까.
갑자기그런생각이들어.그야한팬티를액자에넣어미술관에걸어놓으면어떨까?관객들은어떤반응을보일까?고개를끄덕이면서유쾌한웃음한번날리는것으로만끝날까?
-강명숙,「팬티와여선생」중에서

●…우린누가먼저랄것도없이냉장고에서소주를꺼내술상을차렸다.그는내게술을따랐다.나도그에게술잔을채웠다.
그는마흔넷일것이고마흔넷이면영업본부장을하고있을터이다.부장이라면직장인의꽃이라고들하지만그는행복해보이지않았다.아래에서치받고위에서는찍어누를것이다.내가그랬으니까.동종업계의스카우트제의에흔들리고있을것이라고짐작했는데맞았다.누구라도흔들릴것이었다.우리의이야기는세시간을넘겼다.탁자에는네병의빈소주병이뒹굴었다.내가한잔마실때그는두잔을비웠는데그렇게빨리마신다는것은그의불안정한심리를반영하는것이었다.
그러나우리의이야기가길어지고특히그의현재상사며부하에대한조언이나오면그는귀를기울여들었고고개를끄덕이는횟수가잦았다.그는일년에한번이라도이렇게만날수있으면얼마나좋겠냐며아쉬워했다.나는헤어지기전에몇가지를이야기해주었다.인기를의식하지말고냉담할것.회사를옮기는것은또다른고민의시작일뿐이니웬만하면회사를옮기지말것.회사일과는관계없이계획적독서를해서인문적사고를넓힐것.
그는고개를끄덕였다.취안으로나를멀건이바라보며“부럽다”고말하며씨익웃었다.나도웃었다.그는내말을듣지않을것이다.나도그랬으니까.우리는길게포옹했다.엄지를쳐들며작은소리로“굿럭!”하고축원해주었다.그의뒷모습이사라질때까지바라보았다.
-김삼진,「30년만에만나는나」중에서

●…엄마는거동이불편해지면나와같이살고싶다고언젠가말했다.나는바로대답하지않았다.자신이없어서였다.내시간을엄마로인해빼앗기고싶지않았다.엄마는고집이세고,불같은성격이어서나를힘들게할것이뻔했다.기회만되면엄마에게서벗어나려고애썼던내가아니었나.결혼하면서겨우빠져나왔는데,다시예전으로돌아가자고?아니될일이었다.생각하기도싫었다.
나는평소보다차갑고매정하게엄마를대했다.애써만들어준반찬을그대로두고오는가하면새벽부터일어나차린밥상을대놓고먹기싫다고화까지냈다.다정하게대할수록더외면했다.그런나에게엄마도속마음을드러내지않았다.가끔보여줬던진심을내가모른척할때마다하나하나가슴에담아두고서일기장에한번씩그섭섭함을기록해놓으셨다.막내가밉다고,그래서속상하다고연필을꾹꾹눌러서글씨를박듯적었다.
그러면서왜나와함께살자고했을까.언니들에게향한애정은어디로가고나에게물은걸까.엄마는이미언니들한테도같이살자는말을꺼냈다는데,그들은뭐라고했을까.대답을들은엄마의기분은어땠을까.짐작만갈뿐,엄마의진심은영원히,어쩌면평생모를것이다.아니,그마음을헤아리기전에엄마의이야기가어느날에서갑자기멈추었다.
-박효진,「엄마의일기장」중에서

●…내가나무를그리고싶은것은,나무가사는숲을그리고싶은것은,그숲의주인인산을그리고싶은것은메아리를통하여잃어버린나를,내소리를찾기위함이었습니다.예술을통해서는세속의것에찌들어잃어버린내원래의한쪽을찾는것이가능할지도모를것이라는막연한기대가있었습니다.어쩌면그런기대가이렇게늦은나이에그림을배우게만든모티브가되었는지도모릅니다.처음제가양손에캔버스를들고교수님강의실을찾았을적에그리고오랫동안내그림에심취했을때에나는분명무슨소리인지는잘모르겠으나내소릴들을수있었습니다.
그런데언제부터인가더이상내소리를들을수없게되었습니다.그소리를들을수없어혼란스러웠습니다.그것이자연적현상일텐데도불구하고말입니다.그러고는한참후에야생각이났습니다.“메아리는주위의소음이없어지고난후아주조용할때들을수있다”라는사실을요.새로운세계의언어를배우며그속에필연적으로(?)내재하여있는소음에초연할수없었습니다.그소음에초연하지못하는부족함으로내소리를듣지못했던것같습니다.내소리를듣지못하는나의비주얼언어는교수님이그리도강조해주신‘맑고순수’할수가없었습니다.그순수의언어를찾는연습대신책을더많이읽었습니다.그림책도많이읽었습니다.
-변해진,「메아리와소음」중에서

●…지금껏자신의죽음을미리준비할시간이주어진다면큰행운일거라생각했다.사랑하는이들에게이별을고할수있고남은삶을정리할수있는데축복이지않겠냐고단언했다.준비여부와상관없이죽음은청천벽력일텐데,겪지도않은일에대해잘아는척한셈이었다.모든생명이죽음이란결말로귀결될지라도그앞에초연할이가몇이나될까?
마음은다양한방법으로전해진다.한밤중에건넨약통에도,찬바닥에깔린이불에도마음이있다.그런걸다알지만그간서로왕래하지않았다는이유로작은위로조차전하지못해나는머뭇거린다.불쑥어떤말을꺼내야할지도모르겠다.‘텔레파시로감정이전이될수있다면…’하는생각마저들었다.
때로는삶을교차편집할수있다면좋겠다.상대방을위로해주고싶어도적당한말이나행동이떠오르지않을때영화에서그랬듯교차편집된영상을상대의눈앞에가만히보여줄수있다면얼마나좋을까.
깊어지는가을,떨어진낙엽처럼마음이쌓인다.속절없이하루하루가겨울로향하고있다.
-이지현,「마음이쌓이다」중에서

●…내가사는아파트도밤마다주차전쟁이다.30년도더된단지로,지하주차장은커녕지상주차공간이협소한데다,한가구3차량이많다보니언제나차들로복잡하다.늦은밤이아니어도주차장은웬만큼운이좋은날아니면차대기가어렵다.주차선을지키지않아어정쩡하게공간들이남아돌때는전화라도걸어따지고싶을지경이다.서로조금만배려하면여럿이편할텐데,하는생각을하며빈공간을찾기에눈이바쁘다.몇개의동을돌고돌아도주차할공간을찾지못해,할수없이아파트단지밖에대는날도허다하다.그런날은늦잠을꿈꿀수없다.알람을맞춰놓고도깜박하니신경이곤두선다.불법주차스티커는언제나불쾌하고범칙금처럼아까운지출도없다.
케이의발상은엉뚱했다.자신이소득세를적게내니지방정부의재정확충에그렇게라도기여하고싶다는거였다.“그래야우리나라가복지국가도되고나랏빚도갚고또최신무기도살수있다”며천연덕스럽게말하는그를보다가입에머금은커피를그대로뿜어버렸다.
그는작년에5백만원의재정적도움을지방정부에주었고,올해는대략천만원의도움을줄거라고장담하듯말했다.이런신고를한들신고자에게금전적이익이나어떤보상도없다는데,그럼에도그일을계속한다는게나로선여전히이해불가이다.
이같은신고자는케이뿐만이아니었다.작년한해동안우리나라에서742만건의공익신고가이루어졌다는기사를읽었다.세상에는별의별사람이다있구나하며감탄이절로나왔다.도둑질도해본놈이한다고,케이도처음엔이일이쉽지만은않았다.차주가나타나시비걸까봐겁이났고,그땐어떻게해야하나고민도많았는데,지금은아주노련해졌다며으스댔다.
-한복용,「신고왕」중에서